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북한, 통일이란?
[청년기자들] 20대가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생각
[청년기자들] 20대가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생각
내일이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방남하여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 그간 남북 정상의 만남이 모두 남측 정상의 방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북측 정상이 최초로 판문점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모든 것이 십여 년 만이다. 십여 년 전을 기억하는 이들은 오랜만의 교류에 감회가 새로울 것이고 잘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는 낯선 기분일 것이다. 90년부터 99년 출생자, 딱 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 현재 20대이다. 이들의 기억 속 북한은 어떤 상태일까? 이들은 과연 통일을 염원할까?
지난해 말,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선 통일담론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연구에 실린 통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통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1.1%였고 20대는 49.7%로 가장 높았다. 또 “남북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진정한 소망이다”에 동의한 20대의 비율은 13.7%로 연령층 중 가장 낮았다.
그간 왜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북한의 상황을 알 수도 없었다. 막연하게 한민족이니 당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감성적 민족주의 호소의 방식은 다른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4월이 되었고,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의 정치적 흐름을 20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의 변화가 있을까? 급변한 남북관계 속에서 20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 기억, 기대를 알아보기 위해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연합광고동아리 ‘애드레날린’을 포함해 총 102명의 20대가 참여해 주었다. 낮은 표본과 제한된 조사 환경 때문에 조사 결과가 실제보다 약간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통일에 대한 인식, 90%가 필요성을 인정 그러나…
맨 먼저 북한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75.5%, 즉 응답자 대부분이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일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56.9%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14.7%만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골랐다. 그 뒤의 답변은 더 흥미로운데,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53.5%가 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성은 있지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항목이 37.6%, 필요 없다가 8.9% 의 지지율을 보였다. 도합 90% 이상, 절대 다수가 통일의 필요성 자체는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희망하는가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지 형태를 물었을 때에는 ‘통일YES. 민주주의 단일국가 통일을 지향한다’가 49%로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고 ‘통일NO. 화해, 평화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가 32.4%를 얻어 그 뒤를 이었으며 ‘통일 YES. 1국가 2체제 연방 통일 지지’는 14.7%, ’통일NO.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한다‘ 는 3.9%의 지지를 받았다.
문화교류에 대한 기억
개별 콘텐츠에 대한 기억 미미, ‘없다’도 10% 이상
다음으로, 남북 문화 교류를 접한 경험에 대해서 77.5%가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기억나는 이벤트로는 2010년대까지도 이어졌던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이 75.5%로 압도적인 답변을 받았고, 2006년까지 가능했던 ‘금강산 수학여행’을 기억하는 비율은 33.3%, 2000년의 시드니올림픽 단일기 입장을 기억하는 비율이 20.6%로 그 뒤를 이었다.
TV 콘텐츠를 기억하는 비율은 이보다 낮은데 2005년에 방영한 ‘MBC 느낌표! –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대회‘는 17.6%, 역시 2005년의 ‘이효리-북한배우 조명애 합동 Anycall CF’에 대한 기억은 10.8%에 그쳤다. 교과 과정 ’통일‘ 과목에 대한 기억 역시 10.8% 였고, 이 중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그보다 높은 13.7% 였다.
변화 및 기대…긍정적 평가 과반수, 60% 고정 비율
현재 시국 및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기대 또한 알아보았는데, 먼저 평창올림픽 단일팀과 북한 예술단, 응원단 방문에 대한 여론은 긍정이 63.7%, 부정이 23.5%,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답변이 12.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책이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비슷한 수치로 과반수인 65.7%가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았으며 별로 차이를 모르겠다는 답변이 34.3% 였다.
반면 본인의 남북관계 인식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이었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49%, ‘별로 차이가 없다‘ 48%로 거의 대등한 상황이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3%로 미미한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변화가 기대된다‘ 가 61.8%, ’잘 모르겠다‘가 25.5%, ’부정적으로 본다. 내키지 않는다‘ 가 12.7%를 기록했다.
‘하나’가 아닐지라도 ‘주적’은 더욱 아니다
본 조사가 보수 성향이 강한 청년들을 표본에 많이 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으나, 지난해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비해 긍정적인 응답이 높아진 결과에 흥미롭게 볼 만한 점이 많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성향이 압도적이지만 거의 모든 응답자가 통일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며, 50%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 대부분은 단일 민주주의 국가로의 통일을 원했으며 연방제 통일에 대한 여론보다는 화해, 협력의 분단 상태에 대한 여론이 두 배 이상 높은 걸 보았을 때, ‘군사적 대립은 안되지만 북한 체제를 받아들여서도 안된다’가 20대의 주된 인식인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의 필요성은 있지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항목이 3분의1 이상의 호응을 얻은 것 또한 청년들의 의식 속에 통일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 감당해야 할 문제들을 고려했을 때 열망이 결코 높지는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화 교류 이벤트의 경우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이 2000년대 초중반에 이루어진 행사였던 점에서, 90년대 후반 출생자인 현재 20대 초반 성인들에게는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이므로 많이 기억하지는 못한 편이었다. TV콘텐츠는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고 금강산 수학여행이 가능했음을 아는 비율도 응답자의 3분의1 수준인 것을 보아, 10년의 교류 부재 속에서 현재 20대의 기억 속 북한은 핵개발, 무력도발이 훨씬 강한 인상을 차지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긍정적인 편이라 전망이 밝아진다. 과반수가 이 같은 정책을 효과적이라 보았고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확실히 적다. 긍정 여론이 60% 초반의 고정 비율을 보여, 구체적인지지 성향을 떠나 다수가 관계 개선과 화해 기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대학교 후문에 붙어 있던 ‘트루스포럼’의 대자보
물론 20대의 보수화, 반북 감정의 확산은 두드러지는 사회 현상이었다. 지금도 이 흐름은 진행 중이다. 대학가에서는 사회의 거짓을 폭로하고 진실을 알린다는 신조의 ‘트루스포럼’이라는 극우 성향 학생단체가 대자보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연방제통일은 적화통일의 전 단계이고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통일을 지향한다고 해석하며, 자유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현재 청년 세대에게 민족주의적 통일 열망이 사라졌다 해도, 20세기 식 반공주의의 힘 역시 같이 사라졌다. 단 몇 개월의 문화 접촉과 화해 기조만으로도 인식 개선에 기여가 된다.
이런 흐름에서 앞으로의 대북 정치 상황도 긍정적이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정세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지만, 절대 다수가 동의하는 ‘평화’ ‘행복’은 최우선에 오는 변함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