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우
(진보정의연구소 부소장,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2013년 9월에서 11월에 필자는 김제남 의원실과 함께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합업종에 선정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에 참여하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2010년도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과 함께 도입된 제도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13년 현재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한 업체는 약 300여개 되는데 심사를 거쳐 100개 업종(제조업 85개, 서비스 15개)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는 모두 57개 조합이나 협회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많은 업체나 협회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즉, 많은 업체들이 적합업종에 선정되었어도 매출 증대와 같이 눈에 보이는 사업성과의 개선을 경험하지는 못한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사업 균형을 위한 권고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믿음이 크지 않으며 이를 위해 정부도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인들은 현행 적합업종 제도의 제제수단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인들은 적합업종/품목에 대한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44건)에도 절반 이하(21건, 47.7%)만이 시정요구를 하고 있으며, 시정요구를 한 경우에도 시정이 이루진 것은 절반 이하(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 경우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이후 몇 몇 중소기업 업체와 조합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을 통해 중소기업주들이 현 제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대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합의사항을 회피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몇 몇 중소기업주들은 대기업이 진입 자제나 확장 자제 권고를 피하기 위해 차명 중소기업 설립하거나 공장 및 시설을 편법으로 확장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웠다. 대기업의 합의 없이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대 · 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및 역량 차이로 인해 합의 과정이 중소기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현재 실행되는 현실을 보면 권고안 자체도 약간은 모호하지만, 이 제도를 관리하는 동반성장위원회도 대기업의 생산량이나 매출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동반성장위원회가 불이행 사례가 확인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도 중소기업주들의 또 다른 불만 사항이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개선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법제화를 통해 적합업종과 관련된 여러 제도에 힘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대기업의 상생 의지가 미흡하고 중소기업 측의 역량이 취약한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자율규제는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적합업종 제도를 입법화 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 제도를 대폭 강화해서라도 제도의 강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국가나 법이 나서서 힘 없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것을 기대한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107?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