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세월호 특별법
: 정의당, 새누리-새정련 야합에 항의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에서 원내 5석의 정의당은 소외되었다. 정의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가장 먼저 입법 발의한 정당이었지만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를 가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만이 마치 민의를 독점적으로 대변하듯 양자간 교섭만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진행되었다.
350만의 국민 서명으로 세월호 특별법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되었으나 입법행위를 독점하고 있는 국회, 특히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둬 원내 과반 의석을 보유한 새누리당에게는 그저 귓등으로 들리는 소리에 불과했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 강경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데 혈안이 되었다.
무기력증에 걸린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빼버린 특별법에 합의해주었다. 새누리당이 수사·기소권을 반대한 논거는 ‘사법체계가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설특검으로 조사하면 충분하다고 버텼다. 국가의 직무유기에 책임이 있는 대통령 자신도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과연 독립성을 지키며 성역 없는 조사를 할 수 있겠는가?
전국 법학자 229명이 한결같이 한 얘기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찰과 경찰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며 “국회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결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헌법에는 영장청구권 외에 수사·기소권을 어디에 부여할지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고 있으니 새누리당의 주장은 기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수사.기소권 요구를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삭제하는 데 합의해준 것이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에 합의된 상설특검은 이러한 세월호 특별법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 것입니다. 불과 3개월에 국한된 짧은 조사 기간,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게 임명될 특별검사, 진상조사위원회와 불일치된 활동기간과 등을 감안하면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정부 쪽에서 핸들링 하는 특검이라면 별도의 특별법이 무엇 때문에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350만명의 국민청원, 목숨을 내건 유족들의 처절한 단식, 생존 학생들의 100리 도보행진 등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을 깡그리 무시해버린 폭거”에 다름 아니므로 새누리-새정련 간의 ‘야합’ 폐기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의당 의원단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5석짜리 소수 야당의 한계를 뼈저리게 곱씹고 있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일언반구 하지 않았고 세월호 특별법은 수사.기소권이 빠진 채로 통과되었다. 이렇게 불완전한 특별법조차 정부 여당은 시행령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권한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을 주입해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했고 이에 항의하는 유가족을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것은 야당 정치의 부재가 빚은 또 다른 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