• [보도자료] 여영국 대표,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 인사말
[보도자료] 여영국 대표,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 인사말



일시 : 2021년 5월 20일(목) 10:30
장소 : 국회 본관 223호


우리 아버님과 가족분들, 그리고 대책위 여러분들 이곳 국회에 오시면 분노와 회한이 더 크게 밀려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고 이선호 씨가 당한 사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입법기관인 의회이고, 정부입니다.

본인이 하지도 않는 일을, 어떠한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근처에 안전을 돌봐줄 사람도 없는 현장에 왜 가겠습니까. 저도 현장 노동자 출신입니다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뻔합니다. 원청이 시키니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사고가 나도 원청이나 대표이사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안전관리담당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데 그마저도 경미한 처벌만 받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작년 한 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180여건을 분석했는데, 대부분 5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이었고, 무려 97%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재판장에 선 287명 중에 실질적으로 구속된 사람은 3명뿐입니다.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원청의 대표이사가 크게 신경 쓸 부담이 없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작년에 산재 유가족들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조항 곳곳을 후퇴시켰습니다. 이렇게 됐으면 상식적으로 그 시행령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노동자 안전 문제에 책임있게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재계에서는 정부와 국회를 드나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망가뜨리기 위한 민원을 넣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김용균법’을 만들 때 경총 같은 단체들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많이 후퇴되긴 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누군가 다치거나 죽으면 원청과 경영책임자가 최소한의 부담은 진다는 반증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법 취지에 맞게 만들어져야 할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정부는 안전담당자에게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떠넘기고, 중대재해 기준을 낮추는 시행령을 만드려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근로감독 강화와 같이 산재예방에 별 실효성도 없는 대책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더 후퇴시키려 하는 셈입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의당이 반드시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중대재해법 보완 등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 가족분들, 그리고 대책위와 함께 하겠습니다. ‘반도체 전쟁’이니 경쟁력이니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생존 전쟁’이 ‘반도체 전쟁’보다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의 안전문제가 원청과 경영책임자에게 리스크가 되어야 김용균, 이한빛, 이선호와 같은 청년의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2021년 5월 20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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