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한 (진보정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사전적 의미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행태를 두고 이보다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9일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부터 한국 정치는 ‘부패 스캔들’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소위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럽다. 물론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의 크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민생경제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뻔뻔하게 ‘검은 돈’으로 선거하고 당선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분노와 절망을 안겨 주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면면이 현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 권력자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한 두명도 아니라, 무려 8명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부패 정치, 검은 돈 정치의 사슬을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반응이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자 말자, 잘못된 관행, 검은 돈을 받은 부패정치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 재보궐 선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끌기와 새정치민주연합도 돈을 받았다고 하는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였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 MB정부 시절 성완종 회장의 2번에 걸친 특사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사태의 본질을 흐르고 물타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의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입장은 새누리당 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턱걸이로 통과한 이완구 총리의 수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지만, 대통령 특유의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남미 순방길에 올랐다.
12일 간의 남미 순방길을 마친 후 하루가 지난 4월 28일 홍보수석을 통해 국민들에 대한 ‘유감’과 ‘여야를 막론한 정치개혁’을 천명하였다. 물론 ‘선거의 여왕’답게 이전 정부 시절 성완종 회장의 2번의 특사에 대한 ‘진실 규명’을 제기했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이번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주려했다.
이러한 정치행태, 자신의 대선자금과 깊이 관련된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파장을 차단하고 오히려 야당에게 과거의 성완종 회장의 특사 의혹을 끌어들여 물타기 하는 방식이야 말로 후진적 정치이자,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의 전형을 보여주는 질 나쁜 정치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국민들이 성완종 회장의 뇌물 리스트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보이는 행태는 한 마디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철저한 대통령의 자기 보신적, 친박계를 위한 계파적 정치에 다름 아니다.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당분간 정부여당의 정국주도력이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책임 정치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무책임, 무능의 정치일 뿐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임기 후반 국정을 이끌어 갈 두 개의 카드 중 하나는 정권마다 활용했던 사정정국이 정권 실세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귀결되는 자살골로 이어지며 무력화 되었다. 다른 하나 남은 대북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경색 될대로 경색된 대북관계가 정부여당의 계산대로 단기간에 풀릴지 의문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후과는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적반하장이 잠시 소나기는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의 장마비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 번 국민을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영원히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318?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