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기획기사2> 취업난의 한 단면 : 대기업 취업
非 경영·경제 전공자들에게 높아져만 가는 삼성의 입사 장벽
청년실업과 취업난 문제가 계속되면서 꽃을 피워야할 ‘청춘’들의 입에서는 웃음이 아닌 한숨만 들려온다. 공채시기가 되면, 삼성직무적성검사 시험에 10만 명이 지원했다는 글을 종종 본다. 그만큼 삼성과 같은 대기업 취업에 관심이 높다는 뜻이지만,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약 4천명. 여기에 삼성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도입에 영감을 얻었는지 직무적합성을 중점으로 평가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이제 학생들은 더 많은 고민을 떠안게 된 셈이다. 삼성에서는 올 상반기에 삼성직무적성검사 통과자에 한해서 제출하였던 자기소개서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작성 항목도 늘어났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채를 진행하게 된다. ▷기존 3단계에서 5단계 전형절차로 바뀐다. ▷삼성직무적성검사 전형 전에 각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 중심으로 평가하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적성검사에 응시할 수 있다. ▷직무적성검사에도 직군별 특성이 반영되어 영업/경영지원직군의 경우 직무와 관련된 에세이를 제출해야한다. ▷지원자의 독창성을 평가하기 위해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는 창의성 면접을 시행할 예정이다.
출처 : 잡콘서트
이는 삼성이 지원자들을 학점, 공인영어, 한국사 등의 ‘스펙’보다는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직무역량’이란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탁월한 성과를 얻는 데 필요한 직원의 능력을 의미한다. 문과 학생들이 마케팅직을 주로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같은 문과라도 경영·경제 전공자들과 인문학, 정치외교학·행정학 등의 사화과학 전공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갭(gap)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사람의 예시를 들어보자. 보통 일찍이 취업을 염두에 둔 학생들의 경우,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복수전공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생각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뒤늦게 취직 공부를 시작하면서 고전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특별히 따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면, 영업이나 마케팅 같은 기업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K대 정치외교학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출처 : K대학교 홈페이지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이런 전공 수업을 선택적으로 듣고, 장문의 글쓰기 유형으로 시험을 본다. 특별히 창의성을 요구하지는 않고, 얼마나 텍스트와 강의를 체계적으로 잘 이해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만일 이 상태로 졸업을 하고, 2015년 상반기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꿈을 꾼다면 어떻게 될까.
지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다. 지원서에는 부서마다 세부 항목이 다른 자기소개서 에세이를 쓰도록 되어있다. 다음은 영업마케팅직을 지원했을 때의 항목이다.
출처 : 사람인 홈페이지
1~3번 항목은 일반적인 유형인 반면, 4번 항목은 꽤나 전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마케팅에 대해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외교학과 전공생은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를 묻는 문제에 당황할 만하다.
최악의 어려움은 면접 전형에서 제대로 겪게 된다. 지원자에게 일정시간 후 PPT로 발표하게 하는 PT면접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S전자 카메라 m/s 제고를 위해 사용자 U&A와 시장 변화 상황을 고려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워보라’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즉, 직무 관련 지식을 필수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뉴스와 책을 통해서 얕은 지식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동문서답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임원면접에서는 팀 과제를 중심으로 질문한다. 주로 팀 내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등을 묻는다. 사실 정치외교학과에서는 팀 과제를 수행할 일이 별로 없고 개인과제 중심이다. 없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멘붕’의 상태로 탈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작년 취업준비를 했었던 K대 정치외교학과 A양(24)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전공을 살릴 만한 부서는 거의 없었기에 그냥 되는대로 지원했다. 특히 지원서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요소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많은 인적성 시험을 한꺼번에 준비하기가 어려워 결국 서류에 합격했던 삼성, 롯데 등에서도 모두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취업을 준비하는 1년 동안 자존감이 떨어졌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 기업들이 직무관련 경험을 많이 묻는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올해부터 공기업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녀는 만일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경영학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와 정부에서 기업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의 전공 수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자들의 ‘직무역량’을 따져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렇게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 부딪친 학생들이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 실업이 이렇게 사회문제로 뜨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기업에 비상경계(경영·경제 제외)만을 뽑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쿼터제를 실시할 경우 신입 사원에게 더 많은 교육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반대할 것이 뻔하다. 두 번째로, 경험을 더 많이 얻도록 인턴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인턴제도는 시행 중이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학에게 기업 취직을 원하는 비경영·경제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 업무 체험 프로그램’을 열게 권고하는 것이 있다. 학생들이 기업 업무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非경영·경제학과 ‘청춘’들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400?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