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이제 자유한국당이 결단할 때. 나경원 원내대표 기존 협의-공감 토대에서
출발해야. 여야 간사 모여 만든 정개특위 3가지 토론안 모두 연동형 전제”
[모두발언]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오늘로 8일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주를 넘기면 열흘 넘어섭니다. 특히 고령인 손학규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저는 다음 주까지 단식이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원칙조차 끝내 합의되지 않아서 두 대표께서 국회에서 실려 나가는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겁니다.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정치를 더 이상 국민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게 호소 드립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대원칙과 로드맵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통해서 두 대표가 단식을 풀고 다음 주부터는 정개특위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민주당이 어제 최고위를 통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의 입장을 밝혔다. 원래의 민주당 입장인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긴 하지만 지난 한달 간의 혼선을 정리하고 당론 재확인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민주당이 단지 입장 재확인하는 데서 머물지 말고 한발 더 나아가서 선거제도 개혁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으로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민주당이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이런 말씀하시는 심정도 이해합니다만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당이 20년 숙원과제를 해결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질 때에 가능합니다. 또 다양한 협상의 수단을 가동할 수 있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선거제도 개혁 이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요청 드리는 말씀이라고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한국당이 응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또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그 뜻을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표의 단식 상황이 엄중하고 또 그동안 한국당의 정치일정으로 논의가 지체돼 온점을 감안한다면 한국당은 주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큰 기본원칙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나경원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이라는 일부 보도를 봤습니다. 사실 아니길 바라면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그간 논의를 공유하는 차원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원내대표는 개인이 아닙니다. 전임자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 거듭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제에 동감하고 공감한다는 이런 말씀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당 최고위 석상에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정개특위가 본격적 논의 앞두고 제시한 세 가지 토론안이 모두 연동형 비례제를 전제로 한 안입니다. 이 토론안은 정개특위 위원장이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여야 간사가 합의해 만들었단 점을 말씀드립니다.
정개특위는 아시다시피 원점에서 논의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정개특위를 통해서 논의해오고 공감해온 토대 위에서 이번에는 대단원의 결실을 맺자 라는 게 이번 정개특위의 목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거듭된 논의를 거쳐서 선거제도 개혁에 가장 중요한 대의는 비례성 강화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그것을 중앙선관위가 한국형 연동형 비례제의 모델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안을 2015년에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정개특위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인데 이런 수년간의 논의와 공감을 원천 부정한다면 그건 선거제도를 개혁할 의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야3당의 밥그릇을 위한 요구인 것처럼 말씀이 오가는 건 그건 지나친 사실 왜곡이고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연동형 비례제는 민주당의 20년간 당론과 공약으로 유지돼왔고, 이번에 야3당이 당론으로 확정했고 한국당이 원칙적으로 동감했기 때문에 정개특위가 세 가지 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논의 시작하는 과정에서 각 당 지도부들께서 연동형은 안 된다든지 또는 100%는 안 된다든지, 도농복합 아님 안 된다든지 이런 의견을 제기하심으로써 정개특위 논의가 발목 잡힌 것입니다. 그게 지난 과정입니다.
사실 양당의 정수논의 때문에 정개특위가 3개월간 무력화됐다가 뒤늦게 정개특위가 지각 출범함으로써 저희는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정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정개특위 논의를 진행시켜 왔습니다. 아시겠지만 몇 달 동안 당 대 당의 입장이 부딪혀서 표류해왔던 과거에 비춰보면 선거구 획정위도 열흘 만에 확정지었고 그동안 네 차례 공청회, 간담회,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국민여론 수렴하는 자문위도 구성됐고 이 자문위는 매주 회의를 열고 있으며, 어제도 자체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정개특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의를 건너뛴 적 없고 예정대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치 야3당 대표의 단식이 정개특위에서 갈등이나 좌초, 논의부진 때문인 것처럼 일부서 이야기하는 건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정개특위가 속도를 내서 그 위원장과 삼당 간사 간 합의한 연동형 비례제 전제로 한 3가지 토론안까지 마련하고 제시했는데, 그 발판을 흔들어버리니 논의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을 그 사실관계를 제가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정개특위 위원장 되고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될까, 선거제도 개혁 될까' 이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전 위원장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이 시민들의 삶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결하는 정치변화 첫걸음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선거제 개혁이야 말로 시민 삶 바꾸는 가장 빠른 출발점이라는 믿음으로 위원장에 임하고 있습니다. 선거제 개혁 통해서 국회가 국민 닮은 국회로 변화 될 때 촛불이 염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도 열어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쇼는 '민주주의는 지루한 성공만을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늘 이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그러나 이 선거제도 개혁은 충분히 지루한 시간을 거쳤습니다. 이제는 결단만이 남아 있고, 성공으로 가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당의 결단을 넘어서 선거제도 개혁의 성공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약속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정개특위를 앞으로도 성실하고 책임 있게 운영해나가겠습니다. 우리 양당, 특히 한국당의 빠른 결단 통해서 두 대표 단식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말 헌신적인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2018년 12월 13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