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정의당 비상구, 주40시간제와 회사분할,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연결고리
[보도자료] 정의당 비상구, 주40시간제와 회사분할,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연결고리

- ‘주52시간제’, ‘주52시간 상한제’가 아닌 ‘주40시간제’ 라는 이름표 제대로 붙여줘야
- 노동시간 정상화 회피하기 위한 편법 중 하나인 회사분할, 기존 신설회사로 승계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향될 우려있고, 단체협약은 휴지조각 될 수 있어
-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회사분할로 5인 미만 사업장 된 경우, 주요 노동관계법령 적용되지 않아 노동시민권 박탈
- 사용자 편의에 따른 연장노동에 대한 포괄적 사전합의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노동현장은 근로계약서 쓰자마자 ‘주40시간제’ 형해화
- 노동자 시간주권 침해하는 정부 노동시간 단축 정책 기조 변화 필요, 회사분할 시 고용·노동조건 및 단체협약 승계 명시하는 입법 마련, 5인 미만 사업장 주요 노동관계법령 적용, 사용자는 연장노동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노동자의 동의 받아야 
- 노동자들에게 ‘마음껏 일해 혁신할 자유’를 박탈한다며 10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100시간 동안 일 할 자유 줘야 한다는 반헌법적 발언 넘쳐나, 노동계약자유법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 포기하지 않는 노동인권법으로 거듭나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말, 정의당 비상구 노동상담 게시판에 “52시간을 안 지키려고 사업장을 쪼개는 대표”가 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주요 내용은 “사장이 52시간보다 더 근무를 시키려고 (50인 이상 300 미만 규모) 다른 회사를 만들고, 그쪽으로 인원을 옮기고 있다. 여기는 노조도 없고, 일이 있으면 철야에 주말 근무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을 하기가 힘이 든다. 52시간을 강제적으로 지키게 할 수 없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종편 방송사인 B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만들지 않으려고 별도 회사를 새로 만들어(쪼개기) 편집팀과 촬영팀을 몰아넣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예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잘게 쪼개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주40시간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중 하나인 회사분할의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현장에서는 애초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1주 12시간을 상한으로 하는 시간외노동에 사전 동의를 받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노동시간의 규율은 주로 노동시간의 길이를 중심으로, 그 방향은 노동시간의 단축이었다. 근로기준법은 2003.9.15.개정(2004.7.1.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으로 1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였다. 그러나 1주일은 5일이라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인해 주 최대 68시간까지 장시간노동이 계속되었다. 다시 돌고 돌아 2018년에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노동시간 단축은 누더기가 되었다. 2018년에는 현장 혼란을 이유로 6개월 처벌 유예,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추가 처벌유예를 연장(3개월)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50~300인 미만 기업에 적용되어야 할 주40시간제가 고용노동부 보완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계도기간 1년 유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특별연장노동 인가 사유가 대폭 확대되었다.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근간과 개정취지를 하위법령 개정으로 훼손하는 위헌적인 행위일 뿐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직권남용, 법률이 정한 시행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태한 불법적인 대책이라 할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자료는 2018년 과로사로 구분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자는 457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300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328명이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과로사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로사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동네북이 되어 우여곡절 겪고 있는 주40시간제는 기업의 갖가지 편법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회사분할(쪼개기)이다. 상법상 회사분할제도는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신설되었는데 회사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태생적으로 ‘기업이익의 보호’를 위한 제도이다. 

회사분할이 문제 되는 이유는 분할이 진행되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회사분할 등 사업조직의 재편(변동)과 개별적 노동관계, 집단적 노사관계, 사용자책임에 대한 문제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회사분할과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회사분할로 인해 신설회사로 승계될 노동자의 경우 그 지위가 불안해질 수 있다. 대법원은 “회사분할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는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해고의 제한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령 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라면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분할회사가 분할계획서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회사 분할의 배경, 목적 및 시기, 승계되는 근로관계의 범위와 내용, 신설회사의 개요 및 업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해당 근로관계는 신설회사에 승계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12.12. 선고 2011두4282 판결 참조). 

