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 임은재 기자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

 

           ⓒ 18대는 선관위, 19대는 방송 3사 출구조사 자료             ⓒ 한국방송(KBS) 출구조사 자료

 

학생과 청년이 70·80년대 민주화의 주역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반해 오늘날 청년세대는 그간 정치적 무관심을 대표하는 세대다. 취업난으로 먹고 살기 바빠 그런 것이든 딱히 정책의 효과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든 기성세대에 설자리를 잃어 그런 것이든 20·30대 청년들의 정치참여도가 낮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30대의 투표율은 항상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8대 총선 투표율을 보면 20~30% 안팎으로 대부분의 청년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9대 총선을 거쳐 2016년 4월 실시한 20대 총선결과를 보면 20·30대의 투표율은 거의 50%까지 상승한다. 물론 그럼에도 세대별 투표율은 제일 저조하다. 그러나 최근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청년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의 주역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은 그들은 공부나 하지 뭘 시위를 하냐는 어른들의 간섭을 뒤로 하고 집회에 오기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냈다. 교복을 벗은 자들은 취업준비나 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흘리며 시국선언을 하고 깃발을 흔들었다. 우선순위에 밀려있던 ‘정치’는 점점 청년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리서치뷰가 조사하고 14일 발표한 ‘제 19대 대선 투표의향’에 따르면 세대별 ‘적극투표 의향층’은 19/20대(77.1%) > 30대(68.4%) > 40대(63.5%) > 50대(57.3%) > 60대(46.5%)순으로, 2030세대에서 적극투표 의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투표결과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투표의향은 5060세대에 훨씬 앞서있는 것이다. 이후 투표율을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청년층이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유권자로서 의사표현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 비해 청년들의 정치 관심도는 얼마나 변화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정치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2월 21일부터 3일간 구글독스로 만19세~38세 청년들의 ‘정치관심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는 총 40명으로 그 중 87.5%가 20대, 12.5%가 30대였다. 응답자의 52.5%는 여성이었고 47.5%가 남성이었다. 설문지는 정치관심도, 정치신뢰도, 정치효능감을 평가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임은재 기자

 

먼저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정치에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관심이 많다(7점 이상)라고 생각하는 다수 응답자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현상을 보는 시각이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들은 매일 정치뉴스를 접하고 주변인들과 토론하며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4~6점)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매일매일 정치 사안을 챙기진 않지만 정치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에 관심이 높지 않다(3점 이하)고 응답한 이들은 정치가 바뀌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참여방법을 모르고, 정치 자체를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임은재 기자

 

응답자 중 77.5%가 과거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 중 56.3%인 18명이 그 이유로 최근 어지러운 정국을 꼽았다. 주권자로서의 역할이라고 답한 자도 34%였다. 관심도가 하락한 5% 중 60%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들었다.


 

임은재 기자

 

응답자 A씨(25세)는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를 하기 전에나 반짝 관심을 가졌다. 정치시스템이라는 게 안정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든 안 가지든 우리가 뭘 하든 그들만의 안정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사태를 통해서 정치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촛불집회처럼 개개인의 참여가 대통령 탄핵과 같은 큰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은재 기자

 

청년들의 정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점수가 낮았다. 특히 정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정운영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6점 이상(0 아니다 10 그렇다) 응답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응답자 B씨(26세)는 “이번 국정농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완전히 정의롭지는 않다“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는 아직 없지만 제왕적 의사결정과정은 확실히 변화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의견을 내세우려 하다가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다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민심을 살피는 데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C씨(25세)는 “국가 시스템으로 봤을 때는 사법적인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임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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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7점 이상 87.5%, 높을수록 영향력 높음) 그러나 정치참여도의 경우 정당활동과 같은 제도적 참여보다는 집회참석이나 서명운동과 같은 비제도적 참여가 높은 비율을 보였다. 향후 정치에 진출할 의사가 있는 응답자는 12.5%에 불과했다.

정치효능감 중 ‘정치에 있어서 청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서는 50% 가까이 참여자의 역할에서 그쳤고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단지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답변은 20%나 됐다.

전체적으로 청년들은 기성정치인과 정부를 불신하며 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들을 정치의 주체가 아닌 참여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치적 무관심에서는 탈피했지만 소극적인 참여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사회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해졌다. 지금의 2030 청년들은 대입-취업-승진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의 무한루프에 빠져있다. 스무 살 이전까지는 오로지 수능을 위해 학교-학원-집을 오가고 대학 입학 후 졸업 때까지는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한다. 이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청년의 정치무관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정치적 목소리를 냈을 때 취업관련 불이익이 존재한다.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거나, 사회운동에 무관심한 지원자를 원하는 대기업의 이야기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다. 청년들은 사상검증을 하는 기업에 면접을 보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도적인 원인이 있다. 진입장벽으로 인해 청년의 정치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25세부터 선출직 정치인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청년정치인 육성도 미진할뿐더러 높은 선거비용으로 막상 후보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작년 총선 청년비례대표제로 국회에 입성한 청년의원은 두 명이다.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 K연구원은 “청년의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소수 몇 명만이 기회를 얻는 이벤트성 청년국회의원의 선발보다 청년지방의원의 배출이 더 중요하다. 특히 20~30대 시군구 기초의원 양성과 배출의 역할은 정당의 몫이며, 각 정당의 지역청년리더 육성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중앙선관위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청년 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로 잠시 용돈벌이를 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자 등을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다면 실질 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주거비 부담 또한 계속 상승세다. 공부를 하기 위해 간 대학에서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을 떠안는다. 청년들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헬조선’이다.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치를 멀리한다. 청년의 정치적 무관심과 청년들을 대변할 정치인의 부재는 청년정책의 부재를 낳는다. 이는 다시 청년들의 정치혐오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더 이상 청년은 없다. 과연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임은재 기자 ej05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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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685?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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