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연구소 칼럼

  • [건강정치칼럼]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정치

_임준(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위원장)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만성질환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건강보험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및 관련 심뇌혈관질환으로 지출되고 있는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암까지 포함할 경우 비용의 5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의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만성질환은 과거 감염성질환이나 손상, 그리고 당장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급성질환과 전혀 다른 대응을 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만성질환은 환자 자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급성질환과 차별성을 갖는다. 외상이나 감염성 질환 등은 수술이나 약물요법 등과 같은 치료행위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 관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만성질환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고 평생 동안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유지,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고혈압, 당뇨병 약물을 의사에게 처방받고 잘 복용을 하더라도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혈압,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또한, 투약을 중단하지 않고 의사의 처방대로 잘 복용을 하더라도 흡연, 음주, 영양, 운동 등과 같은 건강생활실천을 제대로 꾸준하게 하지 않아서 혈압과 혈당의 조절이 잘 안되어 결국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선진외국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만성질환관리모형을 정립하고 이에 기초하여 의료전달체계, 정보체계, 의사결정지원체계, 지역사회협력체계 등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건강지원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즉, 과거의 의료전문가에 의한 단편적인 치료 모형을 지양하고 치료서비스 뿐 아니라 만성질환자가 스스로 복약, 건강생활실천 등 만성질환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교육, 상담 등을 포함한 건강지원서비스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 제공해왔다. 결론적으로 과거 의사 중심의 의료제공자가 아닌 여러 보건의료전문가 결합한 다부문 팀이 구성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도 과거의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로써 스스로 건강관리를 수행하는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만성질환관리모형의 핵심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진외국은 다양한 정책적 시도와 노력을 전개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만성질환관리모형에 기초하여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왔다. 대구시 만성질환관리사업을 필두로 한 인천, 서울 등의 사업이 진행되어 왔고, 정부 차원에서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 건강플랫폼 등이 제안되고 부분적인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만성질환관리정책의 수립 및 결정 과정에는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는 만성질환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일차의료전문가 즉 의원급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더 본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만성질환관리모형의 철학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환자 또는 지역사회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후자의 문제보다 전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거의 모든 노력을 집중해왔다. 대표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의협 등과 같은 의료전문가 집단과 협의 또는 협상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정작 만성질환관리모형이 성공하기 위해 요구되는 환자나 지역주민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노력은 크게 기울이지 못하였다. 만성질환관리모형 자체는 새로운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공급자 모형에 기초한 접근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의사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환자 및 지역주민의 주체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고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건강정치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자신의 건강 문제를 스스로 정치적 의제로 만들어나가고 정책으로 구현해나가는 것이 건강정치의 핵심적 문제의식이라 할 때에 만성질환관리의 문제 또한 지역의 정치적 의제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만성질환관리의 문제를 의료전문가와 정부의 정책적 행정적 결정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환자와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관리 수준에 있어서 지역적 계층적 격차가 커지고 있고 만성질환관리에 있어서 불평등 문제가 전 생애에 걸쳐 건강불평등이 구조화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정치적 의제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만성질환관리를 지역정치, 건강정치의 의제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 이것이 정의당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다. 

sns신고


출처: http://www.justicei.or.kr/90?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