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님과 그의 평생의 꿈
-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
-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
고광용 연구위원
노회찬 의원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보좌진 몇 분을 알지만, 노의원님 스스로가 방송에서와 달리 샤이하고(수줍어하는) 과묵한 분인 데다가, 필자는 노의원님과 개인적인 친분은 거의 없다. 노의원실 요청으로 저출산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떨리는 마음에 노의원님 앞에서 발표를 한 적 있을 뿐이다. 한국사회 저출산의 시작과 근본원인이 무엇이었는지 통계적·사회문화적 측면 등 이미 다양하게 고민하시고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날카롭고 정확한 코멘트를 해주셨다. 또한 세세하게 내가 제시한 저출산 대책 중 문제나 부작용이 예상될 만한 지점은 사전에 짚어주셨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도의 긴장과 날카로운 코멘트와 논쟁 그리고 노의원님의 통찰과 깊은 지식체계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 대중이 그를 처음 만나고 필자 역시 강한 인상이 남았던 순간은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시절에 방송토론에서 '50년간 구워먹은 삼겹살 불판 갈아야 한다'는 탁월한 비유를 바탕으로 일성을 하셨을 때이다. 그 후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따뜻한 진보정치인, 촌철살인의 유머와 해학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치인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노회찬 의원님이 이루고 싶은 평생의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 생전에 그는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이 비례하는 선거제도라면 그 어떤 방식도 논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정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당에 투표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치가 선진화되고 각 정당 간 생산적인 경쟁이 유발되려면, 구태의연한 소선구제도는 개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금권, 지역주의 정치를 혁파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 100가지 개혁과제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고 거듭 밝혀왔다. 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가 바로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심상정 위원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승자독식의 소선구제는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켜 국민을 대의할 국회를 민심과 동떨어지게 한다. 반면,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국회의석수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와 민심을 일치시키고, 정당 간 (정책)경쟁과 협력의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네 삶은 경쟁, 세계 최고 저출산, 높은 청년실업과 주거빈곤, 고령화와 최고 노인 빈곤, 세계 최고 자살율 등 낮은 삶의 질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들은 경제와 교육, 사회 현장에서 경쟁에 내몰려 있는데 왜 정치만큼은 두 당만의 독과점 형태로 놓아두는지 모르겠다. 정치가 제대로 경쟁해야 좋은 정책이 나온다. 거대 양당의 양당체제를 공고하게 하고, 회귀시키는 절대 다수의 소선거구제(단수다수대표제)와 소수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치 경쟁과 협력, 좋은 정치를 막고, 우리네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대로 개선시키지 못한다.
선거제 개혁이 핫 이슈인 지금, 노의원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상기 시키고 싶다. 이제는 60년, 낡은 삼겹살 불판을 갈기 위해 평생 노회찬 의원님의 소신이었던 독일식 정당명부(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불판이. 대구경북(영남)지역은 자유한국당의 불판이, 수도권지역은 두 당의 불판이 시커멓게 탔다. 국민들께서 좋은 국회, 좋은 정치, 믿음직하고 일 잘하는 국회를 원하신다면, 국민 여러분을 보다 더 잘 대의할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여 민심을 닮은 국회를 구성하게 해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지지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한분 한분의 소중한 투표가 내 삶을 바꾸는 값진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