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텔레그램 성착취 규탄 청소년 선언 기자회견 (정의당 선대위 청소년총선사업단/성평등선대본)
일시: 2020년 3월 31일 오후 3시 20분
장소: 국회 소통관
■ 정의당 선대위 청소년총선사업단
우리가 정말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차마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여성청소년 대상 성착취 근절을 요구한다. 여론을 인식한 한두 명의 강경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 n번방은 여성청소년이, 그리고 여성이 겪는 수많은 위협의 일면일 뿐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정당과 언론, 검찰, 시민사회가 모두 나서서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의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임을 이용해 더욱 교묘히 협박, 착취, 강간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성청소년의 욕망은 욕망이 되지 못하고, 자유가 또 다른 억압이 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성청소년에게 요구되는 모순된 규범을 되짚어본다. 이번 사건의 해결이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규제와 제한이 아니라 여성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적 욕망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권리의 제한을 위한 논의가 아닌, 보장을 위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분노한다. 스쿨미투의 외침은 가해교사의 무죄 선고로 돌아왔고, 불법촬영 근절의 외침은 수십만의 n번방 참여자로 돌아왔다.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 ‘여성도 사람이다.’ 외쳤던 여성들의 절규는 손정우의 1년 6개월로, 최종훈의 집행유예로, 김학의의 무혐의로, 알 수 없는 보통의 평범한 가해자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돌아왔다.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정치가, 국회가 바뀌지 않으면 n번방은 되풀이 될 것이다.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졸속입법‘과 그 과정 속 법사위원들의 '막말'을 제대로 반성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안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청소년은 ‘룸나무’, ‘교복 은꼴’로 소비되어왔다. 여성은 아동일 땐 ‘로리’였고, 청소년일 땐 ‘고등어’였으며, 청년일 땐 ‘골뱅이’가 되었다. 여성은 인격체가 아니었고, 꼬시면 언제나 ‘따먹을’ 수 있는 존재였다.
이제 우리는 그 역겨운 호칭을 거부한다. 소비되는 객체로서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이제 여성청소년들은 당신들의 그 옹졸하고 유구한 전통에 균열을 낼 것이다. 우리의 분노와 외침은 결국엔 당신들의 그 견고한 세계를 박살낼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숨지 않고 당당히 외친다. 나는 당신들의 은꼴이, 당신들의 야동이 되기를 거부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각 정당은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처벌법 마련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소집에 응하고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 개정에 힘쓰라.
- 21대 국회가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지금' 처리하라. 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말뿐이 아닌 입법으로 책임을 보이라. 더불어, 성착취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을 처벌대상으로 간주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속 '대상청소년' 조항을 삭제하라. 또한 성범죄가해자 교원 징계 강화 등을 통해 청소년 대상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체계를 개선하라.
하나. 정부 부처는 피해자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을 신속하게 하라.
- 지난 26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빠르게 심의하겠다 이야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에게 적절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각 부처는 법률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 피해영상 삭제 등피해자가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차별적 지원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하나. 언론은 사건 왜곡을 멈추고, 2차 가해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라.
- 피해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자의 행위가 아닌 피해자가 위험하고 불안전한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탓하라. 피해자에게 '순수한 피해자' 상을 강요하고 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피해자 유발론'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언론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임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멈추고, 범행의 구체적 행위가 가십거리가 되어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 노력해야 한다. 특정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서사를 부여하는 행위 역시 중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가학성이 아니며, 피해자의 나이도 아니다. 언론은 보도에 신중을 기하라.
