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당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기 공동위원장은 털털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이사해서 사무실이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하셨네요.” 얼마 전 갑천역 근처로 옮긴 사무실은 1층에 위치해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애인 당원이 쉽게 올 수 있어서 라고 했다. 김 공동위원장과 협동조합 ‘희망밥집’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다. 김 공동위원장과 함께 청년 창업,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대전 지역의 청년창업지원 사업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사례가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었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신의 고민을 들려주었다.
‘결국 돈이 평범함 사람들의 주머니에 골고루 들어가야’
(사진)협동조합 ‘희망밥집’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윤기 공동위원장.
‘지금의 제도는 청년들에게 실패의 경험만 쌓아주고 있어요’
- 대전시에서 태평시장 청년맛it길을 비롯해 다양한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원인과 이에 대한 정의당 대전시당의 해결책이 있으신가요?
대전역 근처 윤락가에서 오래된 건물을 시가 매입하고 청년사업을 진행한 적 있어요. 성공한 모델인 ‘벌집’을 벤치마킹 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주변 대학생들을 모아서 1층엔 카페 2층엔 도서관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보겠다는 게 대전시의 생각이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망했어요. 안 그래도 없는 청년들을 거기까지 불러 모으는 게 어려울뿐더러 대전시가 너무 깊게 개입하고 주도했어요. 그러다보니 입주해있는 문화인들의 활동범위가 좁아지고 말았죠. 그런 사업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시 혹은 관공서에서 지원을 해주면 그 성과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즉자적으로 하잖아요. 얼마가 들어갔으니 사람이 몇 명 늘었고 하는 기계식으로요. 관 입장에서는 정리하기 좋게, 자기 실적 쌓기 좋게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거예요. 그런 관행, 시스템이 없어지지 않으면 청년취업이 성공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 주변에 대학교 졸업 후 창업을 준비한 사람들이 있는데 많은 경우 실패로 그치고 말았어요. 지금의 청년창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보여요.
저는 직접적으로 청년들에게 지원하고 싶다면 실질적으로 청년수당을 제공한다든가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사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잘될 이유가 없잖아요. 청년이 빵을 거기서 팔면 누가 특별히 더 많이 사주냐고요. 그렇지 않잖아요. 대단히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에요.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하면 그 돈만 까먹고 실패의 경험만 쌓아주는 거예요.
- 그렇다면 위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지원책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청년 주거타운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집은 매입을 하거나 임대를 하거나 해서 그냥 주거 공간 자체를 청년들이 구성하게 하는 거죠.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서 공간 구성에도 지원을 해 주고. 그리고 그렇게 모여서 협동조합 같은 아이템들이 생겨나면 지역에 정착해서 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 지원도 하고. 격차나 발전에 대한 가치기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직접 지원하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해요. 성남이나 서울시에서 고민하는 청년수당도 좋은 해법인 거 같아요. 성남시의 경우처럼 지역 상품권으로 일부 발행하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주는 방법도 나쁘지 않아 보여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거구요.
- 청년일자리와 관련해서도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청년고용할당제를 포함한 청년취업촉진법을 야3당이 발의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청년 5퍼센트를 고용한다 해도 질을 높이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예를 들어 ‘연 수입 3000만원’같은 기준이 세워져야 해요. 지금은 그런 논의가 없어요. IMF 이후로 경기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서는 모든 걸 일자리 수로 해결하려 했어요. 일자리 총량으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만 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어요.
일자리 전체에서 비정규직이 늘고 정규직이 줄고 있는데 청년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주겠어요? 당연히 신규 고용도 비정규직일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보니까 생겨나는 것이 ‘무기계약직’이에요.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사실 근로기준법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없잖아요. 기한에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정규직이죠. ‘무기계약직’같은 경우에는 기한은 없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노동 조건이 또 달라요. 월급체계도 다르구요. 이렇게 노동의 질과 조건이 세분화되고 노동시장 자체를 왜곡하는 이 방향을 큰 틀에서 막을 수 있어야 해요.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죠. 이런 노력이 같이 가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좋아지기 힘들어요.
