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강은미 비대위원장 외, 11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
일시 : 2021년 3월 5일(금) 09:30
장소 : 국회 본관 223호
■ 강은미 비대위원장
(고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빌며…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
고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가는 고인의 성정체성에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거부했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바랐던 것은 평범한 삶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응답은 차별과 혐오였습니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면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량이 성별 정체성 때문에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응답자의 2/3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들었고, 40% 이상은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삶과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포기하는 셈입니다.
어느 누구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사회이고, 모든 인간의 존엄을 지킬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들 모두 ‘퀴어축제’조차 머뭇거리고 부정적이기까지 한 현실은 또 다른 변희수들에게 절망적입니다. 평범한 삶 자체가 누군가는 실현 불가능한 꿈입니다. 정치가 지켜야 할 것은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가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고 일상의 지속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취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을 할 때, 혹은 직장과 학교 등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누군가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최소한의 보장을 하자는 게 차별금지법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호소드립니다. 소수자를 보호할 법이 부족하고, 정치와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아서 ‘평범함’을 바란 한 국민이 죽었습니다. 고 변희수 하사를 다른 세상의 아픔 정도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해주십시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공직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사건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낯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공공 목적의 토지 개발 사업을 하는 공기업 LH 일부 직원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현행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으로는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대 양당에게 해당 법을 보완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직 지방의원은 자녀 명의로 신도시 계획 발표 전에 땅을 사고 건물까지 올렸습니다. 성범죄로 시장직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는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수만 평의 땅을 보유 중입니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 쏘는 척하더니 뒤로는 전리품 챙기고 있었습니까.
국민의힘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할 자격 없습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수십억 원대 시세 차익이라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셀프 세금 면제를 위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합니다. 입법권력마저 사유화하는 대담함이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이후 10건이 넘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여태껏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은 제 밥그릇 지키기 앞에 늘 쿵짝이 잘 맞습니다. 서로 탓하기 바쁘지만 실상은 제 얼굴에 침뱉는 격입니다. 공적 의무도 저버린 채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정녕 다른 직업의 직업윤리를 말할 자격이나 있습니까.
더 이상 이해충돌 방지를 공직자의 도덕성에만 내맡길 수는 없습니다. 정의당은 고위공직자 등이 1주택을 초과하여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빠른 시일 내에 공직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거대 양당은 법의 칼날이 본인들에게 향할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고 싶다면 사활을 걸고 법 제정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떳떳하다면 법 통과를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3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처리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 배복주 비대위원
(국회, 지금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김기홍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이어 또다시 변희수 하사의 비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참담한 심정입니다.
두 사람은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신 분들입니다. 거부와 배제가 아닌 참여와 포용의 사회에서 한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길 간절하게 바랬을 것입니다.
변희수 하사는 국방부로부터 거부당했습니다. 국방부는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실하게 복무한 한 트랜스젠더 군인을 공동체에서 추방한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육군본부에 인사 소청을 냈지만 기각되어 법원에 전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득했지만 살아내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은 변희수 하사를 고립시키고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국회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쏟아내는 일부 세력들의 눈치를 보면서 떠들어낸 말들은 칼이 되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님께 묻습니다. ‘거부할 권리’가 바로 이런 것입니까? 성소수자를 부정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이렇게 성소수자를 추방해 버리는 것입니까?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이 죽음에 책임있는 발언을 하시길 바랍니다.
성소수자의 삶은 ‘나중에’라고 외쳤던 정부와 여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비겁합니다. 성소수자 시민을 공동체에서 추방해버린 이 참담한 죽음 앞에 대체 무엇을 한 것입니까.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당 논평을 통해 책임을 깊이 느낀다고 했습니다. 말만 하지 마십시오. 성소수자들의 삶 앞에 이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길 바랍니다.
가혹한 죽음의 행렬,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지금당장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짧은 애도가 아닌 긴 정치적 책임을 모든 정치권이 함께 해야 할 때입니다.
2021년 3월 5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