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대표는 늘리고 특권을 줄이자”
: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국회의원 정수 360명으로 확대 돌직구 제안
2015년 3월 15일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작심한 듯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현행보다 60명 더 늘리자는 폭탄제안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가동을 앞두고 새로운 논점을 만든 것이다. 심상정 의원의 이같은 제안에 찬반양론이 뜨거워졌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국민들의 여론은 고울 리가 없었다. 허구한날 정쟁과 자기 잇속을 챙기는 계파 다툼으로 지새며 민생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의원 정수를 더 늘린다는 것은 여론의 몰매를 맞을 짓이었다. 심 의원은 이런 여론의 역풍을 각오했다. 오히려 정의당이라는 진보정당과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심상정’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소명감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유권자 절반에 가까운 표를 사표로 만들어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은 오래된 것이었다. 정당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치학자들만이 아니라 정치권 내에서도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2014년 10월 말 헌법재판소에서 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법안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졌고, 의원 정수 문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조정 문제가 곧바로 닥칠 현실적인 문제로 되었다.
여기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른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정치개혁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선관위의 개혁안은 의원정수는 그대로 두고 지역구 200,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의석이 46석 줄어들게 된다. 지역구에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오히려 비례의석을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방안이 솔솔 흘러나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대선후보 공약이 선관위와 같은 ‘권역별비례대표제’였음에도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심상정 의원은 이처럼 기득권 정당에서 지역구 축소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국회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치개혁안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특권은 줄이고 대표는 증원하는 것’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는 OECD 평균보다 30~60명 부족하다. 서울대 조국 교수의 지적대로 “국회의원과 몇몇 보좌관이 상임위 소관 평균 10개 정부기관을 조사, 견제하는 황당한 상황”인 것이다. 심 의원은 세비 20% 삭감, 운전비서 폐지, 해외출장 등 의원활동의 투명한 개혁을 통해 국회 운영에 드는 총비용을 동결하면서도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국 교수도 이에 동조해 국회의원의 비업무적 특권은 줄이고 ‘업무적 특권’과 질박한 ‘동료 시민성’을 갖춘 의원이 많아져야 민주주의도 행정부와 재벌에 대한 견제도 강화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사실 정치를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논리로 보면 정치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국세를 낭비하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려면 극단적으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없애는 게 낫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민의를 대변하는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행정 독재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예로 행정부의 일방 독주에 의해 해외 자원외교에서 40조의 혈세가 증발된 것만 보더라도 과연 민의의 대표기관을 약화시키는 것이 반드시 국세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국회의원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선진국이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것을 보면 민주주의를 위한 비용이 국민의 후생 복리를 증진시키는 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표를 축소하고 정치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의 이면에는 견제 받지 않으려는 행정부와 재벌의 숨은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심 의원의 총비용 동결과 대표의 확대는 ‘고육지책’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의원정수 확대 제안이 곧바로 여론의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육참골단’의 방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