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 프레시안 공동기획] "단군 이래 최고 스펙, 토익 900점?" 서진석 기자

단군 이래 최고 스펙, 토익 900점?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 "토익은 사라져야 한다"

 

2016년 1월 강철 한파 속에 끝없이 이어진 줄. 입영을 기다리는 훈련병일까? 높은 건물을 보니, 훈련소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왔다는 것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은 바로, 토익학원 교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다.

 

"수식어 거품으로는 to부정사구, 전치사구, 관계대명사절…"

 

강남의 H어학원은 이번 겨울방학에도 400여 개가 넘는 강의를 개설했다. 지난해 여름, 학원은 7·8월에 걸쳐 424개의 강의를 개설, 전 강의가 마감됐다. 한 강의 당 학생 수는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에 달했다. 커리큘럼은 대부분 주 5일, 하루 3시간 수업 및 1시간 스터디로 구성되어 있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과제 시간을 포함하면 학생들은 대략 하루 6시간 넘는 시간을 토익에 투자하는 셈이다. 

 

▲ 학생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토익 교재를 사기 위해 학원 밖까지 줄 서 있다.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서진석)

 

토익 900점이 합격 열쇠? 

 

'토익 점수'는 취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승진과 이직, 또는 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조 모 씨(29)는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 2개월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으며, 박 모 씨(26)는 공군 부사관 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김 모 씨(27)는 "토익 900점 이상을 받아야 안정권"이라며 "한 달 안에 점수를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약학전문대학원 시험(PEET) 준비생들도 학원에서 운영하는 스터디에 가입해 공부하고 있다. 

 

전직 토익강사 "토익은 사라져야 한다"

 

최근 발표된 국제 평가 대부분이 한국은 영어 실제 활용에 관해서는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법 및 독해는 상위권에 해당한다. 한국은 정규 교육과정 12년을 거친 후 입학한 대학에서도 영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현재 S전자에서 임원대상 강의 및 회화 수업을 진행하는 16년 차 강사 S씨는 '토익 점수 따기'의 무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익은 사라져야 한다. 토익을 취업과 이직 등 공인 영어시험으로 유지하려면 'Fail/Pass'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토익은 시험을 위한 시험이며, 실용성과 효율성이 미미한 시험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에서 서류 전형 시 토익 성적으로 합격자를 걸러내고 있다. 공무원 시험 또한 일정 수준의 토익 점수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효율성과는 별개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으로 공부한다." 

 

 

▲ 토익 강의를 듣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한 학생들.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서진석)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지만…  

토익 전문 강사마저 회의적인 시험, 그럼에도 우리가 토익에 목매는 이유는 뭘까. 대답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는 자화상에서 찾을 수 있다. '학벌, 학점, 공인영어시험, 봉사활동, 인턴십, 어학연수, 외모'까지 보는 것이 오늘날 취업 시장의 현실이다. 20대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잣대(스펙)에 맞추기 위해 불같은 청춘을 소진하고 있다. 바늘구멍은 얼마나 더 작아져야 할까.  

매달 전공 관련 공모전에 참가하고 방학 때는 토익을 듣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한 L씨(23, 대학생)는 비록 소극적인 참여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이슈에 관심도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 넓은 시야로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관심을 갖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되고 싶은 확고한 직업이 있다. 그리고 그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정치 참여가 어떤 의미인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다. 주위를 보며 자극을 받고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참여에 대해선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여행과 밴드활동에 관심이 많은 Y씨(24, 휴학생)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생활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만 벌면서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사회가 나에게 그 정도의 환경은 보장해주지 않을까 싶다."  

변화의 선택, 청년들에게 달렸다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만을 가려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스펙을 보며, 끊임없이 준비하고 경쟁한다. 하지만 취업, 그 자체가 인생의 승리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할애하는 청년과 취업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 모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청년들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정치 및 사회의 풍조가 바뀐다면, 이들의 선택 또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청년들 스스로에게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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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542?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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