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독교 릴레이 기자회견
- 대한성공회“차별금지법은 예수 그리스도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법”
- 장혜영 의원“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장벽은 기독교 아니라, 정부여당의 소극적 태도…문대통령, 나중으로 미뤘던 인권의 약속에 응답해야”
일시 : 2020년 11월 23일(월) 오전 11시 20분
장소 : 국회 소통관
■ 장혜영 의원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장혜영입니다. 지난 주에 이어, 어두워진 국회에 촛불을 하나 켜는 마음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와 진행했던 기자회견에 이어, 오늘은 대한성공회의 사제님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평등의 원칙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함께 나서주신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 사제님들께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대한성공회의 사제님들과 같이, 우리 사회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약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기독교인이기에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모습에서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과 동행했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내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시 2단계로 상향조정됩니다. 재난이 지속될수록 취약한 사람들은 더 취약한 환경에 놓입니다. 시민들은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무지, 편견이 만나 차별과 혐오의 매캐한 연기를 피워올리는 지금, 이 땅에 조건없는 사랑을 내세우며 어려운 이들을 품었던 한국 교회의 참모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장벽이 기독교라는 오해와 달리, 교회 안에는 평등의 가치에 공감하고 실천에 나선 수많은 참된 교인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차별금지법 제정의 가장 큰 장벽은 차별금지법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잘못된 사실을 퍼뜨리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목소리에만 선택적으로 귀 기울이고 눈치보는 현재의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의란 언제나 지금 여기의 언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당하게 차별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시민들이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이 고통을 애써 외면하기를 멈추고 법사위는 하루 속히 계류되어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시라도 빨리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이제는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인권의 약속에 진심으로 응답하기 바랍니다.
오늘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과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고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 더 크게 열리기를 희망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존재 그대로 축복받을 수 있도록, 존귀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독교인들께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나서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 기자회견문
- 우리는 평등의 원칙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재난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때, 한국 사회에는 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을 ‘상대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라고 부릅니다. 한국 사회에는 소외와 불평등으로 인한 경제적 약자를 비롯해 많은 취약 계층이 있고, 그 정체성만으로 혐오와 차별 대상이 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분들이 재난 상황으로 인해 힘들어졌다고 얘기하지만, 재난 상황은 언제나 힘들고 어려웠던 이들의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분들을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일상의 ‘소외와 불평등,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 중요한 일을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가 정부와 국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사회를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종교인들도 그 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선 우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한국 사회와 종교 영역에서 큰 쟁점이 되었을 때, 한국 사회에서 이 법이 갖는 의미와 종교계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우리들의 하느님’을 혐오와 차별, 소외와 불평등의 하느님으로 만드는 이들에게 질문합니다.
‘소외와 불평등, 혐오와 차별’이라는 문제로 힘겨워하는 우리를 향해, 그리스도교 성서와 전통은 반복해서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이 땅에 있는 모든 존재를 동등하고 독특하게 창조하셨고, 이 존재들이 서로 존중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생할 수 있는 세계가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긴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편견과 한계로 인해 반복해서 드러나는 ‘소외와 불평등, 혐오와 차별의 문제’에 대항하고, ‘서로를 환대하고 연대하는 구조’를 만들어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이뤄가는 건 교회의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이와 같은 하느님을 ‘혐오와 차별, 소외와 불평등의 하느님’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리스도교 성서와 전 통에 대한 ‘과도한 해석과 적용’으로 문제를 만듭니다. 그와 같은 과도한 해석과 적용의 이면에는 대부분 그들의 이권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와 같은 해석과 적용 또한 일관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들은 종교는 사회의 전부가 아닌 일부임을 자주 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땅에 작고 낮고 연약한 이들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좁고 험한 생명과 사랑의 길로 가라고 요구하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가 속한 성공회는 그 오랜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교 신앙은 정직하게 질문하는 신앙’이라고 배우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 질문하는 신앙 전통에 따라,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직하게 질문하고자 합니다.
정교회, 천주교, 개신교회를 비롯한 여러 그리스도인 여러분.
그리스도교는 소외와 불평등을 당연시하며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종교입니까? 아니면 환대와 연대, 사랑과 은총의 종교입니까? 고대 사회를 향한 율법 자구(字句)와 근대의 문자주의적 관점에 갇혀 우리 가운데 실재하고 공존하는 사람들을 낙인찍고 편 갈라 정죄하는 종교입니까? 아니면 성서와 전통을 입체적인 역사의 맥락으로 읽고 은유적으로 이해해,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증언 하며 은총과 해방으로 안내하는 종교입니까? 우리는 분명히 말합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이 땅에 ‘서로를 환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이들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고, 하느님의 정의와 해방이 이뤄지도록 앞서 나가는 ‘하느님의 길벗’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적극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과 국회에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분명한 목소리로 요구합니다. 정치권, 특히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야 할 문재인 정부와 법제정의 책임과 힘을 가진 민주당은 하루 속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십시오. 정부여당은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쟁점사항이 많은 이슈가 논란이 될 때마다 ‘사회적 합의’라는 수사 뒤에 숨어 ‘나중에’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회적 합의라는 수사 뒤에 숨을 게 아니라, 그 ‘사회적 합의’를 적극 주도해야 할 정치적 책임과 힘을 가진 집단임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평등의 원칙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더 이상 ‘나중에’라고 미룰 수 없습니다. 일부 종교 집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한 차별금지 사유를 빼거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적용에 종교 영역만 예외로 해서도 안 됩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한국 사회를 환대하는 구조가 되도록 변화시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하루 속히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평등의 원칙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하루 속히 제정되어야 합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두려움은 징벌을 생각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품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요한의 첫째 편지 4장 18절, 공동번역개정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 , 소외와 불평등 없는 한국 사회를 원합니다. 그런 한국 사회와 그리스도교가 되도록 우리부터 앞서 일하겠습니다.
[붙임] 기자회견 식순 및 취지 설명
2020년 11월 23일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 (본부장 장혜영·배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