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21세기에 삐라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 정의당, ‘카카오톡’ 검열에 삐라 살포로 맞서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 기이한 망명사태가 벌어졌다. 망명자 수는 10월 중순에 이미 2백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반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 판검사 등 체제의 수호자들조차 망명대열에 동참하고 있었다. SNS메신저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망명이었다.
해외토픽으로 대서특필될만한 이 사건의 발단은 ‘레이디가카’, 혹은 ‘마리안통하네또’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검찰은 즉각 카카오톡을 털었고 다음카카오 측은 고객들의 신상을 검찰에 고분고분 갖다 바쳤다. 분노한 시민들은 카카오톡을 버렸다. 카카오톡은 SNS메신저업계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IT 검열로 인해 그 위신은 하루아침에 폭락했고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와 검찰이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이같은 세태를 비판하며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삐라 살포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노회찬은 반북단체들이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삐라 살포에 대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므로 단속할 수 없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이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삐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 제안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박정희 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된 부마민중항쟁일인 10월 16일, 정의당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아래서 노란 풍선에 ‘각하 제 카카오톡 좀 엿보지 마세요’, ‘나의 은밀한 밴드를 허하라’는 등의 메시지를 담은 삐라를 매달아 청와대 쪽으로 날려보냈다. 21세기 IT강국에서 19세기 삐라가 찬란하게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정의당의 이같은 공개적인 삐라 살포 퍼포먼스 이후 행위 예술가를 비롯한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삐라 살포 대열에 동참했다. 바야흐로 21세기 대한민국에 삐라의 유령이 배회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