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강은미 비대위원장·강민진 청년정의당준비위원장, 청년정의당 평등문화 제안 기자회견문
[보도자료] 강은미 비대위원장·강민진 청년정의당준비위원장, 청년정의당 평등문화 제안 기자회견문

일시: 2021년 2월 9일 10:10
장소: 국회 본청 223호

■ 강은미 비대위원장

 적절한 시기에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청년정의당과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정의당의 혁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추스려야 할 큰 책임이 있고, 당내 여러 단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청년정의당의 구성원들이 주는 제안을 겸허하게 듣고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습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폭력 사건 배경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다른 당에 비해 비교적 평등하다고 평가 받는 정의당의 문화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성평등을 비롯해 탈권위주의 등 여러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정당으로서 내부 문화를 철저하고 냉정하게 뒤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저도 중앙과 지역 가릴 것 없이 진보정당 활동을 되돌아보면 가슴 아프게 와닿는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청년정의당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그동안 당이 해온 대응이 적어도 우리 사회 전체에 ‘성폭력 사건의 매뉴얼은 어떠해야 하는가’ 고민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합니다. 따라서 오늘 청년정의당의 제안과 같이 정의당이 만들어낼 성찰과 실질적인 변화 또한 한국 사회 전체에 주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주류-중년-남성 중심의 우리 사회에 작지만 깊은 균열을 만들고 한국 사회를 보다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로 탈바꿈시키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청년정의당이 주는 제안과 함께 저를 비롯하여 비상대책위원들이 전국을 돌며 온-오프라인으로 취합하고 있는 의견들을 소중히 받아안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3월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의당의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기자회견을 마련해주신 청년정의당과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강민진 청년정의당 준비위원장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강민진입니다.

오늘 청년정의당은 당내 평등문화를 위한 제안문을 발표합니다.
사건 이후, 우리는 당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우리당은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인가,  정의당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닮은 정당인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질문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의당의 현재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성폭력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에 존재하던 불평등과 폭력의 문화가 개별적 사건으로 드러나는 일입니다. 따라서 공동체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그러한 사건을 낳은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을 반드시 요청합니다.
사건 이후, 당의 대처와 후속 대책에 대해 당내 논쟁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당의 대표적 정치인이고 사안의 특성상 당의 진로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준 사건인 만큼, 격렬한 논쟁은 필연적으로 뒤따랐습니다.
 대표 궐위와 당적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지도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의 일상적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방향에 대한 논쟁은 비교적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과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성별과 나이, 지위 등에 따른 차별과 위계질서가 강고한 사회입니다. 정의당 당원들 역시 이 같은 한국사회의 구조와 문화로부터 처음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기존의 사회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의당은 우리 스스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과 닮아있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은 쉽지만 다르게 하기는 어렵기에, 그러한 노력은 매우 의식적인 노력이며 끊임없는 성찰과 경각심을 요구합니다.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는 50대 남성이자 당대표였고 오랜 진보정당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청년 여성이며 국회의원이었고 상대적으로 짧은 당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정의당의 현재 조직문화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돌아보고, 우리당 내에서 성별과 나이, 경력과 경험, 지위 등의 차이는 어떠한 권력관계로 작동해왔는지 함께 성찰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은 대화입니다.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이란 공동체 내에서 성찰의 공론을 만들어내어 구성원 모두가 변화의 책임을 공유하는 해결방식입니다. 성찰의 공론이 만들어지는 것이 공동체적 해결의 필요조건이기에, 공동체적 해결은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은 대화를 요구합니다.

우리당의 당원들이 서로와 ‘대화 불가능한’ 상태로 양극화되는 것이야말로 위기의 전조입니다. 당 내에서 서로 다른 세대, 이질적 경험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 대화하는 과정 없이는 이 사태의 공동체적 해결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 사태를 직면한 우리는 현 사태의 책임 있는 당사자이자 동시에,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청년정의당이 제안하는 당내평등문화를 위한 제안문의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이전에 먼저 나 스스로와 나의 공간을 돌아봅시다.”

 정의당을 만들어온 우리는 모두 이 사태의 책임 있는 당사자이자, 동시에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입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이전에 먼저 나 스스로를 성찰하고 내가 책임지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기를 제안합니다.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책임을 다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 내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결의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입니다. 함께 성찰하고 함께 기억하며, 함께 변화하겠다는 의지로 우리당의 내일을 만들어갑시다.

2. “성별·나이·경력·지위 등에 따른 경계선을 지우고,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합시다.”

 차별과 위계질서는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회의를 할 때 누군가는 발언을 독점하고 누군가는 발언을 주저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여성과 청년에게, 당 경력이 짧고 직위가 없는 당원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보장합시다. 그동안 당 내의 평등한 의사소통을 가로막았던 경계선을 지우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의 장을 넓혀가야 할 때입니다. 나와 세대와 성별이 다른 당원, 다른 의견과 경험을 가진 당원과 소통하기 위해 우리 모두 용기를 내고 먼저 말을 건넵시다.

3. “불편한 이야기를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는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용기와 노력의 일환입니다. 문제제기는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더 나은 ‘우리’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입니다. 정의당 내에서 불편함을 말하는 일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도록, 일상적인 당 문화에서 문제제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어떠한 폭력도 용인하지 않는 단호한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평등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구체적 실천자로서 나와 내 옆의 동료를 바라보고 격려합시다.

4. “나의 태도와 언행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맙시다.”

 불평등에 익숙한 사회에서 인간존중의 원칙을 실현하는 일은 높은 수준의 노력과 성찰을 요구합니다. 동료 당원과 시민을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존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나를 마주한 동료 당원이 아랫사람으로 대해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행동과 말투에서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안심보다,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긴장과 경각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5. “정의당에서의 처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문턱과 장벽을 허뭅시다.”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는 새로운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기존 당원들의 문화가 신입 당원의 환대에 어려움이 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당 내 곳곳의 보이지 않는 ‘이너써클’이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다양한 당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동등한 무게로 존중받을 때, 당내 민주적인 토론의 기반은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정의당에서의 처음이 누구에게나 불편하지 않도록 환대의 길을 닦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청년당원 간담회와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당내 조직문화에 대한 당원들의 경험과 의견을 청취하여 본 제안문을 작성하였습니다. 본 제안문이 당원 여러분들의 더 많은 제안을 촉발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당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를 넘어, 당원 모두가 동등한 동료일 수 있는 평등한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깊은 성찰과 쇄신의 과정을 거쳐, 우리당이 다시 힘차게 일어날 수 있도록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첨부: 당내 평등문화를 위한 제안문



2021년 2월 9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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