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성위원회,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관련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성 혐오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던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에 여성의 안전이란 어디쯤 위치하는지 다시금 되새긴다.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폭력은 여전히 여성을 안전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방화, 성폭력 등 흉악 범죄는 3만 490건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3천 477건보다 10배가 높다. 이 혐오는 이제 사이버 영역으로 확장하여, 여성은 시간과 공간을 특정할 수 없는 다수로부터 범죄 대상이 되었다.
어제 별장 동영상 논란이 일어난 지 6년 만에 김학의 전 차관이 구속 수감되었다. 일상을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오랜 요구에 화답의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 법원의 뒤늦은 구속 결정은 아쉽지만, 신병 확보로 탄력을 받은 만큼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한다. 다음 주로 예상하는 구속 영장 재청구에는 반드시 성범죄 의혹을 적시하기를 바란다.
많은 여성들이 강남역 일대를 추모의 촛불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만연한 일상의 불안이 그 만큼이기 때문이다. 운 나쁜 타인의 일이 아닌, 나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여성들은 안전한 일상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자 오늘 3주기 추모제에 다시 연대한다.
김학의 전 차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았다’고 심정을 말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밝힐 심정인지 묻고 싶다. 여성들은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닌, 일상의 안전을 찌르는 창살 속에 살고 있다.
2019년 5월 17일
정의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박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