하지만 이에 대해 ① 전적 여부에 관한 ‘노동자의 동의권’이 갖는 의미가 고려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간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점, ② 노사가 구조변동 등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 ③ 동의권이라는 최소한의 무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해와 협력을 요하는 절차’는 요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④ 회사분할 또한 회사의 조직변동이고, 합병과 마찬가지로 권리의무의 포괄적 승계효과를 갖는 회사분할에 따라 근로계약도 승계된다고 해야 할 것인데, 왜 회사분할의 경우에 대해서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회사분할과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분할 전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과 단체교섭 상대방의 범위가 문제 된다. 최근 하급심 판결은 분할 전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중 노조 활동 및 운영에 관한 채무적 부분은 분할 후 신설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9.11. 2017카합80551 판결, 인천지방법원 2019.4.11. 2019카합10014 판결 참조). 단체협약 승계가 거부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훼손되고, 사측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대결적 노사관계를 의도적으로 야기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켜 노조 무력화 내지 노조 파괴 수단으로 활용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회사분할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핵심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시민권이 한순간에 박탈한다.


최근 1년간 임금체불 3회 이상 신고되어 노동관계법령 위반 확인 사업장 2,300여 곳 중 5인 미만 사업장 비율은 41.8% 였다(고용노동부, 2019.09.). 한국여성노동자회의 평등의 전화 상담 통계 분석 결과(2018년),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성희롱 교육 미실시율 97.7%, 가해자 69.7%는 사장이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중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비율 60.4%였다. 

한국사회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는 1999년에 이어 2019년에도 동일한 결정을 했다. 직종이나 업종의 특성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사업장 규모(상시 사용 노동자수)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을 배제하는 것의 합헌성을 영세사업장 사용자의 법준수능력의 미비나 국가의 행정감독능력의 한계에서 찾는 것은 논거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감안한다면 집단적 자치규범을 통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는 상당히 어려운 바, 결국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적 적용이 사실상 유일한 노동조건 보호장치라 할 수 있다. 상시 사용 노동자수 30인 미만 사업장 노조조직률이 0.1%(2019년)인 현실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조조직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주52시간제’ 또는 ‘주52시간 상한제’라 명명하고 있으나 ‘주40시간제’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법정기준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연장노동을 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노동자의 동의가 연장노동의 요건이다. 주 52시간제는 사용자가 연장노동을 노동자에게 시키면 당연히 1주 12시간내에서 일해야만 하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노동현장은 어떤가. 판례(대법원 1995.2.1. 선고94다19228 판결 참조)는 사용자의 편의에 따른 연장노동에 관한 포괄적 사전 합의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근로계약서는 “[연장근로 동의] ‘을’은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1주 12시간 이내의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에 동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주40시간제가 근로계약서를 쓰자마자 형해화 된다.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기 어렵고, 문제라고 생각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그 자리에서 입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는 노동자 보호를 위하여 연장노동을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부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가. 정부는 장시간 노동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회사분할의 경우 단체협약과 고용·노동조건 승계 규정을 명시하는 입법도 필요하다. 분할의 경우에도 영업양도와 동일하게 노동자의 거부권이 행사되어야 한다. 취업규칙에서 규율하고 있던 노동조건의 내용도 개별적 근로계약과 함께 승계되어야 한다. 일본 노동계약승계법과 같은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 동법은 회사분할로 조합원의 근로관계가 승계회사에 승계되는 경우 노동협약의 규범적 부분은 승계회사와 조합원 사이에서 동일한 내용의 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되며, 채무적 부분은 분할회사와 승계에서 어떻게 분담할지 등 노동조합과 분할회사의 합의가 있으면 이에 따르지만(동법 제6조 제2항), 합의가 없으면 승계회사와 소속 조합원 사이에서 동일한 내용의 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한다(동법 제6조 제3항).

영세·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하여 노동관계법령을 차별 없이 적용하는 것이 절실하다. 2018년 6월, 법제처는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규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2008.04.14.) 내용을 최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는 시간에 연장노동의무를 지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자기결정이 불가결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는 연장노동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한 사전 합의는 연장노동을 실시하는 시기와 합리적으로 근접한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 경우에는 연장노동의 구체적인 일시, 장소, 업무내용, 연장 노동시간의 한도를 특정하여 노동자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이 근로기준법 시대가 저물었다며 노동자유계약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에게 ‘마음껏 일해 혁신할 자유’를 박탈한다며 10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100시간 동안 일 할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반헌법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생존권(인간다운 생활) 보장,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실현, 노동조건 향상의 도모, 국제적 수준의 노동조건 보장 등을 기본적인 이념과 목적으로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는 노동인권법이 될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때다.

2020년 3월 10일
정의당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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