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설’쓰는 고3들?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의 어두운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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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
2017학년도 |
2016학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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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명) |
비율(%) |
인원(명) |
비율(%) |
인원(명) |
비율(%) |
학생부 교과 전형 |
140,935 |
40.0 |
141,292 |
39.7 |
140,181 |
38.4 |
학생부 종합 전형 |
83,231 |
23.6 |
72,101 |
20.3 |
67,631 |
18.5 |
▲ 대학교육협의회 측의 입시 안내 자료 ‘2018학년도 대입정보 119’를 토대로 재구성한 2018 대입 각 전형 별 모집 비율 비교 그래프(위), 학생부 중심 전형 최근 3개년간 모집인원 비교 표(아래). 학생부 중심 전형은 박근혜 정부 이래 수년간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고 올 2018학년도 들어서는 학생부 중심 전형은 전체 전형 중 63.6%, 이 중 학생부 종합 전형은 23.6%로 집계되었다. ⓒ자료 출처 : 대학교육협의회 / 그래픽 : 김민규(미래정치센터)
‘자소설.’ 취업난 속에 취준생들이 좀 더 그럴듯한 자기소개서를 위해 과장과 허구를 가미하게 되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풍자하는 표현이다. 오죽하면 ‘취업 하려다 작가 되겠다’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자소설’이 비단 취준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확대되어온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선발과 준비과정에 있어 적잖은 문제들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다.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주고 과도한 사교육으로부터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종합은 학교생활만 착실히 해도 입시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며 ‘대입 전형 간소화’라는 취지로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전형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입 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입 전형이 3천여 개까지 늘어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시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지적에 따른 방안이다.
▲ 대학교육협의회 측의 자료를 토대로 임의의 비율로 재구성한 학생부 종합 전형 반영 항목들. ⓒ자료 출처 : 대학교육협의회 / 그래픽 : 김민규(미래정치센터)
대학교육협의회 측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6개 항목을 중심으로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 가능성, 인성 등의 평가요소를 정성적,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성적만이 아닌 잠재력을 평가’ 취지는 좋지만 현 교육제도와의 괴리 커
문제는 기존의 교육제도와 호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적잖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배우는 내용과 방식은 수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는데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 합격과 불합격의 명확한 근거 제시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전형의 특성상 주관성의 개입이 강할 수밖에 없고 선발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지난해 이화여대 부정입학으로 문제가 된 정유라 씨의 경우(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도 학생부 종합 전형과 유사한 케이스이다. 같은 모집단위의 입학 전형일지라도, 수능점수와 실기고사가 반영되는 정시모집에 비해 서류와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해당류의 전형이 청탁이나 비리 등 ‘외부의 입김’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천하의 ‘삼성 후계자’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학력고사 시절에 재수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과정의 불투명성과 주관성이 어떻게, 어떤 이들을 위해 악용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업무량 폭증… 방학이 없어진 교사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D 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사 정 씨는 “비교적 학생부의 중요성이 덜했던 수 년 전만 해도 학기 초와 말에만 집중적으로 학생부 작업을 하고 학기 중에는 학생부 작업으로부터 오는 부담이 적었다. 지금은 학생부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학기 중에도 학생부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학기 초와 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담임교사 한 명당 30명 내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교과 수업과 행정 업무도 없는 게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정 씨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학생부에 기재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적어 오라고 하여 참조하곤 한다. 