- 청년들만의 일자리 문제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청년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일자리 질 하락의 문제로 봐야 해요. 관점은 집중해서 보되 시야를 넓게 보아야죠. 예를 들어, 조선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자리에요. 그런데 그런 분들의 일자리에 기업은 자꾸만 값싼 인력을 배치하려 하고 그럼 거기서 일하시던 분들은 더 낮은 봉급으로 일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반복되면 노동자들이 값싼 인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일자리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일자리 수를 늘리려면 국가, 공기업에서 만들어야 해요. 왜냐면 국가에서 통제할 수 있잖아요. 정부기관에서 사람 없어 일 못한다는 말 많아요. 주민센터에 가보면 복지상담 전문원이 턱없이 부족해요. 우리 동네에 복지 상태는 어떻다, 뭐가 필요하다 식의 데이터베이스라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요. 시의원이든 구의원이든 그런 데이터가 있어야 복지 예산을 배정할 텐데 그것조차 힘들죠. 그런 곳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이런 일자리의 장점은 앞서 말했듯이 국가에서 수요관리가 가능하죠. 민간부분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면 공공부문에서 줄일 수 있으니까. 1,2년 단위로 조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개인에게는 30,40년이 한평생이지만 국가정책 단위에서는 한 사이클이니까 충분히 탄력적으로 운영가능하다는 거죠. 실제로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70,80퍼센트까지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든 걸로 알고 있어요.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인력에게 노동수당을 주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시켜서 월급을 주는 게 사회로서도 더 생산적일거구요.
- 청년고용할당제에 대해 좀 더 여쭤보고 싶어요. 취지가 공공부문 일자리에 청년을 할당하자는 제도인데 한계를 지적받자 각 당이 보완방안을 냈습니다. 정의당은 ‘기준 미달기업 명단 공개 및 부담금 징수’를 내걸었네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뭣보다 중요한건 제도를 운영하고 지키는 것이죠. 최저임금을 어기면 사업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할 수 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청년의무고용 5퍼센트를 어길 경우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부분에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도가 정해졌다면 관철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 관철시킬 의지와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예요. ‘더민주’나 ‘국민의당’의 경우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같이 놀고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인터뷰에서 김윤기 공동위원장은 대전시의 현안부터 청년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대전시 당 혹은 정의당 차원에서 대학생, 청년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청년정치와 관련해서 제도적으로 정의당 대의원 10퍼센트를 청년에게 할당하고 있어요. 대표단에도 1명 이상을 포함하고 있고 대전시 부위원장 한분도 마찬가지로 청년이시죠. 참고로 청년의 정의를 정의당은 35세까지,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45세까지로 보고 있어요. 거기서는 저도 청년이죠.(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청년이슈는 정당입장에서 반길 주제예요. 청년세대의 호감도 부모세대의 호감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정작 관철시킬 의지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청년들이 직접 자기입장을 이야기해야죠. 유럽 청년들처럼. 물론 역사적 경험이 다르긴 하지만 본인들의 의견을 분명히 한다면 다는 아니어도 일부는 관철될 수 있겠죠.
바람이 있다면 같이 놀고 또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욕구를 푸는 방법을 공부하는 거예요. 당 입장에서도 의견수렴의 기회가 될 수 있구요. 청년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정의당이나 대전시 당에서 그럴 계획은 없나요?
당 차원에서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 대덕구에서 주민 5명 이상이 모여 요청하면 강사를 섭외해서 공부할 수 있게끔 지원한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좀 더 많이 해보려고 해요. 이와 더불어 청년실업문제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거예요.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지난 총선에 앞서 청년 후보단을 공개모집한 적 있어요. 그 때는 시간에 촉박했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이벤트성이 되어버렸고 일반 대중에겐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지방선거 청년후보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요. 충분히 공부하고 같이 얘기도 해볼 시간이 있잖아요.
뜨겁던 햇빛이 서서히 식어갈 즈음에야 인터뷰는 끝이 났다. 평소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던 김윤기 공동위원장은 그날 저녁 당원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간다고 했다. 그가 보러갈 영화는 ‘서프러제트’(20세기 여성투표권 투쟁을 그린 영화)였다. 타인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그에게 어울리는 영화였다.
“대학가과 인접한 곳으로 이사 온 만큼 사무실에도 청년들이 더 자주 놀러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청년들이 함께 공부하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만약 좋은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사무실로 놀러오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한 만큼이나 그의 수더분한 미소가 그리워서 다시 찾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92?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