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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건강정치칼럼] 낡아빠진 영리병원 타령 그만하고 민생 좀 챙기시길

_임준(정의당 건강정치위원장 /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부는 도대체 언제쯤 다 낡아빠진 영리병원 타령을 그만둘까? 2004년 경제자유구역에 내국인 진료가 가능한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앵무새처럼 반복되고 있는 영리병원 타령이 이제 햇수로 10년을 넘어가고 있다.

 

사실 영리병원의 범위를 주식회사 병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영리 행위를 인정하는 개인 병의원까지 넓힌다면 영리병원은 이미 우리 주변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10년 째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영리병원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개인 병의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보건의료시장에서 환자 진료가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투자에 따른 배당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주식회사 병원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리병원의 필요성으로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를 제기하고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한다면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과 같은 비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인데도 줄기차게 고용과 영리병원을 연계시키는 무모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의 질 문제도 마찬가지다. 영리병원의 질이 공공병원이나 비영리병원에 비해 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학계의 지배적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우수한 의료 인력이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얼마나 엉터리 주장인지를 알 수 있다.

 

BT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완전한 거짓말이다. 외국에서 BT와 연계하여 왕성한 중개 연구 및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병원들은 대부분 주립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대학병원들이다. 중개연구나 임상연구의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간의 배당 이익이 중요한 영리병원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나 BT 관련 업체들도 돈벌이 병원인 영리병원에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대부분 우수 인력이 모여 있는 대학병원에 연구비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외국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말 BT와 병원의 연계를 강화하려면 영리병원 운운할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이나 국립병원에 장기적인 연구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듯 영리병원을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영리병원을 국내에 들여오게 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또는 경제 위기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본 입장에서야 영리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중요한 목록 중 하나일 것이다. 의료계는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윤만 보장된다면 많은 자본이 쉽게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창출이 가능하고 투자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부처에 입맛에 맞는 정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4대강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4대강이 국토를 황폐화시킨 정책이라면 영리병원은 국민을 황폐화시키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국민 건강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온 건강보험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처럼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병원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시장이 이미 건강보험 규모로 커져버린 상황에서 민간보험 주도의 병의원체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건강보험체계의 무력화는 의료비 상승과 계층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의료기관의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지금 돈벌이를 전문으로 하는 영리병원이 없는데도 자유방임에 가까운 병원 간 무한 경쟁으로 수많은 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등장한다면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비의 적정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자유방임 형태의 의료체계를 뒤집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허용은 기름에 불을 붓는 격임에 다름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실업과 불안전 고용의 위기, 치솟는 전세 값과 가벼워지는 장바구니, 과도한 의료비 부담과 민간보험료 부담에 비판에 빠진 시민의 삶! 도대체 정부는 민생을 언제쯤 챙길 것인가! 보편적 복지에 기반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의료의 공공성 강화만이 깊어져만 가는 우리 국민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길인데, 자꾸 헛발질을 한다.

 

‘언제쯤 돌아오려나, 우리 정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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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73?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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