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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이 말한다

정의당의 논평, 브리핑, 당론, 현안에 대한 각종 입장 등을 올리는 곳입니다.

끝까지 사퇴하지 않은 이유, 끝까지 싸울 이유

  • 2020-08-13 00:42:35
  • 조회 3075

[아쉽게도 혁신위는 실패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했습니다. 혁신위에 들어오며 전직 대표단에서부터, 오랫동안 이 당을 이끌어온 대표적 인물들, 각 정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첫 6주 동안 매일 약속을 잡고 왜,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당의 가능성도 보았고, 절망도 보았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혁신과제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아래로부터의 혁신, 당원을 닮은 정의당이 되어야 한다

1.  당원 총투표 대표단 발의를 가능하게 하자(현행 권한 없음)

2.  당원 발의 총투표, 당원소환 요건을 완화하자(현행 기준이 너무 높아 실제 발동할 수가 없음)

3.  당게시판 전체 공개(당원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의 접근성이 차단되어 있음)

4.  21대 총선 비례경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탈당자들에 대한 특별복당 기간을 부여하자(유례없는 탈당 흐름에 대해 당이 소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 위로부터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5.  의견그룹 책임제(정파등록제) 실시하자

6.  대의원대회 폐지 및 전국위원회의 대표성 강화하자(인원 수↓, 의무↑, 추천직 폐지)

7.  비례경선 할당 제도를 가산점 제도로 전환하자

8.  당기위원회를 고위당직자 및 공직자에 대한 윤리심사 및 징계위원회로 전환하자

9.  당직 문화 개선 : 2년 자동 승진 폐지 및 인사고과를 반영한 승진제도 수립, 당직자 역량 교육 의무화(노동 시간에 포함)

 

그러나 혁신위 내부에 들어가니, 당원들의 열기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나 위로부터의 책임 강화를 혁신의 방향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중 이룬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당원 총투표라도 반드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했으나, 역시 마지막 회의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대신 당원 직접민주주의 강화라는 부분에서 당원입법청원 시스템과 ‘당원이 묻고, 당이 답한다’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당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18명 중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실력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은 혁신위가 출범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당원들이 지적하시듯이 총선 실패를 겪었다면 비대위가 구성되는 등, 실패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반성을 이루어내야 했지만, 심상정 지도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혁신위 안에서도 총선 실패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가 총선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만든 기획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습니다. 혁신위 구성은 주요 계파 출신들로 분배되었고, 이 계파 구도는 2차 선임을 거치며 더 왜곡된 형태로, 더 견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혁신위원 대부분은 당의 위기를 심상정 대표의 독단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대표가 독재할 수 없게 부대표 수를 늘리거나, 최고위원제를 도입한 집단지도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선명성 부족을 이야기하며 강령 개정을 주장했습니다. 수차례 던졌지만, 다시 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총선에 패배한 것이 부대표 수가 적었기 때문입니까? 우리가 총선에 패배한 것이 강령을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주요 의사결정 당시 누가 어떤 입장을 냈고, 어떻게 표결했는지 공개하지 않는 우리 당에서 집단지도체제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불가’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자신은 찬성하지 않았다는 전국위원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그런 깜깜히 의결 구조 속에서 부대표 수를 늘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조직표를 동원할 수 있는 계파의 활동가들이 당의 모든 권력을 나누겠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비례의석을 두고 37명의 후보가 등장하여 계파 간 갈등, 심지어 계파 내 갈등까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비례경선과 같은 사태가 이제 부대표 선거를 두고 일어날 것입니다.

 

 

[끝까지 사퇴하지 않은 이유]

정말 매 회의에 참석할 때 마다 사퇴하고 싶었습니다. 최종안을 보면 당원 분들은 ‘이걸 왜 이렇게 바꾸지?’ ‘이게 무슨 뜻이지?’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누가 봐도 분명하게 이해되지 못하는 게 어떻게 혁신안일 수 있습니까? 당내 계파들을 위한 밥그릇 늘리기 외에는 한 것이 없으니 이를 애매하게 가리는 말들이 가득합니다. 정작 과감하게 혁신해야 할 것은 손도 대지 않은 안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최악을 막아내자고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계파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고, 대의기구와 대표성을 훼손하며 당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이념 갈등으로 당을 혼란으로 밀어넣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남았습니다. 그렇게 막아낸 최악의 안들도 많습니다. 최악을 막느라, 해야 할 것들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혁신위는 앞의 9개의 안 중 어떤 것도 최종안에 넣지 않았습니다. 전국위원회를 없애겠다는 황당한 안까지 나왔고 그걸 지켜냈지만, 결국 부대표 수를 늘였습니다. 당원들의 최대 의사가 반영되는 대표단이 아니라, 적은 조직표가 자리 수를 이용해 권력을 나누는 구조를 승인하라는 혁신안이 제출되었습니다.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당원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끝까지 싸울 이유]

저는 계속 싸우려고 합니다. 당원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8월 30일에 열리는 당대회에 수정동의안을 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힘쓸 것입니다. 잘못된 혁신안을 승인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당원분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겠습니다.

