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빚 기획기사> 이중으로 대출해야 하는 대학생들
기숙사 비용을 내야하는데, 생활비대출 실행이 안 돼요
경상북도에 있는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성 전모 씨(28)는 6년째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전모 씨는 그간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납부했고 생활비대출로 기숙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전모 씨는 생활비대출로 기숙사 비용을 내면서 항상 문제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생활비대출이란 제도가 어떻게 보면 부모님 도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만든 제도라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기숙사 비용을 낼 시즌에 항상 대출실행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어디서 돈을 빌려서 기숙사 비용을 내야 해요. 생활비대출을 신청해서 받은 돈이 나오면, 다른 곳에서 빌린 돈을 메꾸는 식으로 해왔어요.”라고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생활비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등록 확인이 이루어져야 하나 기숙사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 일정은 기등록 확인 시점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생활비대출을 받고 그것으로 기숙사 비용을 내려고 하면, 이미 기숙사는 물 건너가 버린다. 부모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2금융이나 3금융의 유혹이 빠질 수도 있다.
▲ 6년 동안 생활비대출로 기숙사 비용을 납부하던 전모 씨를 만났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 등록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지만 생활비 대출은 학자금 대출과 무관하게 숙식비, 교재비, 교통비와 같이 대학생의 생활비용을 대출해 주는 제도이다. 한 학기에 최대로 한번 150만을 대출해 주며 1년에 300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기등록이란 등록이 되어 있다는 뜻으로 기등록 처리가 되기 위해서는 등록금 납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충청남도에 있는 한 국립대학의 일정을 살펴보면, 1학기 등록금 납부 시기가 매년 2월 말경으로 나와 있다. 이에 반해 기숙사 비용 납부 일정은 1월로 공지하고 있다. 이 밖에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 6개를 조사해본 결과, 모든 대학의 기숙사 비용 납부 일정이 등록금 납부 일정보다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등록금 납부 시기와 기숙사 비용 납부 시기가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생활비대출을 위한 선행조건인 기등록 확인이 되지 않고 대출이 늦어지기 때문에 이중으로 대출해서 기숙사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2015년 1학기/재학생 기준 |
등록금 납부 일정 |
기숙사 비용 납부 일정 |
강원 소재 한 대학 |
2015년 2월 23일~27일 |
2015년 1월 19일~23일 |
충북 소재 한 대학 |
2015년 2월 24일~26일 |
2015년 1월 26일~28일 |
충남 소재 한 대학 |
2015년 2월 23일~27일 |
2015년 1월 21일~22일 |
서울 소재 한 대학 |
2015년 2월 23일~27일 |
2015년 1월 5일~14일 |
전북 소재 한 대학 |
2월 말(개강전주) |
2015년 1월 28일~30일 |
경남 소재 한 대학 |
2015년 2월 22일~25일 |
2015년 2월 9일~17일 |
▲국립대학 등록금 납부 일정과 기숙사 비용 납부 일정
또한, 기숙사에서 살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자취방이나 하숙집을 구해야 한다. 방을 구하기 위해선 보증금이 필요하다. 생활비대출을 통해서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증금 일부를 생활비대출을 통해서 지급했던 김모 씨(26)는 “보통 자취방을 구할 때 방학 중에 구하잖아요. 보증금을 내기 위해서 생활비대출을 신청했는데, 방학 기간이라 지급이 늦춰져서 학기가 시작하고 지급이 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다. 이렇듯 기숙사나 자취방 모두 방학 동안 비용을 내야 하지만 생활비대출은 기등록 확인 시점, 즉 대학의 개강 이후에 지급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첫 번째로 한국장학재단 측에서는 학교를 등록하지 않은 학생에게 생활비를 대출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기등록 확인 전에 생활비대출을 통해서 생활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학교기숙사 측의 입장도 난처하다. 일괄적으로 기숙사 비용을 내는 기간을 늦춘다면, 기숙사 인원 충원이 바로 되지 기숙사 운영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강원도에 있는 한 대학교 기숙사 행정실 교직원은 “만약 기숙사 인원을 200명 선발한다고 하면, 200명 중에 기숙사를 포기하고 기숙사 비용을 납부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경우 기숙사를 들어가고 싶으나 못 들어간 차순위 후보가 추가 모집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위해서 기숙사 측에서는 일정을 빨리 잡을 수밖에 없어요.” 라고 했다.
6년 동안 이런 문제를 겪어온 전모 씨(28)는 한 가지 대안으로 “옛날에는 납부 날짜 좀 미뤄달라고 사정해서 좀 늦춰준 경우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한, 두명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비대출로 기숙사 비용을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기숙사에 생활비 대출했다는 증명을 하면, 기숙사 비용을 조금 늦게 납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교육부나 장학재단에서 학교 측과 학교 기숙사 측에 권고를 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충원율에도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나 기숙사 측 모두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학자금 대출(등록금 대출 + 생활비 대출)의 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 46만 명, 2011년 48만 명, 2012년 52만 명, 2013년 55만8000명으로 3년 만에 10만 명이 늘었다. 이렇듯 등록금 대출뿐만 아니라 생활비 대출이 많아지고 있고 많은 대학생은 생활비 대출을 통해서 기숙사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의 평가지표 중 하나가 기숙사 충원비율인 만큼, 정부도 대학도 기숙사 충원비율을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생활비대출로 기숙사 비용을 충당하는데 시점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437?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