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정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를 도입하였다. 맞춤형 보육이란 만 0~2세 아동이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처럼 12시간의 종일반 보육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전업 주부의 경우 7시간의 맞춤반을 이용하게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도입 이전부터 시행된 지 약 한달이 채 되지 않은 현재까지 어린이 집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시행 이전부터 맞춤형 보육에 반대하는 어린이집 단체들이 시위에 나서며 집단 휴원으로 이어질 상황에 직면하였고 시행 후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현재 ‘맞춤형 보육 제도’와 관련하여 쟁점이 되고 있는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 지적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은 ‘맞춤형 보육 제도’로 인해 어린이집의 수입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이전부터 많은 어린이집들이 맞춤형 보육으로 인해 경영난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며 집회를 개최하고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보건 복지부는 어린이집 보육료가 전년 대비 6% 인상되기 때문에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이 오히려 작년보다 증가할 것이며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 또한 작년 대비 720억원이 증가했기 때문에 보육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A교사에 따르면 “기존에 책정되어 있는 보육료 자체가 적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은 언제나 경영 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월 수백만원에서 많으면 천만원에 이르는 건물 임대료부터 교사 임금, 급-간식비, 전기세, 수도세, 차량 유지비 등을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육료 만으로는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저런 방식으로(특별 활동비) 짜 맞추어 운영해왔는데 마치 더 이득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았다.
보건 복지부의 주장과는 달리 현장에서의 보육료는 인상되지 않아
만 2세를 기준으로 아동 1명 당 어린이 집에 지원되는 금액은 2015년 413,000원이었다. 그리고 2016년에 종일반 기준 만 2세 아동 1명 당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금액은 438.000원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처럼 정확하게 6%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 제도의 도입과 함께 신설된 맞춤반(7시간)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2016년 맞춤반의 만 2세 아동 1명 당 어린이집 지원 보육료는 375,000원으로 오히려 작년보다 10%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지급되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료는 기본 보육료와 부모 보육료로 나뉜다. 부모 보육료는 무상 보육을 통해 가정이 아니라 국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아동 보육료를 의미한다. 반면 기본 보육료는 시설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비용이다. 교사들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지는 국, 공립 어린이집과는 민간 어린이집은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본 보육료를 통해서 이를 보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공립 어린이집은 기본 보육료를 제외한 부모 보육료만을 지급받는다. 문제는 작년보다 기본 보육료는 인상하는 대신 맞춤반의 부모 보육료를 대폭 인하했다는 것이다. 보건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를 통해 작년보다 어린이집에 지급되는 보육료가 인상되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의 수입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종일반인 경우에만 해당된다(만 2세 기준 413,000→438,000) 맞춤반의 경우, 부모들에게 지급되는 긴급 보육 바우처 월15시간(6만원)을 모두 사용해야만 작년 보육료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413,000→375,000) 이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에게 긴급 보육 바우처 사용을 종용하는 일 마저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보건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 시행 이후 어린이집의 수입을 예상하는 과정에서 종일반과 맞춤반의 비율을 8:2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다수의 민간 어린이집에서 종일반에 해당하는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행 과정에서의 허점 또한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현재 맞춤반과 종일반을 나누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부부의 맞벌이 여부이다. 따라서 아이를 종일반에 보내고자 한다면 부부가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재직 증명 서류나 소득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B씨는 “남들처럼 일을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들어올 때 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아이를 맞춤반에 보냈다 종일반에 보냈다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실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종일반에 맡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으로 종사하거나 근로가 일정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종일반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편법을 통해 아이를 계속 종일반에 보내고 있다. A교사는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실제 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나 가족의 회사에 위장취업하거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맡고 있는 반 아이들 모두(7명) 그런 방식으로 종일반으로 등록되어 있다. 결국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위장 취업)은 아이를 종일 어린이집에 맡기고 그럴 여건이 안되는 사람만 어쩔 수 없이 맞춤형 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우처 사용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의 제도대로 라면 하원 시간 이후에는 바우처를 사용해 그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게 하고 있다. 긴급 보육 바우처는 학부모의 신청을 통해 사용되는데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몇 십분 하원 시간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서 바우처 사용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금전적인 손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바우처 사용에 있어서도 A교사는 “매일매일 학부모가 얼마나 어린이집을 더 이용했는지 기록해야 하고, 이를 전달받은 각 반 교사들이 또 기록하고, 이를 담당자가 추려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컴퓨터에 기록해야 전산처리가 되어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에도 해야할 일이 많았는데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담은 고스란히 어린이집과 학부모에게
(출처: 보건 복지부 맞춤형 보육 페이지)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제도가 여러 문제를 동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전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어린이집 그리고 정부와 학부모였던 본래의 대립구도가 어린이집과 학부모 그리고 맞벌이와 외벌이의 대립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이를 조장하기도 한다. 보건 복지부의 맞춤형 보육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맞춤형 보육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시물들이 있다. 이 가운데 한 카드 뉴스의 제목은 “학부모의 76%가 찬성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합의까지 끝냈지만 일부 보육단체에서는 반대하는 맞춤형 보육”이다. 이 게시물은 맞춤형 보육이 효율적인 제도임에도 일부단체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어린이집의 수입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어린이집 단체의 반대는 단순히 수입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많은 민간 어린이집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초구의 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C씨는 “국, 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재정상의 어려움은 많지 않다”며 “특히 국, 공립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가 우선 순번을 부여 받기 때문에 맞춤형 보육 시행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 반면 민간 어린이집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4년 기준 전국 43,742개의 어린이집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국, 공립 어린이집은 2,489개로 전체의 5%에 불과했다.
또한 이 같은 정부로부터의 보육료 지원 감소에 의한 부담은 학부모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맞춤형 보육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도 민간 어린이집은 특별 활동비(예체능 활동, 견학 등) 등의 추가 비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충당해왔다. 실제로 최소한의 특별 활동비만 받는 국, 공립 어린이집과는 달리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특별 활동비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학부모들은 아이를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더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맞춤형 보육 제도 시행을 통해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줄어들면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일고 있다. 따라서 맞춤형 보육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나 시행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이용 실태 및 민간 어린이집의 현황에 대해서 면밀한 조 사를 진행하는 한편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상황에서도 투명한 자료 제시와 중립 된 자세로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94?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