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은산분리 완화는 미래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초 정보통신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핀테크의 창의적인 시도와 시중은행 상대 ‘메기효과’ 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 제고, 비대면대출 확대 등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케이뱅크가 기대 이하의 유상증자로 제때 자본 확충을 못하여 대출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BIS 자기자본비율도 하락하게 되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야당은 유상증자 실패를 은산분리 탓으로 돌리면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소유를 34~50%까지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의 본질은 핀테크가 아니라 위험관리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에 실패한 이유는 은산분리 탓이 아니라 영업적자가 커서 투자자들에게 미래 수익성과 생존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유상증자에 성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산업자본인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규제, 은행의 대주주와 동일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제 등의 은산분리정책은 그동안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과 경제력 집중의 심화, 부실계열사에 대한 대출과 은행의 동반부실화, 이로 인한 금융위기 발생을 예방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력 집중이 심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에 은산분리가 더욱 중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소유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고 은산분리의 또다른 축인 대출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규제를 완화하여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대주주와 예금자 간 이해상충이 존재하고 대주주가 대출규제를 우회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면,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차명대출 등을 통한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우회대출을 완전히 방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대주주에 대한 대출규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명대출을 통해 규제 우회를 막지 못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은산분리 완화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는 것이 현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가 크지 않아 위험의 크기가 적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가 커지면 그 위험의 크기도 커지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데는 핀테크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중은행의 핀테크 투자규모는 인터넷전문은행들보다 훨씬 크다. 앞으로 시중은행의 핀테크와 비대면대출이 확대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구별이 무의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확대하여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에 가깝다. 그와 같은 논리라면 산업자본은 향후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소유규제 완화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용 창출은 비대면대출이라는 속성상 클 수가 없고, 경제활성화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의 무리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가져오면서 경제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정리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규제 완화에 따른 핀테크 발달과 고용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이로 인해 예상되는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대출규제 우회, 경제력 집중 심화, 산업자본과 은행의 동반부실화와 금융위기 가능성 증가는 우리 사회가 감수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 보수야당의 은산분리 완화 입법화 시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더라도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2018년 8월 8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
(문의 : 강훈구 연구위원, 02-788-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