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우의 한 컷 만화, 정의당 STORY] 36. 노회찬의 ‘신의 한 수’

36. 노회찬의 ‘신의 한 수’
    : 새정치민주연합, 무능한 제1 야당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2014년 7월 30일 ‘미니 총선’이라고 할 수 있는 재보궐선거가 전국 15개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여당의 무능을 심판해 달라는 야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여당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야당의 텃밭이라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당선됨으로써 결국 7.30 재보궐 선거는 제1 야당의 정치적 무능이 빚은 참사가 되어버렸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파동은 지기 힘든 선거를 패배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선거일을 닷새 앞두고 41조 경제활성화 예산을 퍼붓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새누리당을 노골적으로 측면 지원했다. 순천 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후보는 아예 이 지역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며 여당 정치인을 뽑아야 지역이 발전된다는 논리를 동원했고, 동작을구의 나경원 후보는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고 경제적 번영에의 욕망을 자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렇게 공천 내홍을 겪는 가운데 정의당은 동작을구에 노회찬 후보를 내세웠고, 천호선 당대표가 수원 영통, 이정미 부대표가 수원 팔달, 문정은 부대표는 광주 광산구에 출마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여권 심판을 위한 야권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정의당의 좋은 후보들은 신생 미니 정당의 후보로서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저평가 우량주’였기 때문에 선거에서는 당의 성장을 위해 틈새의 균열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공천 내홍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야당 심판’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 체제는 ‘선거연대는 없다’는 원칙론만 되뇌일 뿐이었다. 마치 무덤인 줄 알면서도 달려가는 ‘레밍쥐’(Lemmus)와 다를 바 없는 무전략의 제1 야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동작을구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의 ‘신의 한 수’가 출현했다. ‘선민후당(先民後堂)’의 마음으로 단일화할 것을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 후보에게 제안한 것이다. 노 후보는 “24일까지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회찬이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사전 투표일인 25일 전까지는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여권 필승으로 밋밋하게 흘러가던 선거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노회찬의 신의 한 수’라고 대서특필했다. 노 후보로서는 야권 필패가 분명한 상황에서 스스로대승적 결단을 내림으로써 단일화의 돌파구를 연 것이다. 소탐대실이라는 욕을 얻어먹을 게 뻔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노 후보가 던진 한 수에 손을 들고 말았다.

 

이렇게 야권 단일후보가 된 노 후보의 치열한 추격전이 시작되었으나 단일화의 시점이 너무 늦었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다툼으로 야권의 지지표가 충분히 결집되지 못했으며, 또 노동당 김종철 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함으로써 막판까지 따라붙었으나 929표 차로 아깝게 지고 말았다.

 

선거 결과는 정치평론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11대 4로 야권의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 한 번도 밟아 본 적이 없는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의당은 노회찬 후보의 선전으로 선거 후 또다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불안정한 2%’라는 빈사의 지지율에 허덕이던 정의당 지지율이 선거 직후 7% 이상으로 수직 상승했고, 입당자도 급증했다. 이후 5%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지지율 유지도 이를 계기로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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