 

혁신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총선에 참패하여 출범하였는데 총선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기는 커녕 전혀 관계없는 혁신안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21대 총선 정의당 투표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정의당은 누구를 대변하냐’는 질문에 노동자(52.7%)가 월등히 1위로 나왔고, 뒤를 이은 청년과 여성은 각각 14.9%와 9.3%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적절했던 총선 공약, 향후 집중해야 할 입법 과제 1위 역시 각각 전태일 3법(76.8점), 중대재해기업처벌법(76.7점)로 뽑혔습니다. 이런 여론조사의 결과는 현재 정의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혁신위는 조사 결과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당은 계속 후퇴할 것입니다. 당원들과 당의 주요 지도부의 사이는 계속 멀어질 것입니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누가 지지하겠습니까. 다음 대선, 지선이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당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갈 것입니다. 저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밝히고 끝까지 말하고 싸우겠습니다. 그것이 정의당의 혁신이며, 혁신위원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진짜 혁신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열겠습니다.

 

지난 80일 동안 함께 활동해온 혁신위원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저는 그분들이 갖고 있는 당에 대한 애정,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는 ‘책임’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대중정당 정의당, 진보정당 정의당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는 다 함께 맞서야 합니다. 그러나 혁신위 내부는 그러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혁신위 자체가 당원들의 열망을 일으키는 것보다 계파 간의 권력 분배를 조정하는 것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당원분들 모두가 80일 동안 고생한 혁신위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혁신위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혁신안은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실패한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우리 정의당이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당원 분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습니다. 당대회까지 개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당원들과 우리 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위한 혁신을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혁신안 최종안을 확인한 후, 제가 생각하는 '당원을 위한 혁신안'을 만들어 첨부합니다. 많은 의견 부탁 드립니다.

(의견이나 문의사항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참여댓글 (9)
  • 시리우스b

    2020.08.13 16:14:10
    당신이 진정한 청년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록 저는 탈당해 하루에 10개씩 정의당 악플을 쓰고 있지만
    혼자 외롭게 싸우시는 모습에 항상 감동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투쟁으로 정의당이 정상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ㅜㅜ
  • Observer

    2020.08.13 17:46:49
    워낙 정의당 내부 소통구조가 민주적은 고사하고 권위주의적이니 그런가 보다 하더라도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이 사실 무색하지요. 권위주의적 진보정당이라니)
    비례대표 할당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건 지금 당내의 세력구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래디컬 페미계열에게
    비례대표 지분을 꾸준히 제공하겠다는 거로군요.
    그렇게나 말 많이 나오는 제도이지만 그 제도의 수혜를 받아서 여의도에 사무실 얻은 사람이 위원장이고 하니 그걸 포기할 리 없겠지요.
    그리고 대표의 독선을 견제하는 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대표 수가 아니라 대표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고.
    그리고 부대표들도 함께 삽질해서 당에 해를 끼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묻는 답니까? 책임질 사람은 여전히 없는 거지요?
    이런 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고서 무슨 대표의 독선을 견제한다고 부대표를 늘립니까 ㅉㅉ

    이제 정의당의 미래는 대충 예견됩니다. 성현님 그간 수고하셨구요 덕분에 상황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확실히 정의당 손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원외정당이 멀지 않았다.

    2020.08.13 23:53:53
    정의당은 '권위', '독단', '폐쇄' 등의 단어들과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정당인데, 지금 굴러가는 모양새는 그 어느 정당보다 과정은 불투명하고, 결정은 독단적이며, 권위자의 눈치만 보는 정당이군요.

    하태경이가 왜 '우리와 생각이 많이 다르지 않다'라고 했는지 알만 합니다.
  • 판옵티콘

    2020.08.14 00:06:18
    점점 망가져가는 정의당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봅니다.
  • 노회찬 지지자

    2020.08.14 07:40:35
    정의당은 혁신이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반독재투쟁이 우선.
  • 릴리아

    2020.08.14 15:19:56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되었다면 버릴줄도 알아야..
  • 심인

    2020.08.16 00:02:20
    이건 무엇인가? 당신도 결국 굴복한 것인가?

    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33924&page=1
  • 원외정당이 멀지 않았다.

    2020.08.16 01:08:13
    ㅋㅋㅋ

    강민진이가 이런 깨소금을 브리핑 안 할리가 없지. 암

    오늘 전국위 유툽 실시간 60 명정도 봅디다. 초등생이 우유에 시리얼 타먹는 먹방도 천명씩 보는 실시간 스트리밍에 60명이면 얼마나 처참한지 알만하게 재미없었지만, 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풀로 봤습니다. 종료 선언하며 망치 세번 땅땅땅 하고 나서 심블리께서 '식사는~' 까지 풀로 봤습니다.

    성현위원의 사과 발언 부분 잘 봤습니다. 그 과정 자세히 쓰고 싶으나, 아마 그리 쓰면 삭제당할 거 같으니 쓰지 않겠습니다. 재미 없는 스트리밍이었지만, 성현위원 부분 잼납디다.
  • Observer

    2020.08.18 09:04:19
    장제원이 김종인을 공개비난했다고 해서 사과발언 받아 공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군요.
    간단히 말해서 지금 정의당은 미통당보다도 더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지도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하긴 자당대표의 발언이 비례대표 언니들의 '권위'를 손상시킨다고 떠들어댈 정도인데 그 언니에게 망신 준 사람에게는 보복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