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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칼럼] 협동조합의 소비자 저항적 요소

전승우(진보정의연구소 부소장,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소비자는 시장을 지배하는 다양한 주류 세력에 저항한다. 스스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핵심 요소이기도 한 소비자는 반소비(anti-consumption)나 반글로벌주의(anti-globalism)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시장 지배세력에 저항한다. 노동착취나 환경파괴와 같은 부당한 기업행위를 자행하는 기업 그리고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를 크게 위협하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 소비자 저항의 주요 대상이 된다. 또한 시장에서 인간적 요소는 완전히 배제된 채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도 주요한 저항의 대상이다. 저항의 형태는 매우 다양한데 특정 브랜드나 회사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비자 저항의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의 사례는 91년 두산의 낙동강 페놀 방류사건로 인한 대대적인 두산제품 불매운동에서 최근 부산, 경남지역에서 부산합동양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전개된 ‘생탁’ 막걸리 불매운동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하다. 소비자 저항은 단순히 소비자의 주권 회복이라는 차원을 넘어 막강한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데 기반이 되는 시민정신 확립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사회 기득권의 정치적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시민 정치세력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협동조합 설립 조건이 완화되면서 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났다. 협동조합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며 협동조합 간의 협동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경쟁 만능 시장의 여러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경제주체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는 협동조합 소비의 소비자 저항적인 측면을 주목하고 싶다. 필자는 최근 협동조합 조합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동조합 생산과 소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저항적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

우선 협동조합의 대기업에 대항하는 정서나 행위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식료품을 구매하는 대부분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기를 희망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은 유기농 제품을 대형마트에서는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음에도 그곳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택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응답자의 경우도 대기업을 포함한 부동산자본의 영향에서 벗어난 주택을 만드는 것이 이 조합의 설립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여러 응답자들은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인 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 했다. 과천의 협동조합 카페는 원가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거나 값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거의 모든 협동조합카페들은 질 좋은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대기업 커피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은 생산자-생산자, 생산자-소비자, 소비자-소비자 간의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추구한다. 이 관계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에서의 일반적인 형태 이상이라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의 경우를 보자. 아이쿱은 조합원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조합의 주된 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안전한 제품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역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때로는 소비자들이 다른 곳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관점은 일반적인 시장 관계에서는 쉽게 찾기 어렵다. 아이쿱의 생산자들 간의 관계도 일반적이지 않다. 생산자회를 조직하여 생협과 함께 특정 연도의 생산 품목과 생산량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생산하여 과잉 또는 과소 생산을 최소화한다. 소비자인 조합원들은 교육과 지역모임에 참여를 통해 조합의 가치와 지역 현안을 공유하며, 지역 조합 확장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자연드림’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도 한다.

인간적인 면이 거의 없는 시장과의 차별적인 점은 다른 협동조합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주택소비조합과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조합의 전기료와 가스비를 거주자 각자의 사용량에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가 동일하게 지불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사용자 부담을 원칙으로 삼는 대다수의 공동주택과 크게 다른 점이다. 이런 정책은 거주자 간의 공동체 의식이 없다면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주택협동조합 거주자는 인터뷰에서 협동조합에 거주하는 이웃들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량을 포함한 많은 개인 용품들을 서로 공유한다는 사실을 그 예로 들었다. 한 협동조합 카페의 경우, 재능기부를 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콩’을 제공하는데, 이는 소비자들 간의 긴밀한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셀 푸코는 모든 소비자 저항 운동을 뒷받침해주는 진정한 동기는 지배세력에 대한 저항이라 했다. 소비자들은 협동조합 참여를 통해 시장 주류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소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은 이들이 수동적인 대량 생산물의 소비자에서 사회의 부당한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협동조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198?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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