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혁신안 초안을 읽고 (2)
- 2020-08-01 09:30:39
- 조회 1503
정의당 혁신안 초안을 읽고 (1)
http://www.justice21.org/13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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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답을 하더라도 실망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은 편인 질문이 있습니다. 그 때 정의당에 던져진 '그래서 너희는 친메갈리아냐, 반메갈리아냐'란 물음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죠. 그러나 정의당은 그 질문에 직면하는 상황을 말그대로 자초했습니다.
개인에 불과한 저도, 이 글에서 메갈리아에 대한 제 개인적인 평가가 드러난다면, 이 글을 주의깊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그것만으로 이 글과 저를 판단하고, 제가 정작 하고 싶은 말에 관심을 꺼버릴 것을 우려해 이렇게 애둘러 단어를 고르고 있는데, 대중들에게 표를 받아야 하는 정당이 그런 상황을 자초한 건 너무 경솔한 일이었습니다.
그 상황에 대한 대처도 그랬습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이어 내비치고, 이도 저도 아닌 결정들을 계속 해가며, 전례없이 격하게 부딪히던 친 메갈리아 성향의 당원들과 반 메갈리아 성향의 당원들이 사이좋게 집단 탈당하는 사태를 막지 못했죠. 뭐, 그건 그런 상황에 놓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도 정의당은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고 노회찬 의원님 말씀처럼, 어떤 프레임 안에선 반목하는 이들도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하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당시 지도부는 메갈리아에 대한 평가는 다를지라도 진보 정당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어 당에 남았던 이들에게 꾸준히 그런 프레임을 제시하며 당원들을 하나로 합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의 주류들은 메갈리아 사태 이후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을 동일시하며 진보 정당에서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 우리는 그런 당이어서는 안된다는 듯 반 메갈리아 성향을 내비치는 당원들을 배척하고, 오래도록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당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며 메갈리아 사태로 훼손된, 정치적 올바름에 충실히 복무하는 '진보 다움'을 복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전 대중적 진보정당이라 믿었던 이곳이 사실은 언피씨하고, 무례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든, 상처 많고, 예민한 사람들이 현실로부터 도망쳐 모여서, 자기와 비슷한 이들 사이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우리 마음이 괴롭지 않고, 우리가 불편한 사람 취급받지 않는 구원의 날은 반드시 올거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 같은 공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일터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하루의 대부분을 위험하고 힘든 일하는 데 쓰느라 정치적 올바름에 예민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렇게 치열하게 매일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하긴 커녕 당장을 살아내기에도 넉넉하지 않아 늘 몸과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 대부분은 누구보다 그런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는데 약자를 대변하겠다면서 진보 다움에 그렇게나 집착하는 모습을 전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당에 관심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지지받겠다는 대상이, 본인에게 시비를 거는 일처럼 받아들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당이 집권해 세상을 바꿀 가능성은 아무리 봐도 없어 보이니, 그런 당에 쏟을 시간을 노오력에 투자해 제 살 길이나 강구해봐야 겠단 생각이었죠. 그때로부터 2년 6개월쯤 지난 지금,워낙 비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 아직 월세 살이를 면치 못했지만 그 때에 비하면 제 생활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당은 어떻습니까? 그 때 보다 좋아졌습니까? 당에 애정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려 했던 분들은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회의감을 느끼고 당을 떠나거나 입을 닫았고, 남아있는 다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내리는 의사 결정은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쳤다한들 당밖으로만 나오면 비판받기 일수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반응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반성하려 하진 않고 되려 가르치려 드니 대중들은 그런 태도에서 또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정의당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것도 단순히 의석수로 따졌을 때의 얘기지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은 이제 정의당 얘기만 들어도 고개를 젓고, 자한당 당선을 막아야 하니 지역구는 민주당 찍지만 비례는 미안해서라도 정의당 찍어준다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런 미안함을 많이들 거뒀습니다. 거기에 조국 사태에 관해 어정쩡한 입장을 내면서까지 도입하려 총력을 기울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선관위의 위성정당 승인과 동시에 날아갔고, 지역구 당선자는 여전히 심상정 뿐이며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5석의 비례 의석은 일당백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당내 할당제에 수혜를 받은 이들에게 돌아갔으니.. 미래를 낙관할만한 요소는 도무지 보이질 않습니다. 일각에선 비례표를 9.6프로나 받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하지만..
그리 한가할 소리나 할 세상입니까? 9.6프로로는 몇년, 몇십년전에 일어났던 것과 꼭 닮은 비극이 2020년에도 일어나는 세상은 물론이고, 위험한 일터로 떠밀린 사람들이 떨어지고 으깨지고 찢겨져 죽는 세상, 그런 세상에 다들 익숙해져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너도 열심히 노력하리는 말이 통용되는 세상, 그래서 정치가, 낭떠러지로 밀린 사람들을 끄집어내주면 그간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그들이 과연 구제될 자격이 있는지 묻고 따지며 화내는 세상. 이 중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는 데 말입니다.
