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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DB(당원업체)

  • [요식업] <영등포 문래점> 동대문엽기떡볶이
업체명 <영등포 문래점> 동대문엽기떡볶이
연락처 02-2636-8592
이메일
홈페이지 http://www.yupdduk.com/

우리는 동네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문래동 <동대문 엽기떡볶이> 허○○ 당원



볕이 뜨거운 7월의 한낮, 인터뷰를 핑계로 엽기 떡볶이 맛이 궁금한 영등포당원 네 명이 문래동을 찾았다. 자영업자이며 정의당 당원인 엽떡 허 사장이 지역과 당과 인연을 맺은 계기부터 문래동 성숙한 골목 문화, 건강한 상업 문화를 가꾸고 싶은 바람까지 엽떡 허 사장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한가한 여름 오후, 작은 떡볶이가게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2015년에 개업해 올해로 사업 3년차, 온라인 업계 1위라는 떡볶이 브랜드지만, 떡볶이를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다. 오랫동안 학원 강사로 일하던 그녀도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승전밥집’이었다. 우연히 비어있는 상점을 보고 ‘떡볶이 (장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 딸이 ‘나는 엽떡 먹는데!’ 하는 말에 엽기 떡볶이와 바로 계약을 했고, 그녀는 ‘필연 같은 우연’으로 문래동에 가게를 얻었다. 계약을 하고 나서야 ‘그래도 먹어는 보고 팔아야 되지 않겠냐’ 싶어 처음 엽떡을 먹어봤다. 한 입 먹고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나 망한 것 같아’였다. 엽기라고 할 만큼 매운 걸 누가 먹을까 싶었다. 

호기롭게 떡볶이집 사장님으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며 매장을 열었지만 처음 1년은 ‘눈물 없인 못 들을’ 고생이었다. 장사 경험도 없는데다 매출은 기대 이하였다. 망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모든 신경이 매출에만 쏠렸다. 자영업하는 모두의 고민이라며 엽떡 허 사장은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먹고 살려면 이익을 내야하니까 재료비 아끼고, 인건비 아끼고 이런 걸 계속 계산하게 돼요. 이익이 안 나면 답답하니까 사람을 쓰다 말다 하면서 면구스러운 짓도 많이 했죠.”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매 달 적자를 버티는 게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다. ‘나 진짜 망했나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보니 일 년이 지났고, 그 때부터 조금씩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근처에 수제 햄버거 가게를 하나 더 운영할 만큼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매출을 대하는 엽떡 허 사장의 마음도 여유가 생겼지만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일 년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 일 년을 버틴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적자를 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자본이 있어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 년을 버틴 걸 보니 자본이 좀 있었나보다는 장난기어린 질문에 그녀는 ‘허리띠 졸라매고 안 쓰고 살았다’고 웃으며 답했지만, 모르는 소리 말라는 듯 ‘빚도 냈다’고 덧붙였다.



장사하길 잘했다 싶을 때? 언제나 사람 때문이더라. 


빚내고 허리띠 졸라매며 버텨낸 엽떡 허 사장! 이제 흑자로 돌아서 한시름 놓고, 이제야 투자금을 좀 회수하나 싶었는데 가게를 연 지 어느 새 3년차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녀가 3년차라는 사실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은 상가임대차 보호법 때문이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련된 민법으로, 이에 따르면 계약기간을 갱신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상가임대차 보호법 앞에 선 자영업자의 입장을 대변할 때, 노상 웃는 얼굴이던 허미희씨는 표정이 굳었고 빨라지는 말투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5년이 긴 시간은 아니에요. 사실 3년쯤 돼야 가게도 자리를 잡고 투자금 회수하거든요. 5년하고 나가면 그냥 본전이에요.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느냐에 따라서 그 동네 모습이 달라지고 문화가 바뀌어요. 건물주도 법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건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건 장사하는 사람이죠. 가게 하나가 동네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5년 있으면 나가야된다고 하면, 돈을 떠나서 억울한 거예요.”

억울한 건 또 있다. 자영업자들은 자기 이익만 고집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 자영업자가 매출과 이익을 따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자기 혼자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들만은 아니’란 얘길 꼭 하고 싶다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가게로 몇 백 명이 먹고 사는데요. 여기에도 숨은 노동들이 많아요. 작은 가게지만, 여기에 직접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는 사람만 몇 십 명이에요, 자영업자가 상권에 기여한 게 얼만데요. 몇 년씩 장사하면서 문화를 만들어내고 동네를 살리기도 해요. 자기 이익만 따지는 집단이 아니에요.” 
엽떡 허 사장은 장사가 안 돼 빚에 허덕이기도 하고, 이기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받거나, 나가라면 나가야하는 을의 서러움에도, (장사)하길 잘했다 싶을 때가 더 많다. 작은 가게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할 때이다. 뭐든, 어떻게든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궁지에 몰린 사람들. 생존이 달린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끈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는 게 그녀에게는 ‘엄청난 보람이고 일하는 동력’이 된다. 

그녀는 손님에게 너무 친절하지 않은 게 엽떡의 특징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알바노동자들에게도 너무 굽신거리지 말라고 주문한다고도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릎 꿇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생존의 장에 나온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자존을 잃지 않으면서 일하고, 일한만큼 기분 좋게 돈 벌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가게는 분명 좋은 가게를 만들 것이고, 일하기 좋은 가게는 또 가고 싶은 골목을 만들 것이며, 가고 싶은 골목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엽떡 허 사장에게는 있다.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기서 일할 때 참 좋았어.’라는 직원의 진심과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손님의 인사라고 했다. 
엽떡 허 사장이 정의당 영등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런 바람과 믿음 때문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 거기서 밥을 먹는 사람 모두 좋은 동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사장님과 알바, 노동자와 손님이 서로 존중하는 가게, 돈 버는 데만 눈 먼 가게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책임지는 공간, 우리 동네 사랑방과 같은 가게. 그런 가게를 보여주고 싶다고 얘기할 때 비로소 ‘동네 가게가 동네 문화를 만든다’는 말의 의미가 분명해졌다. 
 
“큰 국자 좀 줘봐.” 
엽떡 허 사장이 영등포 당원 네 명 앞에 놓인 그릇을 집어 들어, 그릇이 차고 넘치도록 한 국자 푸짐하게 퍼주었다. 
그 날 우리가 맛 본 것은 맵지 않은 착한 맛이었다. 그녀가 떡과 어묵, 튀김을 골고루 섞어 그릇 가득 담아준 엽기 떡볶이 착한 맛은, 매운 걸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순한 맛이었다. 떡볶이 한 국자와 함께 퍼준 이야기 역시 떡볶이만큼이나 착한 맛이었다. 

우리 동네 떡볶이 사장님이 한 가득 퍼주는 떡볶이 한 국자에도 마을살이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착한 떡볶이 맛도, 사장님이 퍼담아주는 이야기도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글. 정윤영(영등포 당원)/ 그림. 박수정(영등포 당원)



<영등포 문래점> 동대문엽기떡볶이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76
02-2636-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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