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민주당을 모두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습니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수정당이 많은 민주진영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의석수가 좀 줄어들지만 통합당의 의석수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통합당의 꼼수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낸다면 민주진영의 파이가 줄어들게 되므로, 비례대표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다면 파이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통합당이 비례대표로 많은 의석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1석도 확보하지 못하게 되어 개정 선거법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큰 박탈감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또한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에게는 민주당 비례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자발적으로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에서 비례정당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타협을 원천적으로 거부하여 어쩔 수 없이 비례대표를 내지 못하게 된다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비춰질 염려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오직 원칙을 고수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통합당의 꼼수로 인하여 정의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민주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절대 옳지 않습니다. 시민단체가 제안란 연합비례정당이 비록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민주당의 딜레마를 해결함과 동시에 개정 선거법의 취지도 살려낼 수 있는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비례정당 불가 원칙에 얽매이지 마시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 민주진영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