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통령직이 ‘부당거래’의 댓가냐? 진보정의당 거리로 나서다.
박근혜 정권은 태생에서부터 정통성 시비를 겪었다. 국가기관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이명박이 꽂아놓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도움’을 받아 당선되었다면 보수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한 품앗이나 부당거래의 커넥션이 얼마나 집요한지 나중에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서 밝혀야 할 일이었다.
어쨌건 국정원 댓글조작이 처음 문제가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댓글 몇 개 달았다고 대선 결과가 뒤집어지느냐고 하면서 가볍게 넘기려 했다. 그러나 댓글 몇 개가 아니었다. 국정원 댓글녀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단 댓글만 99건이라는 게 확인되었고, 국정원은 댓글녀를 포함한 사이버 심리전단을 대규모로 운영해 야당 후보 반대글을 무차별 살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정원의 ‘대국민 심리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이 아니었다. 트위터 등 SNS 공작은 확인된 것만 121만건, 조직적 활동이 아니면 불가능한 엄청난 분량이었으며 선거에 실제로 영향을 줄 정도였다.
게다가 국정원만이 아니라 국방부와 보훈처 등 국가 기관이 총체적으로 개입한 부정선거였음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 댓글녀 수사를 맡았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사를 방해하는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서울경찰청은 댓글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명백한 국정원 개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덮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선 후보토론이 끝나고 선거 직전인 12월 16일 밤 11시19분에(!)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 발견 못해”라는 뉴스 속보를 띄웠다. 경찰청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들이 하나씩 폭로되자 박근혜대통령은 차츰 궁지에 몰렸다. 부정선거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켜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천주교 사제들까지 나서서 부정선거에 의해 당선된 박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억울한 낙선 당사자인 민주당의 대응은 물렁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에서 “대선 불복이냐?”고 힐문하자 그것은 아니라며 화들짝 놀라 한 발 물러섰고, 정부여당의 느닷없는 NLL 대화록 물타기 공세에 말려들어 또 허우적댔다.
이에 반해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심상정 원내대표가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대국민 사과와 즉각적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국정원 전면개혁을 위한 대국민 행동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정부여당에 의해 NLL 대화록 물타기가 시작되던 6월 21일이었다.
진보정의당은 “국민은 들끓고 있지만 대통령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기에, 국민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순회 정당연설회를 통해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민주당이 더 강력히 싸울 것도 촉구했다.
진보정의당은 “국회 안에서 새누리당과 벌이는 소극적 힘겨루기만으로는, 대통령의 사과를 얻어 낼 수도 6월 임시국회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도 어렵습니다. 진보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조사 즉각 실시, 국정원 전면개혁을 위한 대규모의 국민선언을 추진하고, 야권의 제 정당 그리고 시민사회에도 이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며 민주당의 소극성을 비판했다. 작지만 강한 정당, 진보정의당은 그렇게 국민들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