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수습에 나서 주십시오. ]
- 2020-07-25 12: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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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수습에 나서 주십시오. ]
혁신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습에 나설 때입니다.
정의당 5기 집행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혁신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제출된 (당원토론용) 혁신제안서가 그 증거입니다. 이제는 혁신위 실패를 인정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황수습에 모든 당원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1.
혁신위은 제안방법과 과정에서부터 ‘혁신적’이거나 정당하지 못했습니다. 21대 총선 패배를 책임져야 하는 현 집행부가 활동 목표, 운영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미리 결정해 둔 내용을 무기력한 전국위원회에 제출해서 통과시켰습니다. 혁신위원 선발 과정 등의 과정이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내세운 촉박한 일정으로 전광석화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당대회에 직접 ‘혁신안’을 제출하게 하여 혁신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조치를 제거한 것부터 집행부가 정한 대로 일사불란하게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관철된 졸속한 기획과 운영이었습니다.
정의당 5기 집행부는 당운영에 있어서 이미 2가지 큰 실책을 범한 바 있습니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후보 공보물을 전당원에게 배포하지 못했으며, 21대 총선 비례대표 공보물에 정당기호를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무역량의 실책은 21대 총선 패배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번 혁신위원회 설지 제안 및 운영 실패는 정의당 5기 집행부의 세번째 실책으로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 입니다.
2.
혁신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지난 10차 전국위원회 안건에는 아래와 같은 의제를 다룰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1) 정체성의 재구성 : 당의 정치노선, 어젠다 혁신
(2) 리더십의 혁신 : 세대교체, 지도체제개편 등
(3) 조직 혁신 : 당원제도 혁신 방안, 정치활동 혁신 방안, 조직체계개편, 대국민 소통방식 혁신 방안
그런데 7월19일 혁신제안서은 가장 중요한 1번 의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3 의제에 대해서 ‘혁신’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내용은 16쪽에 제시된 [미디어 매체를 통한 소통 확대] 와 그 제안을 상세하게 설명한 28쪽 [ 별지2 매체 사업 개선 방안 ] 정도로 평가됩니다.
1제안 ‘새로운 10년을 위해 정의당의 강령을 개정합시다’라는 제안은 2년 전 2018년 7월 ‘강령개정 검토 보고서’에서 제안/보고된 내용에서 진전 된 것이 없으며, 전국위원회가 주문한 내용을 동어 반복한 수준의 부실한 결과임을 인식해야 할 것 입니다.
2제안은 정의당이 그동안 준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준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대안 제시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 내용을 ‘혁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3~6안의 내용은 미디어 매체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는 지난 8년간 거의 모든 회의때 마다 언급된 내용의 동어 반복이라는 느낌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이 아이디어나 비전의 문제가 아니고 ‘실천’의 문제, 혹은 획기적인 자원의 집중/배당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7번 청년/청소년 주체의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인 혁신안이 확정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혁신위 구성원 내부에 청년할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충안 조자차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성세대 당원들이 가지는 위기감이 아직은 절박하지 않다는 소감입니다.
3.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혁신위원회는 혁신적인 ‘내용’을 채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광역단위의 토론회 ( 실은 설명회와 같이 운영된다는 느낌도 듭니다만 ) 몇차례로 제시된 의제가 모두 ‘혁신적인’ 내용으로 새롭게 채워질 전망은 어두워 보입니다. 혁신위원회 구성원들의 열정이나 성실성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빚어진 실패는 역전되기 어렵다는 것이 합리적고 개연성 있는 예상입니다.
8년간 지역위원회 기간당원으로서, 그리고 2년간 전국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습안을 제안드립니다.
- 혁신안은 백서 형식으로 작성하십시오. 결론을 내려고 노력하시지 말고, 그냥 수집된 내용, 제출된 제안 모두를 그냥 아카이빙 해서 ‘혁신위 활동의 기록’으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해시태그를 통해서 수집된 혁신-SNS 의견들, 혁신위에 바란다 게시판에 기록된 대용들, 혁신-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접수된 내용들을 빠짐없이 기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소한으로 마련하십시오. 지난 4기 집행부에서 이미 당헌당규 개정 TF를 가동하여 한 번 개정한 당헌 당규입니다. 그 작업을 위해서 현재 혁신위원회가 작동한 방식과 아주 유사하게 조직이 구성되어 운영된 바 있습니다. 그 활동기록을 살펴보시고, 이번 혁신위가 제안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소화하시기 바랍니다.
- 차기 집행부에 제안하는 제안을 혁신위원 내부의 합의안으로 구성해 보실 것을 제안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운영방식과 중간결과를 보건데 이조차도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만, 노력해 보시기를 요청드립니다.
- 차기 당직선거에 대해서는 위임받은 권한을 반납하십시오. 집행부와 광역시도당연석회의, 전국위원회가 그냥 현행 당헌당규에 의해서 새롭게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 바랬던 연동형비례제 국회의원선거제도가 결과적으로 원래 있었던 선거법보다 개악된 수준으로 작동했던 트라우마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직선거의 각 후보자들이 혁신위에서 제시된 내용을 얼마나 잘 구현할 실력이 있는지, 당원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 같습니다.
4.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혁신안에서 ‘평당원’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실망스럽습니다. 당원의 지위가 당비나 당원 수라는 계량적 단위로… 그리고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제공해 주는 근거 정도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교육을 받아서 정체성을 ‘교정’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1,500건이 넘게 제출된 ‘혁신위에 바란다’ 게시판 글들, 해시태그를 통해서 제안된 내용들, 혁신-문자메시지 등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80회가 넘게 개최된 간담회에 모인 800여명이 넘는 당원들의 수천개의 발언이 105쪽의 ‘보고서’에 덤프되어 있는 모양들이 그러합니다. 거대자본이 ‘빅데이터’로 관리하는 자원만큼의 대접도 이번 혁신위과정에서 당원들이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저의 평가입니다.
당원들을 이런 방식으로 ‘구태의연하게’ 대접한 혁신위원회 활동은 실패했습니다.
부디 제시된 수습안에 귀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0년 7월 25일
정의당 의왕과천지역위원회
당원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