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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소장 칼럼

  • [미래정치센터-경향신문 공동게재] 청년 정책, 복지의 미래 위한 더 큰 논쟁으로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

 

 

 

성남시에 이어서 서울시 역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서울시가 청년수당이라 부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만 29세 미만 청년들 중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소위 니트라 불리는 청년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앞서 성남시의 청년배당정책이 연령을 기준으로 자격제한 없이 지역화폐를 주는 방식인 것에 비해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미취업 기간, 소득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발해 지원하도록 돼있다. 조금 거칠게 정리하면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최근 유럽 등에서 고민하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실업안전망의 한 형태인 실업부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서울시가 해당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큰 논쟁에 휩싸였다. 당장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한다며 사회복지기본법에 근거해 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나섰다. 고용노동부 역시 정부가 진행해오던 취업성공 패키지사업과 중복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여당에서는 연일 이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며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당 정책은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복지부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빈곤 위협에 빠진 청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이 논란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먼저 복지부와 노동부가 해당 사업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고 사업의 중복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노동시장의 바깥에서 실업을 반복하면서도 실업안전망이나 여타의 사회보장제도에 들어오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복지, 실업안전망의 사각지대 해소를 고민하는 지자체들의 정책들에 공식적으로 질문을 제기한 것은 더 좋은 대안이 무엇인가를 놓고 사회적 논쟁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앙정부 역시 해당 정책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것이 단순히 제도의 운영에 따른 절차적 협의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확대의 방향과 조율이 필요한 내용적 협의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 역시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이 제대로 된 구직훈련보다는 민간학원만 키워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업에 참가한 청년들의 83.1%가 월 150만원 이하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논쟁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역시 해당 정책이 중앙정부와의 협의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실업안전망의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두고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역할 정립 등의 구체적인 논의를 제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 논쟁은 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에서 출발했지만 향후에 복지의 확대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시민들 다수의 삶과 관련한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원순 시장이 해당 사업의 적절성을 두고 노동부와의 토론을 제기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토론이 지자체와 중앙정부만의 토론이어서는 곤란하다. 민주주의에서 협의라는 것은 정책집행 책임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해당 정책의 대상이자 당사자가 되는 청년들과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다양한 세력들도 함께하는 더 큰 사회적 토론이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당 일각에서 각종 청년정책들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다. 민주주의는 어쩔 수 없이 다소간의 포퓰리즘에 기초하고 있다.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11표를 부여할 때 거기에는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이미 내포돼 있다. 그러나 다수 시민의 삶과 관련한 시도들을 무작정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기 시작하면 노동자나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도, 각종 복지제도를 구축하게 된 역사도 모두 포퓰리즘이어야 한다. 심지어 무산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 제시한 대부분의 공약들도 모두 배신의 정치’ ‘포퓰리즘이라 비판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다소 무책임하게 흘러갈 수 있는 정책들의 위험성을 공적토론의 과정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집권여당이 취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모든 사안들에 적대적인 싸움의 언어를 동원해서 상호 간 정치적 우위에 서려 하는 얕은 자세보다는 설득과 토론의 언어를 통해 실력을 증명하는 성숙한 경쟁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08?category=679169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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