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 기획기사> 로스쿨은 '돈스쿨', 열심히 버티는 '개천의 용'도 있어
로스쿨은 여전히 ‘돈스쿨’, 하지만, ‘금수저’만 가진 않아
로스쿨은‘돈스쿨’, 비용 만만치 않아… ‘개천의 용’ 위한 곳 아니지만, 돈 많은‘금수저’만 가는 건 아냐!
변호사 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개천의 용' 들도 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대한 비난과 사법시험을 존치하라는 주장이 거세다. 사법시험 제도는 ‘개천에서 나는 용’의 상징이었다. 시험만 통과하면 출세를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만큼 소수의 인원을 뽑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시험에 인생을 바쳤다. 이후 사법시험의 문제점으로 소수 법률가의 배타적 독점이 지적되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스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로스쿨의 ‘비싼’ 비용이 ‘개천’에서 온 ‘용’을 막는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로스쿨은 ‘개천’에서 온‘용’들이 꿈꾸는 곳이 아니다. '비싼‘ 로스쿨을 들어가려면, 투자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아무나 꿈꾸지 못하는 것이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도구들부터 확인해보자. 학점, 공인영어, 법학적성시험(LEET)을 모두 갖춰야한다. 게다가 애초에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명문대 학생들이다. 법률저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사이의 로스쿨 입학생 출신대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SKY 학생들은 각각 600명이상이었다. ‘인서울’이 아닌 대학출신은 200명 정도이니, 지방대와 비교하면 약 3배의 차이를 보인다. 좋은 대학 학부와 학점, 영어 점수, 그리고 LEET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상위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명문대 출신이라 함은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집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어 점수와 LEET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들어가는 사교육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수들은 ‘고고익선(높으면 높을수록 좋다)’이라 알려졌기에 학생들은 어떻게든 최고 점수를 받아야만 한다.
로스쿨에 들어간 뒤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대학 시절의 약 두 배 정도.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5년 1학기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약 760만원. 게다가 신입생을 100명 이상 뽑는 ‘대형’ 로스쿨의 등록금은 국립인 서울대를 제외하면 모두 1,000만원에 달한다.
<그림> 로스쿨 대학별 등록금 (단위 : 천원)
물론 다른 전문대학원과 비교했을 때, 로스쿨만 특출 나게 높은 건 아니다. 2013년 대학정보공시(www.academyinfo.go.kr) 기준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532만1440원, 의학전문대학원 1555만6000원, 경영대학원 1990만5745만원이었다. 문제는 로스쿨 재학 중에 추가로 들어갈 비용이 변수라는 데에 있다. 로스쿨 내에는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 강의뿐만이 아니라‘인터넷 강의’라는 사교육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시험 유형이 세 가지나 되는 변호사시험은 과목별로, 유형별로 사교육강의가 존재한다. 강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예를 들어 H법학원에서 양이 많은 민법 기본강의는 90만 원선이다. 앞으로 변호사시험 점수를 공개하게 되었으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이 분위기는 한층 더 과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비용들을 예상해보면,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돈 많은 자식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로스쿨 1~3기(2009~2011년 입학) 308명을 상대로 올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모 중 한쪽의 직업이 관리직(경영진 또는 임원)인 비율은 24.7%였다. 부모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는 18.5%였으며, 로스쿨생 과반수는‘금수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로스쿨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로스쿨생들 曰, “로스쿨이 너무 비싼 건 사실이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Q. 로스쿨을 다니는 동안 비싼 등록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나?
A 씨(로스쿨 졸업생) : 당연히 했다. 학자금 대출도 받아봤다. 그래도 오로지 ‘변호사 자격증’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주변에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교 친구들도 있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알아서 잘 사는 것 같더라.
B 씨(現 로스쿨생) : 너무 비싼 건 사실이라 걱정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가사장학금도 신청해봤었는데 받지 못했다. 다행히도 부모님이 걱정 말고 꿈만 따라가라고 북돋아주셔서 지나치게 신경 쓰진 않았다. 물론 들어가는 돈이 대학시절의 2~3배이니 죄송하긴 하다.
Q.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나?
