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농정 실천의지를 의심하고 걱정한다
박근혜정부는 역시 보수적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 ’제2의 새마을운동‘의 깃발을 앞세운 ’제3공화국 시즌2’의 출발답다. 그때 그시절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쾌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비전, 국정목표, 국정과제는 전혀 새롭지 않다. 대체로 전근대적이다. 농업·농민·농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기왕의‘성장 우선’,‘성과 우선’의 산업적, 경제적 잣대로 서둘러 재단한듯 무성의하고 진부하다. 농업·농민·농촌 등 이른바‘3농 정책’은‘생존권 우선’,‘인간과 환경 우선’이라야 미래창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옳고 바른 길이다.
그리고 새 정부의 농정 국정과제는 기만적이다. 대선공약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정책이 너무 많다. 겨우 살아남은 정책조차 다른 모양과 내용으로 바뀌었다.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거나 구체적 실천방안을 놓친 정책도 적지 않다.‘새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헛된 구호의 발원지가 몹시 궁금하다.
농민들과의 약속, 농정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처럼‘친환경’이라는 단어도 완벽하게 사라졌다. ‘친환경농림수산업 생산·유통기반을 구축한다’는 당초 공약은,‘6차 산업화’, ‘첨단산업화’라는 상투적 개발구호로 탈바꿈했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수입한‘6차 산업화’는 전북, 충남 등이 다소 앞서 가지만 과정은 힘들고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첨단산업화’는 당찬 선언만 있지 투자 예산이나 실천방법은 모호하다.
농림수산식품 예산 10% R&D 투자, 외식업체 국내산 식재료 구매 확대 유도 신성장동력화 완성을 위한 영농후계자 양성체계 구축 등도 발행 즉시 공수표가 되었다.
농촌 복지분야는 정도가 더 심하다. 건강보험료 경감, 농지연금 담보가치 산출기준 현실화, 농어촌 출신 산업기능요원 영세고령농 일손돕기, 농어촌지역 주민 기초생활보장 확대, 농어촌 고령자 복지기반 맞춤형 확대, 농어업인 안전재해보장보험료 50% 이상 지원, 농산어촌지역 출신자 공공기관 채용 확대 등은 폐기 처분한 게 확실하다. 그 자리엔 기껏 이전 정부의 공동생활홈 조성 및 마을 리모델링 사업, 색깔있는 마을 육성사업 등을 마치 새 것인양 들이밀고 있다.
산림분야도 마찬가지다. 산림소득 일자리 자격(증) 제도 도입, 산림분야 녹색일자리 확대, 도시녹화 운동, 산림재해별 체계적 맞춤형 방지체계 등은 유사한 표현조차 찾아볼 수 없다.
크게 후퇴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정책은 유독 농어가 소득증대 분야에 몰려 있다. ‘돈’ 문제라 무척 민감하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비료·농약·사료·에너지 등 가격 안정화를 위한 해당사업체 담합행위 공정거래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농자재 공정거래 및 산업발전협의회’ 운영 등은 농자재 공정거래체제 확립 정도로, FTA이행기금 연차별 확대, 농어촌의 안정적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농어촌특별세 기간(2014.6월 종료 예정) 10년 연장 등은, ‘국내 대책 추진상황 내실 관리·보완’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날이 무뎌졌다.
물론 국정과제에 바람직한 정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종자강국 Golden Seed 프로젝트, 산림탄소배출권 확보, 마을회관 공동급식 시설 및 가사도우미 지원 등이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무적이거나 혁신적이거나 미래창조적인 수준은 아닌 것이다.
진보정의당의 생각이 바로 ‘농심(農心)’이다
대선공약에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은 정책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되는 절박한 숙원들이다. 결코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대개 진보정의당에서 ‘농심(農心)’을 헤아려 제시한 핵심 정책들과 일맥상통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국가 식량·먹거리보장위원회 설치, 생태순환형 유기농업 전환, 친환경 무상급식 및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중소 가족농 중심 생산공동체 지원, 남북 통일 대비 남북 식량교류 활성화 및 공동 생산계획 추진, 여성농업인 생애주기별 지원체계 구축, 농촌지역 통합복지센터 설립, 농산어촌 작은학교 유지 및 특성화, 농협 품목별 연합회 중심 경제사업체제 전환,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선출 등이 그것이다.
주요 농민단체 등 농업계도 농업을 홀대한다며 새 정부의 농정 추진의지를 의심하고 걱정하고 있다. FTA무역이득공유제, 농어업회의소, 쌀목표가격 현실화, 농업발전위원회 등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숙원이 국정과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불신이다.
그럼에도 우리 진보정의당은 기꺼이 박근혜정부의 농정 동반자가 되려고 한다. 마땅히 우리 농업·농민·농촌을 위해서 단련되고 축적된 진보적인 역량과 정의로운 지혜를 나눌 의지가 충만하다. 소통과 협력의 대문은 늘, 먼저, 활짝, 밖으로 열려있다.
* 붙임 : 농정분야 국정과제 및 각 대선공약 비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