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故 노회찬 국회의원 2주기 추모제 추모사
일시: 2020년 7월 18일 오전 11시
장소: 마석모란공원
노회찬 대표님 서거 2주기를 맞았습니다. 먼저, 많은 시민들과 노회찬 사이에 기억의 다리를 튼튼하게 놓아주시고, 또 추모식 정중하게 준비해 주신 노회찬 재단 조돈문 이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사랑하는 김지선 언니, 유가족 여러분들께도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먼 길 마다 않고 직접 찾아와주신 시민 여러분 그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셨지만 이 시간 추모의 마음을 나누고 있을 정의당 당원들과 시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노회찬 대표님, 오늘 대표님을 뵈러 오는 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면목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꼭 만들어서 대표님 대신 물구나무 서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진보 정당 사상 처음으로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를 만들기로 결단한 것도, 또 대표님께서 진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주어진 상임위원장 자리를 정개특위위원장으로 선택한 것도 다 민심을 왜곡하고 거대 양당 체제의 버팀목이 되어온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기필코 바로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와 우리 당원들은 대표님의 유지를 받드는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폭거로 개정 선거법마저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대표님께서도 몹시 안타까우셨을 것입니다. 참으로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총선 결과를 받아보며, 신영복 선생님께서 생전에 대표님과 저를 앉혀놓고 써주신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가지 끝에 남은 씨과일은 먹지 않고, 다음 종자로 심는다는 뜻이지요. 거대 양당의 광풍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도 위에 찍힌 노란 점 하나 그리고 다섯 석의 비례의석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 변화를 위해서 국민들께서 남겨두신 씨과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정의당 국민들이 주신 소명을 더 단단히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보고 싶은 노회찬 대표님,
정의당은 지금 혁신과 도약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러 모순된 상황에서 거센 논란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 치열함을 통해서 더 선명해지고 더 성숙해지지고 더 단단해지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그동안 당 내에서 왼쪽이 맞다, 오른쪽이 맞다는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할 때 늘 아래로 더 아래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있다면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을 걸으라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말씀을 등불로 삼아 정의당은 더 낮은 곳으로, 6411번 버스 속의 노동자와 자영업자와 여성과 비정규직 청년, 농민,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투명인간과 굳건히 연대하는 것으로부터 정의당의 혁신은 시작될 것입니다.
대표님이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서 발의하셨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그리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온 우리의 허약한 민주주의가 차별과 혐오, 불평등을 키워왔음을 깊이 성찰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모든 개인의 존엄을 바탕으로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로 나가는 길에 정의당이 앞장설 것입니다. 폭풍우를 뚫고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세워가겠습니다.
사랑하는 노회찬 대표님
오늘 2주기를 맞이해서 특별히 해마다 여성의 날이면 많은 여성들에게 전달되었던 그래서 여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셨던 노회찬의 붉은 장미가 기억납니다.
보고 싶은 대표님, 자랑스러운 대표님
저희 모두 힘내겠습니다. 대표님의 유지대로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2020년 7월 18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