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의 힘으로 정의당 쇄신의 길을 엽시다
- 2020-08-19 22: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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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성 현입니다.
# 혁신위는 실패에 솔직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혁신안 기자회견에서 혁신위가 결국 실패했음을 밝혔습니다. 언론사와 혁신위원 간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던 만큼 모든 혁신위원들이 적극 답변해야하는 자리였고, 저의 발언권은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발언은 혁신위원장에 의해 제지되었습니다. 우리 당의 혁신안이 공개되는 자리에 내부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 우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혁신위는 총선 실패 이후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총선에 실패했다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요 정파를 위한 부대표 자리 늘리기가 혁신안의 핵심 내용이 되었습니다. 주고받는 식의 협상을 통해서 소수의견은 사라졌습니다. 그런 혁신안을 성공적이고 깔끔한 만장일치의 안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이는 정치적 무책임이자 무능함이고, 무엇보다 거짓이기에 저는 발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요구했던 혁신위 회의록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왔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회견 이후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료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과 우리 당을 좀 더 존중하며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최선의 방법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 이 당을 만들고 지켜온, 감사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그러한 말을 해주었기에 한 귀로 듣고 흘릴 수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당원들을 대의하는 전국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제가 당과 혁신위에 가지고 있는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며, 기자회견에서의 다소 거친 언행에 대해 사과드렸습니다.
그러나 혁신위는 끝까지 실망스러웠습니다. 전국위에서는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지금 혁신안에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제시해야 할 대국민 의제가 없다는 등 중요한 지점이 논의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혁신위원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혁신위는 전국위가 진행되는 도중에 제가 '사과 발언을 했다’는 브리핑부터 올렸습니다. 중요한 의견들이 제기되는 그 순간에도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창피함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혁신위였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서로 존중해야 할 정의당에서 혁신위원장이 발언을 제지하고, 제가 사과했다는 점만 부각하는 모습은 우리 당의 민주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 끝까지 당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이제 혁신안은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의 과제로 넘어갈 것입니다. 아직 대의원대회에서 이번 혁신안의 문제를 바로잡고,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보완되고 수정될 혁신안이 저는 당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더 많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대의원 분들과 당의 주요 책임자분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생각을 같이 하신다면 당을 위해서 함께 힘을 모을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의 일관된 목표는 우리 당이 소수 엘리트 활동가들의 당이 아니라, 다수의 당원들과 진보 시민들의 열망을 더 제대로 대의하는 당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길을 새롭게 여는 일에 당의 지도부만이 아니라, 모든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위의 시간은 끝났지만, 저는 존경하는 진보정치의 동료인 당원 분들과 함께, 당원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정의당을 만들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이 길에 함께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