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1. GDP 대비 정부 R&D투자 세계 1위인데, 노벨 과학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나라!
지난 10월 7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그 주인공은 일본과 캐나다 과학자였다. 일본은 2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하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노벨 화학상은 전통의 강호, 영국과 미국 학자들이 차지했다.
우리나라 중?고교 학생들의 과학수학능력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3년 정부 R&D예산 규모는 OECD 국가 중 6위, GDP 비중은 1.14%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2004년 이후 연평균 11.1%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 R&D예산 규모는 OECD 국가 중 각각 1위, 2위이지만, GDP 대비 비중은 0.79%, 0.75%로 12위, 14위에 머물러 있으며, 연평균 증가율 또한 0.6%, 1.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R&D예산 절대 규모는 세계적 수준이고, 여전히 상대적인 자원과 역량을 과학기술 선진국들에 비해, 과학기술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수한 인적자원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2. 노벨 과학상 왜 안오나? :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R&D의 문제
고려대 이종필 교수는 우리나라가 노벨 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3가지로 지적하였다. 우선, 과학교육 내적 문제로, 과학연구가 인간 지성의 경계를 넓히는 일인데, 우리의 과학교육은 경계를 넘지 못하는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정부 기초과학 투자는 결국, '산업유발효과‘나 ’경제적 기대효과‘ 등을 염두하고 이루어지는 데 반해, 노벨상은 당장의 산업적?경제적 효용보다 인간 인식의 경계를 넓히는 원초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고급인력 투자는 노벨상 받을 만 한 1~2명에 ’올인‘하고 있어 대단히 위험한 투기이자 도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주요 R&D 예산배분 조정안’을 보면, 기초연구 투자는 4.2% 예산증가를 보인 반면, 성장동력창출?중소기업지원 등 단기 일자리창출에 각각 7.5% 예산증가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은 치밀성과 계획성이 요구되는 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시혜적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 R&D 중 기초연구 비중은 ‘15년 38% ’17년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들의 자율성 보장과 창의적 연구지원보다 여전히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과학기술자들의 충분한 참여와 의견수렴 없는 기초연구 투자방향 및 투자우선순위 수립, 추격형(fast follower) 기조 아래, 단기 성과창출과제(사업화 성공 11.9% 예산증가)에 집중 지원, 예살절감을 위한 유사?중복사업 정비 및 성과평가 강화에만 몰입하고 있다. 반면, 과학기술인(기관)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도전적?창의적 연구가 어려운 환경에, 기초연구에서 상용화까지 가치사슬 단계별 전방위적 지원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 과학기술 선진국들 R&D지원 어떻게 하나 : 창의적?고위험 연구 적극 지원
미국 과학재단(NSF)은 연구개발 도전성 및 모험성 강화 위해 과제선정 시 연구의 잠재적 혁신성을 평가한다. 국방부 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고위험?대형과제 성공률 제고를 위해 경쟁형 R&D를 실시한다. 복수연구팀을 선정한 후, 과제기획에서 원천?응용기술개발 등 단계별로 탈락시켜 연구팀의 경쟁을 촉진한다.
일본은 기초연구 분야에 안정?장기적 연구지원과 연구자 중심의 유연한 연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화학연구소(RIKEN)와 과학기술진흥기구 첨단기술 탐사연구 프로그램 또한 연구자가 20~30년 간 한 분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창의적 몰입환경을 제공하며, 연구진행 전권을 연구자에게 부여한다.
영국은 미개척 분야 도전적 연구 수행 및 연구자 창의성 극대화 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자유공모형 연구개발 지원이 공학 및 자연과학연구회(EPSRC) 예산(‘10년 기준)의 약 40%를 차지하였다. 과학기술 분야별 구성된 7개 연구회에서 소관 분야별 기초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전 연구개발단계를 지원하는 칸막이 없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도전?위험성 높은 R&D 연구 및 가치사슬 전 단계 지원,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대폭 보장하고 있다.
4. 노벨 과학상 배출을 위해... 과학기술 R&D에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경제성장 둔화는 역사적으로 기초연구 결과가 적을 때 발생했으며 대공황 극복의 기본은 기초연구에 있었다(A. Slywotzky, Bloomberg Business Week, 2009). 그러나 한국의 기초연구 경쟁력은 대단히 낮고 R&D 경영의 효율성과 사업화 효율성 또한 현저히 낮다. R&D 및 기초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기초연구 투자 및 R&D 우선순위 수립 과정에 정부관료 참여를 제한하고, 공공?민간 과학기술인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과학기술 출연기관에 주는 출연금을 포괄보조형태로 완전 전환하고, 기초연구 비중만 설정해준 채, 재원사용 제약을 최소화해야한다. 대신 연구비 및 재원지출에 대한 사후적 감사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기초연구비 투자를 45%이상 대폭 확대해나가고, 연구기관(연구자)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자유공모형(상향식) 과제를 40% 이상 확대하여 도전적?모험적 과제를 선?지원하고, 연구지원기간은 정권변동에 관계없이 최소10년 이상 안정적 지원하되 연구책임자에 대한 전권 부여가 요구된다. 기초연구에서 상용화까지 가치사슬 단계별 전방위적 지원이 요구된다.
셋째, 양적?질적(전문가) 평가를 병행하되, 양질연구의 판단?평가능력 향상에 집중해야하며, 종국에는 질적 우수성이 전부인 풍토를 함양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인 처우개선 및 인력양성 방향 및 체계를 내실화 및 다양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인 사기저하의 주 요인인 과학기술 출연기관 임금피크제 적용을 취소하고, 정년연장 및 정규직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은퇴?여성 과학기술 양성 및 활용 정책의 적극적 추진이 요구된다. 대학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배양, 학제간 융합형 인재양성이 요구된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05?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