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진보정당 STORY] 98. ‘나는 꼼수다’ 열풍

98. ‘나는 꼼수다’ 열풍
    : “쫄지마! 시바”

  

 

 

2011년 안철수 ‘현상’과 함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현상은 ‘나꼼수 현상’이었다. 스마트폰 대량 보급을 통해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정보 소비와 유통 방식도 달라졌다.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선택적으로 소비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했다. ‘소셜 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저널리즘’으로서 팟캐스트가 대안 미디어로 각광을 받았고, 이 중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졸라’와 ‘쫄지마 시바’를 연발하며 금기와 성역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비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가카(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라고 비틀어 표방한 ‘나꼼수’ 열풍은 놀라운 것이었다.

 

여기에는 공중파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KBS, MBC, YTN 경영진이 장악되었고, 공정방송을 지키려던 기자들이 거리로 쫓겨났으며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아이템은 철저히 차단되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손석희, 정관용,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같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는 쫓겨났다. 권력이 말길을 막은 것이다. ‘나꼼수’는 국민 2천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SNS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말길이었다. 나꼼수 청취자들은 ‘기존 언론이 전하지 않는 부분을 보도하기 때문’에 나꼼수를 듣는다고 대답했다. 2011년 12월 1일, MB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에 대한 신뢰도> 측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꼼수의 신뢰도는 40%로, 조중동 17.2%를 두 배 이상 앞섰다. 나꼼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으로 알려있던 걸 파고들어 여당 소행이라는 걸 밝혀낸 것 뿐 만 아니라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처음 터뜨리는 등 특종 제조기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이렇게 되자 나꼼수가 터뜨린 특종을 제도 언론이 받아서 보도하는 현상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대안 미디어가 기성 미디어를 이끄는 상황이었다. 나꼼수의 참다운 미덕은 강한 오락성을 가진 본격적인 정치토론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정치는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갖고 참여해야 할 그 무엇이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나꼼수의 역할은 비할 바 없이 컸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양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2011년 12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나꼼수 콘서트는 ‘폭로 저널리즘’으로 공격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에리카 김’의 녹취록 공개와 혼외자녀를 암시하는 ‘눈 찢어진 아이’에 관한 언급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근거도 불명확한 ‘그 아이’가 입을 인권 침해 요소를 걸러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나꼼수 스스로 주류문화에 도전하는 B급 문화임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주류문화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민주통합당이 나꼼수 효과를 이용해 나꼼수 프로듀서 김용민을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을구에 전략 공천한 것은 오히려 민주통합당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되어버렸다. 보수진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용민의 과거 막말 전력을 폭로하면서 공격했다.

 

그간 나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보수진영이 문화적 탈권위시대로 진입이 지체되어 있던 한국 정치의 허위의식을 십분 활용하면서 융단폭격을 퍼부어댔다. 나꼼수는 온라인에서 강력한 매니아층을 결집시키긴 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정치적 보수주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꼼수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라기보다 나꼼수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 정치의 무능과 무기력의 문제였다. 나꼼수는 2012년 12월 19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여러분 자신을 위해 투표해 달라. 아는 이들 모두에게 이번만은 투표해 달라고 하라”는 마지막 방송을 내보내고 막을 내렸다. 나꼼수의 영향은 그 후로도 정치 시사 팟캐스트가 만개하는 토양을 제공했으며 역설적으로는 보수적 종합편성채널까지 나꼼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시사프로그램을 양산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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