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국정원 개혁 하나 얻어내지 못하고...
- 정의당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원천봉쇄 위해 ‘해외정보원법’ 발의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권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촛불의 열기가 더해가던 2013년 8월 28일 국정원은 서둘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예비음모사건’이라는 걸 터뜨림으로써 맞불을 피웠다. 국정원은 대선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대선에만 개입한 것이 아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공작한 흔적도 드러났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대선이든 무사할 수가 없으니 발본적으로 쇄신해야 했다. 그러나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투척함으로써 부정선거 규탄 촛불집회에 찬물을 끼얹고, 나아가 국정원 개혁 여론을 잠재워 국내 정보업무 유지의 명분으로 삼고자 한 것이었다.
촛불이라는 거대한 운동의 열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뭔가를 남겨야 한다면 그 최소한이 바로 국정원 개혁이었다. 다시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그놈의 손가락’을 묶어버려야 했다. 정의당 의원단은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관의 업무도 ‘국외 정보 수집, 작성 및 배포 업무’로 제한해 국내 정치개입을 원천 금지토록 하는 ‘해외정보원법’을 9월 5일 발의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기밀을 다루는 조직이므로 국회에서 개혁을 논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낼 것을 주문(7월 8일 청와대 비서관회의)하면서 국정원 개혁을 국회가 논의하지 못하도록 방향을 틀고 있었다.
사실 국정원이 위기탈출용으로 터뜨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이 불법 정치공작으로 비난받고 있는 한 복판에서 작업한 공작정치의 산물 아닌가?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정원이 거꾸로 매카시즘의 광풍을 동원하는 공작정치를 감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방패막이를 들고 자신이 만든 셀프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탄의 대상이 되어 온 남재준 국정원장 유임, 국내 정보 파트 그대로 유지, 사이버 심리전단 유지 등 앞으로도 댓글을 계속 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새누리당의 비호 하에 뼈를 깎는 쇄신이 아니라 때만 미는 ‘세신(洗身)’을 하고 만 것이다.
연말에 타결된 국정원 개혁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이버 심리전을 빌미로 한 정치개입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 선을 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4년 4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은 국정원이 여전히 증거조작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개 버릇 남 못 주는 국정원의 개혁은 결국 미완의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