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 용산참사 10주기 추모사
일시: 2019년 1월 20일 오후 1시 30분
장소: 마석모란공원
오늘 이곳 마석, 고인들의 묘 앞에 서니 마음이 더욱 먹먹해 옵니다. 우리는 엄숙한 마음으로 용산참사 10주년을 맞습니다.
2009년 새해벽두에 벌어진 참사는 사회적 약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이뤄지는 도심 재건축사업의 민낯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입자들은 스스로 일군 삶을 자신들의 터전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시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은 철거용역의 폭력을 비호하는 것을 넘어 강제진압으로 시민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명박 정부와 기득권세력은 자기 안위를 위해, 살아남은 피해자의 가족을 살인자로 몰았고, 희생자에게는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웠습니다. 용산참사는 소수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사회 부조리의 축소판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에만 성북구 장위동과 서대문구 아현동 재개발사업으로 세입자 둘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휴업보상금 제도의 개선만 있었을 뿐, 재개발과 재건축 지역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합법적 강제집행’이라는 이유로 철거민에 대한 폭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입자에 대한 전쟁이나 다름없는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고, 용산참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제는 길고 긴 참사를 끝내야 합니다. 지난해 9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용산참사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과실치사이며 사과하라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경찰청장은 약속한대로 피해자들에게 조속히 사과해야 합니다.
이들만이 아닙니다. 10년 전 피해자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며 두 번 세 번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일부 정치권과 언론, 또한 강제진압에 대한 면죄부를 발부한 검찰 역시 반성문을 제출하고 중단된 진상조사를 재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 번도 도덕적·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진압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진정한 반성은 사과에서 끝날 수 없습니다.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것이 정치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세입자와 주거약자들을 내쫓고 폭력을 행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현행 「도시정비법」을 비롯해 관련 제도를 바꾸겠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부, 그리고 참사10주년을 맞아 일제히 추모의 뜻을 밝힌 정당들은 내일부터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은 물론, 용산의 비극을 막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정의당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故 이상림 님, 故 양회성 님, 故 한대성 님, 故 이성수 님, 故 윤용현 님 그리고 故 김남훈 경사님. 10년이 지나 진실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떠난 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강제철거도, 세입자에 대한 폭력도, 강제진압도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2019년 1월 20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