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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소장 칼럼

  • [미래정치센터-경향신문 공동게재]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

 

제1야당이 분열했다. 아니 어쩌면 내용을 알 수 없는 소위 혁신안을 놓고 날선 목소리들만 오가며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그 순간부터 이미 분열은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한쪽에서는 탈당을 결행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시민들이 제1야당의 분열이 또다시 총선에서 여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시각으로 현재 제1야당의 분열과 무기력함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야당의 분열과 무기력은 사실 여당의 몰락이기도 하다. 다수당으로서 여당의 지위도 야당이 자기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함께 사라졌다. 야당의 견제가 존재하지 않는 의회가 되자, 청와대 일개 수석이 국회의장에게 입법을 지시하고, 여당은 흡사 행정부 산하 법제처와 같은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야당의 붕괴와 여당의 몰락. 다시 말해 그것은 국회가 그 기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서 의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엄중하다. 그것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투입할 기관과 제도를 잃어버렸다는 것이고, 자신들의 절박한 갈등을 조율, 조정해 줄 공간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의회가 없는 정치체제를 우리는 무엇이라 부르는가? 왕조국가? 이 상황을 우리는 정치 자체의 위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기능상실로 인한 정치의 위기는 자연스레 행정부의 독주를 초래한다. 연일 국회에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국회나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이견과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없어지자, 행정부와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선정적이고 적대적인 갈등만을 반복적으로 동원한다. 임기 말 총선을 앞두고도 유지되는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율과 기이할 정도로 난폭한 행정부의 마구잡이식 통치는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여당에도 그리고 야당에도 견제 받지 않는 난폭한 행정독재라는 괴물이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그 난폭한 세월 속에서 시민들 또한 날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다. 수백명의 어린 죽음 앞에서도 조롱을 쏟아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저들을 보라. 다시 돌아가 이 괴물의 탄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 결국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야당의 부재에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이 지옥도와 같은 상황의 원인이 모두 제1야당의 무능에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는 이유는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다. 결국 그것은 정당에 있다. 더 정확하게는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드는 것에 있다. 대안으로서의 야당이 존재해야 여당도 존재하는 것이고 행정부를 견제할 의회정치의 복원이 가능하다. 야당의 부재로 인한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을 기회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당’ 그 자체의 복원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위로부터 조직하고 선거 패배 후에는 사라지는 임의의 조직이 아니라 사회 내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시민들의 요구를 집약하고 표출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내는 그런 정당 말이다.

 

1968년 미국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반전운동의 상징이었던 유진 매카시 대신 전쟁을 지지하는 휴버트 험프리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민주당에 항의하기 위해 그 전당대회에 수많은 진보적 시민들과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쳐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전당대회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으며, 그들이 지지했던 정당이 부른 경찰에 의해 철저히 진압되고 외면 받았다. 그렇게 정치에 절망하고 슬픔과 허무의 늪에 빠진 청년들에게 당대를 대표하던 사회운동가이자 전략가였던 사울 D 알린스키는 냉정하게 일갈했다. “울어라!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미쳐라!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우리를 떠날 것이다. 그러니 고향으로 돌아가라! 돌아가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대의원이 되어서 다음 전당대회 때는 전당대회 안의 바로 그 자리에 서라!”

 

지난달 반복되던 진보정치의 분열을 딛고 각 세력의 통합을 이루어낸 정의당에는 한 달여 동안 5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입당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온라인 입당절차를 개선하자 며칠 새 2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입당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다.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정당은 평범한 시민들의 가장 강력하고 사실상 유일한 정치적 무기이다. 바로 지금이다. 우리 모두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출처: http://www.justicei.or.kr/519?category=679169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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