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2013년 4?24 재선거, 노원병을 잃다.
노회찬 대표는 의원직을 대법원에 의해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1년간의 자격 정지로 당원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정치인에서 자연인으로 강제 추방당한 노회찬은 심지어 입마저 묶였다. 노회찬은 국민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진보정의당을 국민들 가까이 데려갈 간판 스타였기 때문에 그 손실은 더더욱 뼈아픈 것이었다. 진보정의당은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맞서 노회찬 대표의 지역구인 노원병 재선거에 김지선 후보(전국여성노조 지도위원이자 인천여성노동자회 이사. 노회찬 대표 부인)를 출마시켰다.
3월 10일 출마선언 단상에 오른 김지선 후보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많이 떨립니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35년전 여의도 부활절 예배 단상에 올라 50만의 인파 앞에서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을 때만큼이나 긴장됩니다.…4월 24일은 거대재벌과 부도덕한 권력에 의해 짓밟힌 정의를 바로 세우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안기부(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인 이번 선거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노원 주민의 힘으로 입증하겠습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이 삼성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으로 규정한 노원병의 재선거는 녹록치 않았다. 안철수씨가 이 지역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불신 위에서 보수와 진보간의 소모적인 진영 대립을 넘어 ‘새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메시지를 갖고 나왔다. 야권 대선후보로도 상당한 지지를 모았던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는 진보정의당에겐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일각에서는 고향이 부산인 안철수에게 ‘박근혜 정부 개국 공신’ 김무성 전 총괄선거대책본부장과 영도에서 맞붙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안철수로서는 불확실한 모험을 회피하고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서울을 선택한 것”이라며 노원병 출마를 강행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진보정의당이 그려보았던 ‘삼성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이라는 선거구도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진보정의당은 김지선 후보는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40일간의 선거기간 중 연인원 5천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강력한 선거운동을 펼침으로써 ‘노회찬은 무죄’라는 주민들의 마음을 확인했고, 나아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