A 씨 : 사실이다. 학교마다 장학금 제도가 다르겠지만, 분명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맞다.
B 씨 : 외부에 있었을 때 그런 소리는 듣긴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성적 장학금과 가사 장학금을 주는데, 몇 등을 해야만 (성적) 장학금을 받는지 잘 모른다. 아마 장학금 제도가 한번 바뀌어서 예전만큼 많이 주지 않는다. 국가에서는 일반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만, 로스쿨생은 제외된다. 아마 달라고 하면 난리 나지 않을까 싶다.
Q. 로스쿨에는 ‘좋은 집안’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많나?
A 씨 :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의대나 사시나 다른 전문직에서도 ‘있는 집’ 자식은 똑같이 있으니까… 특별히 로스쿨에‘만’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아닌 것 같다.
B 씨 : 엄청 소문난 사람 아니고서는 서로 집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친구들끼리‘힘듦’을 토로하긴 해도 부모님 직업 같은 건 잘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가사장학금을 못 받은걸 보면, 생각 외로 ‘금수저’가 많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Q. 로스쿨이 높은 등록금을 요구할 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A 씨 :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교수님마다 달랐고… 물론 불만족스러운 강의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증’하나를 얻는 대가라고 생각했다.
B 씨 : 솔직히 너무 비싸다. 한 학기에 약 1,300만원을 내고, 거기에 교재나 책값으로 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 법전은 두껍기 때문에 적어도 5만원이고, 과목도 한두개가 아니다. 게다가 이 비싼 돈을 주고 오로지 강의만 듣는 셈이다. 학교 차원에서 관리해주는 것은 크게 없다. 지도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1:3이지만, 지도교수님이 해주실 수 있는 건 공부방법에 대한 조언뿐이다. 진로 상담이나 졸업 후의 직장을 찾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은 얻을 수 없으니 오로지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게다가 학교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따로 ‘인터넷 강의’도 듣는다. 과목마다 기본 강의를 듣는다 치면, 들어가는 돈이 백 만원 단위가 된다. 학교에 낸 돈만큼의 가치를 하는 것 같지 않다. 등록금을 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Q. ‘비싼’ 로스쿨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일조할 거라 생각하나?
A 씨 : 조금은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 등록금이 비싼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꼭 돈이 있는 사람들만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특별전형 같은 방법을 통해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저소득층 출신들이 로스쿨로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
B 씨 :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사(법고)시에 비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것 같진 않다. ‘개천에서 용 나는’사(법고)시도 이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생들도 보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로스쿨이 생겨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공부 잘하는 학생’이 로스쿨을 꿈꾸고, 사(법고)시를 꿈꾸는 거다. 정말 공부를 잘하는 가난한 학생은 특별전형으로 입학하여 장학금을 받아서 다닐 수 있다.
Q. 로스쿨 제도로 법조인의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많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씨 : 사람이 많아지면 수입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로스쿨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 등록금이 비싸고, 힘들고, 뭐,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오는 거다. 이 모든 것이 변호사 자격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증’하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사회생활 하면서 느끼고 있다.
B 씨 : 연봉이 낮아졌지만 등록금 대비 남는 장사니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끌고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로스쿨 제도는 애초에 법률 서비스를 대중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로스쿨이 생기고 나서 변호사의 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덕분에 이제‘변호사’라는 직업이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실제로 학교에도 ‘나는 변호사가 될 몸이야’라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오히려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질까 불안해하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아마 미래에는 ‘빈익빈 부익부’나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불리는 직업에서 사라질 것이라 본다.
이들은 로스쿨이 비싸지만, 감당할 정도는 된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7월 8일, 법학전문대학협의회는 로스쿨 재학생 602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4250명(70.6%)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로스쿨생들 중에‘나는 장학금을 3년 내내 백 퍼센트 받을 사람이야’라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받으면 좋지만, 못 받아도 졸업만 하면 괜찮다는 뉘앙스를 A 씨의 대답에서 느낄 수 있다. B 씨가 말했듯이, 로스쿨에 투자한 비용 이상의 수입을 얻어 낼 수 있으니 한 해에 8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LEET에 응시하고, 그 중 2천명이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출처: http://www.justicei.or.kr/417?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