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제74주년 광복절 기자회견문

[보도자료] 정의당 심상정 대표, 74주년 광복절 기자회견문

 

일시: 2019814일 오후140

장소: 국회 정론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정의당 대표 심상정입니다.

 

 

대한민국이 광복 7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불굴의 정신으로 싸웠던 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선열들의 피땀 어린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광복절은 매우 기쁘고 뜻 깊은 날이지만, 우리는 이번 광복절을 그 어느 해보다 엄중한 분위기에서 맞이합니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한일관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국제무역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제도발에 나섰습니다. 한국을 제물 삼아 전범국에서 국제사회의 정치군사대국으로 건너뛰려는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우익의 역사수정주의와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현실의 대외정책으로 관철시키려는 아베 정권의 모습에서 74년 전 군국주의 세력의 잔영을 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일본이 정치적 야욕을 키우는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기념비적 시기에 일본 아베 정권은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와 수탈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무모한 도발을 연이어 벌이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정당한 과거사 해결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뜻을 같이 하는 양국의 모든 양심세력과 연대해 아베 내각의 헛된 야욕에 단호히 맞설 것입니다.

 

 

‘65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갑시다

 

 

일본의 전략적 도발은 불평등한 65년 한일협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박정희정권은 절박한 생존문제를 앞세워 굴욕을 수용했습니다. 그 후과가 반세기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을 계기로 ‘65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제가 제안하는 ‘65년 체제의 극복은 지난 1965년 일본과 맺은 한일기본조약 등 4개의 협정을 전면 파기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정의와 인권을 복원하는 역사를 새로 쓰자는 것입니다.

 

 

지난 한일관계에는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93년 고노담화,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95년 무라야마 담화, 98년도의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 등은 미흡함은 있어도, 불행한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한 한일 양국의 전향적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65년 체제 극복은 그 선언과 노력을 법적 정치적 토대로 삼아 신 한일관계를 제도화하자는 것입니다.

 

 

아베 정권이 새로운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대화에 당장 응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우리 내부의 낡은 ‘65년 체제극복을 시작해야합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정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양심세력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아가야 합니다. 올해 벌어진 한일 간의 갈등을 출발점 삼아, 내년 광복절까지 새로운 한일관계 구상을 만들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통령 산하에 ‘65년 체제 청산과 새로운 한일관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위원회는 정부와 여야 추천 인사를 참여시켜 구성하고, 이와 별도로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게 하는 방식을 제안 드립니다.

 

 

 

저와 정의당은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합니다.

 

 

첫째,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원칙대로 해결해 한일 과거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그것은 과거사 청산의 법적 기준을 세운 대법원 판결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분명한 책임과 원상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명기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책임 있는 배상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역사교육과 인권의식을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일본의 역사왜곡 시정과 새로운 한일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 공공외교를 지원해야 합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을 개정해 보복보다는 진실·화해 차원에서 접근하되, 고의로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은 정당성이 결여된 65년 체제를 바로잡는 최고의 법적 규범입니다. 이 판결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65년 체제 청산의 출발점입니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둘째, 65년 체제에 뿌리를 둔 한-일 경제관계를 전환해야 합니다.

 

 

한국기업의 이익을 일본경제가 고스란히 받아먹는 이른바 가마우지 경제의 뿌리는 역시 ‘65년 체제의 일부입니다. 때문에 아베의 경제도발에 맞서는 것이 단지 기존 한일관계구조의 원상회복으로 귀결돼서는 안 됩니다. 이참에 대일본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한일 경제의 분업, 협력구조를 전환해야 합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단기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우리 첨단산업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산업생태계를 재구축하는 근본적 전환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 전환의 핵심은 공정경제 실현과 과감한 경제민주화입니다. 재벌대기업 편향의 산업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공정경제, 경제민주화 없이는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나 기술독립은 요원합니다. 대중소기업이 수평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상생발전, 동반성장 하는 산업생태계의 구축이 곧 한국경제의 새로운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셋째, 한반도와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체제 실현을 위해 끊을 것은 끊고, 이을 것은 이어야 합니다.

 

 

아베 정권은 지난 82일 조치를 통해 우리를 우방국이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더 이상 일본과 안보에 대한 신뢰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일 간의 유일한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은 이미 그 존재 의미가 소멸되었습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이 협정이 연장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한일 안보협력을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신뢰와 협력의 토대가 갖추어진 다음에야 우리는 일본과의 평화적 목적의 안보협력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불신과 갈등의 시대에 이 협정은 한국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됩니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고 장차 중국을 상대로 한 동북아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함으로써 아시아의 지도국으로 부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쟁하는 국가일본은 우리에게 매우 불편한 수준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전쟁은 일본이 서야 할 자리가 아닙니다. 평화가 바로 일본이 서야 할 자리입니다.

 

 

지금 북미 간에는 새로운 대화가 시작될 조짐입니다. 우리가 1990년대 초에 중국, 소련과 수교했듯이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일본과도 수교를 해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촉진했듯이 북일 간의 대화도 촉진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성도가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도발적 언동을 하고 있는 것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한반도 평화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를 우리 정부가 중재하고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책임 공동체를 만드는 대한민국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은 체제전환의 시대입니다. 1965년 체제를 2020년 체제로, 동북아의 냉전체제를 평화협력 체제로, 재벌 경제체제를 수평적 협력의 경제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뉴노멀 시대의 국익과 새로운 국가비전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입니다.

 

 

74년 전 우리 선열들은 광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과 희망 속에 서로를 격려하고 고통을 이겨내어 끝끝내 독립을 쟁취해냈습니다. 비상한 시국을 맞은 이때, 선열들의 그 각오와 결기를 기억하며 일본 아베정권의 무모한 도발을 극복해냅시다. 동북아평화를 향한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만방에 알리며 진정한 광복을 완성해냅시다. 고맙습니다.

 

 

 

2019814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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