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진보정당 STORY] 73. “노무현 탄핵”

73. “노무현 탄핵”
    : 민주노동당은 ‘민생을 외면한 치킨게임’이라며 비판

 

 

 

 

 

 

 

 

 

2004년 4월 총선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2003년 말 차떼기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었으며,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반쪽이 되어버린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배신의 정치’라며 원한을 곱씹고 있었다.

 

2003년 11월 11일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지역주의 극복과 전국정당화를 내걸고 총선에서 제1당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노대통령은 이에 호응해 민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창당되자마자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급상승해 1위로 올라섰다. 차떼기로 인한 지지율 추락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한나라당과 배신의 정치라며 치를 떨던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자폭의 뇌관을 건드렸다.

 

2004년 2월 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 기자들에게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면 그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2월 24일 방송기자 초청 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며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걸 다하고 싶다”는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선관위는 3월 3일 노대통령의 그와 같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다음 날 노대통령은 선관위 결정을 납득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공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노무현의 승부사적 기질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3월 5일 선거법 위반과 측근 비리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튿날 청와대는 부당한 압력이라며 거부했다. 치킨게임과도 같았다. 자민련은 한 발 뒤로 빼고 있었다. 그러나 3월 11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친형 노건평 씨에게 3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노대통령이 “좋은  학교 나오고 머리 좋으신 분이 시골에 있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회견 후 남 사장이 한강에 투신자살하면서 탄핵안에 대한 자유투표로 선회했다. 탄핵이 현실화된 것이다.

 

3월 12일 탄핵안을 표결하는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46인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탄핵안 상정을 몸으로 막았다. 그러나 박관용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하나하나 끌어냈다. 온 국민이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 의원들 195명이 투표해 193:2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창원의 로템사를 방문 중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노대통령은 “지금 이 과정은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괴롭기만 한 소모적 진통은 아닐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헌재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며 사저 칩거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자기 당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발언만을 문제 삼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이 기상천외한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7:3 정도로 반대여론이 높았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탄핵 무효를 외치는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민주노동당은 국정을 마비시키는 걸 뻔히 보면서도 당략에 눈이 멀어 탄핵안을 가결시킨 세력이나 선관위의 중립의무 촉구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탄핵 도발을 유인한 대통령이나 서로가 무책임한 치킨게임을 일삼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3월 12일 민주노동당은 탄핵정국의 책임이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규정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차떼기 정국을 만회하려는 한나라당, 날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민주당의 야합이 만들어낸 기획이며, 또 탄핵을 빌미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해 극한 대결을 유도하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략이 빚어낸 결과”라며 비판하고 ‘보수정치권심판 비상국민행동’의 구성을 제안했다.

 

대통령의 정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을 근거로 자기가 속해 있는 당이 총선에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해온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탄핵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탄핵이냐 아니냐’는 양자택일의 쟁점이 형성되는 건 소수당의 존재감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자 정책선거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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