■ 정의당 성평등선대본
디지털 성착취 사건을 맞선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의 성을 매매하고 착취하는 도구는 텔레그램만이 아니었습니다. 텀블러, 소라넷, 랜덤채팅, 버디버디와 같은 각종 메신저와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성착취가 이어져왔습니다. 현안이긴 하나 예고된 현안이었습니다. 그간 외면되어왔던 이 현안에 대해 반응하고, 함께 분노하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발언들 역시 함께 보입니다. 디지털 성착취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맥락과 경험은 고려하지 않는 발언들, 가십거리가 되어 2차 피해로 확산되는 발언들 앞에 또 다른 분노를 느낍니다. ‘이때다’하고 수많은 메시지와 퍼포먼스는 보이나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행태 앞에서도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이것이 사회의 이른바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 사안에 분노한 ‘어른들’은 작금의 현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악마’로 여겨지는 일부 사람들이 만들어낸 단편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을 가능하게 한, 지탱한 지금의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살펴야 하며 그 안에서 본인은 어떻게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해자들을 찾아내 감옥으로 보내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바꿔낼 수 없습니다. 여성청소년을 교복물로 소비하는 사회, 청소년의 성에 대한 무지함을 칭찬하는 사회, 청소년을 두고 ‘미숙하다’고만 보는 사회를 바꿔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변화시켜낼 수 없습니다. 수많은 피해 청소년들이 “너네 부모님한테 다 말할 거다.”라는 가해자의 말에 피해 사실을 고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까?
정의당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4.15 총선이 다가오고 있으나 선거운동을 하루 중단해서라도 20대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자고 강력히 촉구하였습니다. 원포인트 임시 국회 소집을 통해 지금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님’을 전하며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가해자들이 분명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끔 촉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오늘 ‘텔레그램N번방’ 성착취 규탄 청소년 기자회견 자리를 통해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의당은 디지털 성범죄의 대다수 피해자인 청소년들의 안전한 일상을 지켜내겠습니다. ‘하루하루 조심해라’, ‘몸 가짐 잘 해라’ 라는 식의 ‘어른’의 말이 아닌 청소년 분들이 마주한 일상에서 젠더폭력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찾고 이를 예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시키겠습니다.
정의당은 디지털 성착취 방지 및 처벌법 마련 뿐만 아니라 피해당사자인 여성청소년이 마주한 현실에 맞서서도 분명히 목소리 내고 바꿔낼 것입니다. 성착취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을 처벌 대상으로만 간주한 지금의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상청소년’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청소년으로 재규정하겠습니다. 또한 성평등,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 교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또한 SNS,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알선 고리들의 확산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현실 역시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일상에서 실제적인 권한을 갖게끔 하는 것이 주요한 대책이어야 함을 오늘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일상적인 성폭력 문화 앞에, 입시 중심의 체제 속에 청소년은 수많은 권력과 권한에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한 것은 규제와 제한이 아니라는 점, 정의당 성평등선대본부장인 저 역시도 명심하겠습니다. 권리의 제한을 위한 논의가 아닌, 보장을 위한 논의로, 숨지 않고 당당히 외치는 오늘의 이 자리를 이어 여성청소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의당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0년 3월 31일
정의당 선대위 청소년총선사업단 (단장 권혁진 김서준 조단비) 및 성평등선대본 (본부장 조혜민·박인숙·임푸른)
노서진 김애리 김곽예향 이정연 조민정 신은수 박세영 최수진 김연경 김나윤 문시현 김박지원 김다은 김세민 이희정 이서우 최에스더 최현영 이채은 이혜연 윤서현 하정원 김성은 이다영 강한성 고정민 정유정 정수아 이예성 김수현 조선정 서재연 이현지 김시원 이희찬 한주완 김찬우 오세훈 김진수 최준서 양준호 정준우 나웅찬 유성윤 이민석 이상혁 안희정 정재훈 허경환 이재호 임준영 양진우 한석현 김정민 이재혁 문민기 서지훈 우민호 이형섭 김서준 김학준 박재형 이찬영 김준겸 노규원 서민재 한건희 박한진 서*빈 이*주 김*우 조*기 김*형 이*현 고*주 손*우 임*영 신*선 노*빈 박*윤 손*영 윤*현 이*원 김*정 하*윤 김*영 홍*윤 오*아 정*원 박*원 선*린 이*아 김*기 염*석 김*우 박*후 최*진 강*준 박*규 남*정 김*수 황*빈 이*훈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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