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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4.0

  • [3기] [3기] 진보정치 4.0 특강 '청와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 후기 [뉴스레터 3기 / 조서울]

강한 정당·정치·국가 = 민주적인 청와대, 재미있는 정당 정치
천호선 전 대표님 특강 후기

 2반 조서울

 


이소헌 교육연수원장님, 조서울, 천호선 전 대표님
 

2021년 4월 8일 목요일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다음날이었다. 아침일찍 선거결과를 확인하고 다소 착잡한 심경이었다. 이 날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진행한 시국선언 연명인 지면광고(4,382명)가 한겨레신문 11면에 실린 날이기도 했기 때문에 작은 기쁨도 공존했다. 저녁이 되어 학교에서 일을 마치고 천호선 전 대표님의 특강을 듣기 위해 정의당 여의도 당사로 향하는 길에 서강대교 위에서 새로운 풍경을 형성하고 있는 여의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여행지나 기존에 경험하였던 공간들이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을 왕왕 하게 되었는데 이 날도 비슷했다. 홍콩 같은 곳에서 보이는 여러 디자인의 고층 및 초고층 건물들이 이루는 진풍경을 서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드문 와중에 (미적 논란이 다소 있는) 리처드 로저스의 여의도 파크원 건물과 IFC 건물이 기존의 63빌딩, 쌍둥이타워 등과 이루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친숙하였다. 거대양당의 후보 모두 서울을 공사판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와중에, 새로워진 풍경을 눈으로 인식하는 와중에 수준높은 정당 토론이나 정책 토론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을 생각해보면서 잠시 어지러웠다.

 

2021년 여의도 풍경
 

진보정치4.0아카데미(이하 4.0)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고 각자 살아온 일에 대해서 듣다 보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런 와중에 비슷한 고민과 당론에 대한 생각들을 토론 등의 시간을 통해서 나누고 확인하는 과정이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모든 강의가 배우는 게 많아서 유익하다. 이 날 진행된 특강은 천호선 전 대표님께서 맡아주신 것이었다. 4.0에서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분들을 실물로 마주하게 될 때마다 신기한데 이번에도 그랬다. 사실 정의당 당원게시판에서 어떤 난투의 상황을 중재하는 입장으로서 댓글을 남겨주신 것을 몇 달 전에 본 적이 있어서 어떤 강의를 해주실지가 정말 궁금했다. 이 날 제안을 받으신 특강의 주제 키워드는 “청와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이자 “진보의 관점에서의 청와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읽는 분들을 위해 두괄식으로 천 전 대표님의 답변을 말하자면 청와대든 진보 행정부든 보수 행정부든 상관없이 ‘보다 민주적인 청와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유익한 강의 내용을 이 공간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내가 후기를 쓰는 목적 중에 가장 크므로 진행 순서에 따라 소주제로 정리해보았다. 모든 제목과 정리는 나의 언어로 쓴 것이므로 해석의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런던 다우닝가 1번지, 백악관, 청와대

 

런던 다우닝가 1번지는 그곳이 총리 관저인지 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일상적인 공간에 있다. 사람들은 제재 없이 다우닝가 1번지 앞의 길을 여느 길처럼 돌아다닌다.

 

백악관의 정문 앞뜰은 청와대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가까우며 백악관 건물에 인접한 후문 뒤뜰에서는 사람들이 시위도 한다.

 

청와대 정문은 좀 다르다. 차가 다니는 용도가 커서 그런지 정문인지 인식하기가 어렵다. 경비가 삼엄하고 청와대쪽의 모습은 수목으로 가려놓았다. 후기를 쓰면서 청와대 정문을 다시 검색해서 보니 건축적으로 참 고안이 별로 없었던 것이 많이 보인다. 예전부터 창덕궁 선정전의 파란기와 지붕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 모티프 말고는 어쩌다 저런 동선이며 배치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청와대, 폐쇄적이다.

   

미국의 대통령 < 한국의 대통령

 

권력의 면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는다. 미국의 대통령은 법안 제출권이 없는 한편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법의 대부분을 여당과 정권이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비교해보아도 국회인준을 받는 대통령 임명 인사가 17개인 데 반해 미국은 1,141개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입법부가 대통령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갖는 지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청와대, 1,000명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경호실의 조직으로 구성되며 비서실 인원 약 500명, 경호실 인원 약 500명으로서 도합 1,000명 규모의 관저이자 대통령부이다. 정부조직법에 의해 청와대는 정권별로 구성을 달리 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에 소속된 사람들은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청와대의 관리·유지·보수에 관여하는 분들(이 분들 중에는 40년이 넘게 근무하신 분들도 있다고 한다), 경력직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이 있다고 한다.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무직 및 경력직 공무원의 경우 비서관(수석 차관급) - 행정관 – 행정요원의 순서 체계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무처에서 행정부 법안의 초안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사실상 군기를 잡고 측근 비리 및 부패 관리, 법무 관련, 법률 관련 일을 하는 곳이 민정수석실인데 이 때 사용되는 민정이라는 말의 한자는 民情(국민의 사정과 생활 형편, 민심)이라는 점이 다소 놀라웠다. 사법적 통제나 공무원의 뒷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잘 사용되면 암행어사 같은 곳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모로 우리나라의 국가기관은 조선시대 직제와 많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가안보실은 참여정부에서 만든 것으로서 국가안전위기에 관련된 모든 상황이 연결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속적으로 이야기되었던 곳이 이곳이라는 점에서 여러 생각이 오갔다. 세월호 침몰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대통령에게 연결이 될 수 있는 자리가 국가안보실에 마련되어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어쩌면 너무 많이 대통령 개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직접 근무하셨던 천호선 전 대표님이기에 참여정부의 청와대에 관한 내용을 잘 설명해주셨다. 아래의 내용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대표적으로 실시하였던 것들로서 앞서 말씀해주셨듯이 정권별로 다른 청와대 조직이 들어서기 때문에 다른 정권의 청와대와 비교해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