'일자리 감소 직시하면 기본소득 찬성자 늘어날 것'이란 용혜인 의원의 망언처럼, 세상이 더 망하면 우리가 더 흥할지도 모르니 세상이 망하길 바라는 것이거나 지금처럼 겨우 겨우 법안 발의 찬성자 4명 더 모아서 '법안 발의' 한 것에만 의의를 두고 자축하는 데 진심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필요한 건 정신 승리가 아닌 진짜 승리를 위한 변화입니다.
http://www.justice21.org/13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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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답을 하더라도 실망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은 편인 질문이 있습니다. 그 때 정의당에 던져진 '그래서 너희는 친메갈리아냐, 반메갈리아냐'란 물음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죠. 그러나 정의당은 그 질문에 직면하는 상황을 말그대로 자초했습니다.
개인에 불과한 저도, 이 글에서 메갈리아에 대한 제 개인적인 평가가 드러난다면, 이 글을 주의깊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그것만으로 이 글과 저를 판단하고, 제가 정작 하고 싶은 말에 관심을 꺼버릴 것을 우려해 이렇게 애둘러 단어를 고르고 있는데, 대중들에게 표를 받아야 하는 정당이 그런 상황을 자초한 건 너무 경솔한 일이었습니다.
그 상황에 대한 대처도 그랬습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이어 내비치고, 이도 저도 아닌 결정들을 계속 해가며, 전례없이 격하게 부딪히던 친 메갈리아 성향의 당원들과 반 메갈리아 성향의 당원들이 사이좋게 집단 탈당하는 사태를 막지 못했죠. 뭐, 그건 그런 상황에 놓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도 정의당은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고 노회찬 의원님 말씀처럼, 어떤 프레임 안에선 반목하는 이들도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하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당시 지도부는 메갈리아에 대한 평가는 다를지라도 진보 정당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어 당에 남았던 이들에게 꾸준히 그런 프레임을 제시하며 당원들을 하나로 합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의 주류들은 메갈리아 사태 이후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을 동일시하며 진보 정당에서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 우리는 그런 당이어서는 안된다는 듯 반 메갈리아 성향을 내비치는 당원들을 배척하고, 오래도록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당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며 메갈리아 사태로 훼손된, 정치적 올바름에 충실히 복무하는 '진보 다움'을 복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전 대중적 진보정당이라 믿었던 이곳이 사실은 언피씨하고, 무례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든, 상처 많고, 예민한 사람들이 현실로부터 도망쳐 모여서, 자기와 비슷한 이들 사이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우리 마음이 괴롭지 않고, 우리가 불편한 사람 취급받지 않는 구원의 날은 반드시 올거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 같은 공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일터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하루의 대부분을 위험하고 힘든 일하는 데 쓰느라 정치적 올바름에 예민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렇게 치열하게 매일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하긴 커녕 당장을 살아내기에도 넉넉하지 않아 늘 몸과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 대부분은 누구보다 그런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는데 약자를 대변하겠다면서 진보 다움에 그렇게나 집착하는 모습을 전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당에 관심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지지받겠다는 대상이, 본인에게 시비를 거는 일처럼 받아들이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당이 집권해 세상을 바꿀 가능성은 아무리 봐도 없어 보이니, 그런 당에 쏟을 시간을 노오력에 투자해 제 살 길이나 강구해봐야 겠단 생각이었죠. 그때로부터 2년 6개월쯤 지난 지금,워낙 비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 아직 월세 살이를 면치 못했지만 그 때에 비하면 제 생활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당은 어떻습니까? 그 때 보다 좋아졌습니까? 당에 애정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려 했던 분들은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회의감을 느끼고 당을 떠나거나 입을 닫았고, 남아있는 다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내리는 의사 결정은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쳤다한들 당밖으로만 나오면 비판받기 일수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반응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반성하려 하진 않고 되려 가르치려 드니 대중들은 그런 태도에서 또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정의당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것도 단순히 의석수로 따졌을 때의 얘기지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은 이제 정의당 얘기만 들어도 고개를 젓고, 자한당 당선을 막아야 하니 지역구는 민주당 찍지만 비례는 미안해서라도 정의당 찍어준다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런 미안함을 많이들 거뒀습니다. 거기에 조국 사태에 관해 어정쩡한 입장을 내면서까지 도입하려 총력을 기울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선관위의 위성정당 승인과 동시에 날아갔고, 지역구 당선자는 여전히 심상정 뿐이며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5석의 비례 의석은 일당백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당내 할당제에 수혜를 받은 이들에게 돌아갔으니.. 미래를 낙관할만한 요소는 도무지 보이질 않습니다. 일각에선 비례표를 9.6프로나 받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하지만..
그리 한가할 소리나 할 세상입니까? 9.6프로로는 몇년, 몇십년전에 일어났던 것과 꼭 닮은 비극이 2020년에도 일어나는 세상은 물론이고, 위험한 일터로 떠밀린 사람들이 떨어지고 으깨지고 찢겨져 죽는 세상, 그런 세상에 다들 익숙해져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너도 열심히 노력하리는 말이 통용되는 세상, 그래서 정치가, 낭떠러지로 밀린 사람들을 끄집어내주면 그간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그들이 과연 구제될 자격이 있는지 묻고 따지며 화내는 세상. 이 중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는 데 말입니다.
'일자리 감소 직시하면 기본소득 찬성자 늘어날 것'이란 용혜인 의원의 망언처럼, 세상이 더 망하면 우리가 더 흥할지도 모르니 세상이 망하길 바라는 것이거나 지금처럼 겨우 겨우 법안 발의 찬성자 4명 더 모아서 '법안 발의' 한 것에만 의의를 두고 자축하는 데 진심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필요한 건 정신 승리가 아닌 진짜 승리를 위한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