어디까지나 ‘참조’이고 학생들이 가져온 내용을 검토하여 최종적으로는 교사가 입력하는 것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 같은 학생부 수정 작업을 하다 보면 몇몇 학생은 갑자기 환골탈태한 서술 내용을 들고 오는데, ‘그쪽분야(컨설팅 업체)의 전문가 손을 거쳤구나’ 하고 짐작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많은 학교들이 발표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 지필고사 비중을 낮추고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현장에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이 여전히 국영수사과의 입시과목 위주로 편성 되어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씨는 ‘수업 내용과 평가 내용의 일치’라는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교육제도는 그대로 둔 채 입시제도만 급변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포장과 과장이 만연한 비교과 항목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C 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사 조 씨는 학생부가 실제 학생들의 행위나 성과보다 과다하게 서술이 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특정한 서술방식이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 또한 그러한 서술을 원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했다’하는 단순 사실의 기술보다 ‘무엇을 하면서 어떤 과정을 겪었고, 그것을 통해 어떠한 교훈을 느꼈다’는 식의 살을 붙인, 과정 중심 기술이 보다 나은 평을 받는다. 이를테면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합주를 통해 ‘협동심’을 기르고, 농구 동아리 활동을 하며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역전승을 해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의 소중함을 배웠다’는 식이다. 아무리 평범한 발표일지라도 학생부에 기술할 때는 ‘우수하고 논리적’인 발표로 둔갑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부 기재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활동 없이 ‘유령 동아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의 행적이 과장되고 포장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여겨지는 ‘암묵적인 룰’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학생부 기술 방식이 공식적으로 통일되지 않아 교사들마다 개인차가 크고 이는 곧 담임교사에 따라 입시의 유불리가 갈리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살을 붙여’ 작성하다 보니 기재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쉽고, 학생의 역량이 아닌 기재자의 역량이 평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컨설팅 업체를 찾는 이유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 씨는 과연 문제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이전의 수능 중심 전형보다 공정하고 투명한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능 전형도 물론 돈이 있으면 유리하긴 하지만 어찌됐건 시험은 학생 본인이 치는 것이었다. 현 학생부 종합 전형은 돈만 있으면 학생 본인이 가만히 있어도 다 주위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 부모가 가진 경제력의 영향이 이전보다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동아리마저 스펙으로 계산하는 현실… 일상이 대입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아이들
지난 1월 <주간경향>이 한 컨설팅 업체 강사와 진행한 인터뷰([포커스] “학생부 대신 써 드립니다” 학원강사의 양심고백, <주간경향>, 2017년 1월 3일)에서 현재 학생부 전형 대비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지금의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려하며 “학생들이 인간관계와 개성마저도 ‘입시자원’으로 동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학생들에게 “지금 동아리는 전공과 직접적 상관이 없으니 다음 학기부터는 전공과 관련지을 수 있는 동아리를 하라. 기존에 없던 동아리를 새로 만들면 평가가 더 좋으니 참고하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준다고 증언했다. 컨설팅 업체의 강사는 동아리 선택뿐만이 아니라 독서 활동에도 개입한다. 천문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칼 셰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라, 생물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라,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라 하는 식이다. 컨설팅 강사는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제출할 ‘이러이러한 활동을 했으니 이런 식으로 써주었으면 한다’는 학생부 초안의 문맥과 수사에 까지도 손을 댄다. ‘학생부 문체’라고 불리는 ‘자기주도적’, ‘자율적’ 등의 문구를 적절히 동원해서.
그는 “교육부가 원하고 대학이 원하기 때문에 평범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스스로를 특별하고 준비된 인재인 것처럼 꾸며내게 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본인 역시 한국 교육에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부 종합 전형이) 의도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강사가 조금씩 불·탈법을 저지르게 하고 있다. ‘농구 한 판, 친구들과의 수다’마저도 스펙이 되어 스토리를 만들고 인식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들은 모두 “현재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 지향하는 방향의 문제일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치화와 서열화를 넘어 전인적 교육을 지향하고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워낸다는 전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전까지의 수능 전형 위주로 맞춰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여건상 취지대로 운영되기 쉽지 않고,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각 당 후보들의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이 같은 각 전형의 ‘좋은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 수 있도록, 단순히 특정 전형의 축소냐 확대냐에만 주안을 둘 것이 아니라 각 전형이 어떻게 취지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지에 보다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김민규 기자 (adoba@naver.com)
출처: http://www.justicei.or.kr/712?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