 

- 독대금지

- e-지원

- 인사 : 추천과 검증 분리

- 국무회의 운영: 토론공화국

- 책임총리제

- 대연정과 선거제 개혁

 

이 내용들은 보다 민주적인 청와대를 만들어낸 성과들이었다. 과거 국정원장 등이 반드시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했던 것과 달리 참여정부 청와대에서는 독대를 금하였다. e-지원은 청와대에 있는 앞뜰인 녹지원(綠芝園)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서 전자결재 보고시스템을 청와대에 도입한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이 전자결재시스템으로 모두 남아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ex. 아침에 출근을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견과 결재 내용을 컴퓨터에서 확인) 시스템으로서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의 방대한 분량 (850만 건) 중 대부분이 이 시스템에 의한 자료라고 한다. 인사의 경우 추천과 검증을 분리하였고 형식적인 국무회의가 아니라 정부부처의 권력관계에 상관없이 모든 장관이 발언하고 토론하는 국무회의가 만들어졌다. 책임총리제가 실시되었고 대연정과 선거제 개혁이 하나의 목표였다.

 

강한 정당, 강한 정치, 강한 국가

 

앞서 말씀해주셨듯이 대통령제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만큼 대통령이 지니는 권한이 많고 크다. 또한 대통령제는 양당제 중심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에 따라 향후에는 실질적 합의제 민주주의(“오래 걸리지만 오래 가는 개혁”)에 해당되는 의회중심제의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심을 이야기해주셨다. 의회중심제의 경우 강한 정당들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정당은 분명한 정체성, 강한 기율, 논의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실질적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방향이라고 한다.

 

한편,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당장 의회중심제로 가기에는 별도의 강의로 논의해야 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셨다. 이에 대해서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날 벌어진 보궐선거의 과정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는 정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미지정치가 난무하며 거대양당은 누가 더 나은지 판별할 에너지조차 아까운 실정이다.

 

진보든 보수든 ‘보다 민주적인 청와대’

 

이번 천호선 전 대표님의 청와대 관련 특강의 결론은 이 부분이다. 결론은 진보든 보수든 ‘보다 민주적인 청와대’가 해답이라는 것이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보수든 ‘보다 민주적인 청와대’
- 우선하는 것은 책임
-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 옥상옥 정책실 폐지는 검토할 만하다
(*지붕 위에 지붕을 거듭 얹는다는 뜻으로, 물건이나 일이 쓸데없이 거듭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중장기적 중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 보다 민주적이고 유능한 강한 정당
- 대통령제 하에서 잡은 정당의 전략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우리 당, 그리고 나 자신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나의 경우 강한 정당이 되고 강한 정당을 기반으로 한 뚜렷한 정당 정치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생각은 2주 전에 들었던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님의 강의를 통해서 특히 머릿속에서 맑게 정리가 되었던 부분이다. 특히 미디어의 노출이 현저히 낮은 우리 당은 이미지 정치에 극도로 불리하다. 직접민주주의적 제도(ex. 국민청원제)는 미디어의 노출과 미디어를 통한 여론에 대한 힘을 갖고 있지 않은 정당에게 실질적으로 상당히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대의민주주의에 입각한 정당 정치가 강해질 때에 정의당은 시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수준높은 정당 정치가 우리나라의 정치를 바꾸고 더 나아가서 국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천호선 전 대표님은 청와대가 개선되어야 할 지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주셨다.

 

비제도적

- 청와대 권한 축소 운영
- 정당의 강화 (당원민주주의, 정책역량)
- 연합정치의 축적

 

제도적

- 선거제와 다당제 (비례대표(구멍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
- 4년 1차 연임 개헌 <의회중심제 개헌>
- 남북 평화구구의 정책과 내부 통합 → 평화협정 정도의 단계까지

   

웨스트윙 West Wing > 하우스 오브 카즈 House of Cards, 그리고 이제 보르겐 Borgen

 

강의중 참석자들에게 물으신 내용을 소개하며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천호선 전 대표님은 우리에게 드라마 <웨스트윙>을 아는지 물으셨다. 대부분이 몰랐고 나도 못 봤다. <하우스 오브 카즈>는 아냐고 물으셨다. 대부분이 알았고 나도 알았다. 탄식하셨다. <웨스트윙>이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정치의 긍정적 면모를 보여준다면 <하우스 오브 카즈>는 어두운 면을 부각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말씀해주셨다. 듣고 생각해보니 비유상 <웨스트윙>이 정치드라마라면 <하우스 오브 카즈>는 정치드라마 + <펜트하우스> 같았다. 그리고 나서 최근의 넷플릭스 시리즈인 <보르겐>은 아냐고 물으셨다. 공교롭게도 인천4.0 (그렇다 나는 전국4.0도 듣고 인천4.0도 듣는다) 에서 <보르겐>에 대한 추천을 들은 바 있었다. 덴마크 의회정치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인데 의회중심제와 실질적 합의의 민주주의를 잘 보여주는 내용으로 추천 배경을 들은 바 있었다. 천호선 전 대표님께서도 강력 추천하셨다. 정의당 당원은 <보르겐>을 다 한 번 씩 봐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에 4.0 3기 분들에게 <보르겐> 이야기부터 꺼내보아야겠다.

 

길에서 주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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