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혁신위원회와 장혜영 혁신위원장님께 묻습니다]
- 2020-07-20 18: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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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혁신위원회와 장혜영 혁신위원장님께 묻습니다]
지난 일요일 발표된 혁신위원회 1차 보고서를 보았습니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 이렇게 1차 보고서를 먼저 부족하게나마 발표하는 것은 당원들의 토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위 보고서를 보고 생긴 의문점들이 있어 이렇게 글 올립니다.
0. 왜 그간 당원들과 이루어진 논의의 결과들이 온전히 반영되어 토론에 부쳐지지 못한 것입니까
그간 혁신위원회는 각 지역과 부문의 당원들과 직접 토론하며 의견들을 수합하고 고민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제가 보고들은 것만 하여도 지역정치 강화, 사회운동정당, 청년정치의 활성화 등의 내용이 제시되었습니다. 당 내적으로도 지도체계의 개선과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진정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강화의 내용이 다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혁신위 내에서 이견이 있다는 것은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견들이 있으면 각 의견을 소개하여 더욱 근거있는 토론을 불러일으켜야지 모호하게 추상적으로 제시하여서는 어떤 새로운 논의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번 혁신안에는 지도체제의 문제, 당비 구간을 포함한 지지당원제, 청소년에의 당권부여 등의 의제 이외에는 경합하는 의제와 주장들이 제시되지도 않았습니다. 지역정치와 청년정치의 재건을 위한 논의는 모호하게만 제시되어 있지 토론을 하고 실질적인 혁신을 만들이 위한 구체적인 쟁점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운동의 한 축으로서 정의당이 해나가야 할 운동과 자리매김할 위치는 언급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과연 이 보고서는 그간의 토론 내용을 온전하게 담고 있는 것인지, 정의당이 진정으로 혁신되기 위한 문제의식들을 폭넓고 명확하기 지적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그저 갈등을 봉합하고 적당히 타협하기 위한 목적의 결과물이 아니었는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정의당은 어디에 존재하는 정당입니까
보고서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인상은 정의당이 점차 원내정당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원내정당들의 이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입니다. 그들과 우리의 본질적인 차이는 이런저런 정책과 이념에서가 아닌 당이 서 있는 현장에서 생깁니다. 하지만 새로운 강령은 물론 보고서의 어디에도 정의당이 국회 밖으로, 지역과 현장으로 나가겠다는 목적의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원내와 원외의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전 현직 국회의원을 당대표로 두게 하는 등, 지금 정의당이 가진 원내중심의 편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제안마저 보입니다. 이후의 질문들에서 서술할 지역정치와 사회운동의 부재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원내와 원외의 통합을 논하는 것은 더더욱 당의 많은 것이 국회 원내 활동으로 쓸려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도체제와 의사결정체계 또한 그렇습니다. 본 보고서에는 현행의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부대표의 권한과 수를 늘려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정의당이 지적받아온 많은 문제들이 대표의 과도한 권한과 독단적 결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할 때, 그리고 부대표들과의 대표단 내부의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민하면 단일지도체제의 유지가 주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다양한 의제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수평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별첨문서에서만 다뤄진 집단제도체제에 대해서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내와 원외의 인사들이 상시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하는 가운데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이 매번 내세우는 6411번 버스에는 여의도로 향하는 사람만이 타고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과연 혁신위는 어떤 버스에 타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2. 진성당원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으로서 존재하고 있습니까
지금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도되는 혁신위 보고서의 최고 쟁점은 앞서 언급된 지지당원제입니다. 그 의제 하나로 혁신의 모든 논의들이 논점을 잃고 빨려들어가서는 안됩니다. 더욱 중요한 주제들이 명확한 언급도 없이 모호한 표현 혹은 별지의 부차적 의견으로 떠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조차 않고 있기에 이를 드러내어 논의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안 또한 다루지 않을 수 없어 언급합니다.
보고서 초안 3번 항목의 A안은 지지당원제, 즉 당비에 천원 구간을 설정하는 논의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인 진성당원제를 포기하고 기성 정치의 문법 속에 빨려들어가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보고서에도 지적되어 있듯이 정의당은 실제 당원참여와 간부 육성의 기능이 상실되어 마땅히 있어야 할 당원 체제가 형해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재가 발생하는 것은 당의 당원교육 부재, 매체 부재, 원내정당화 경향, 사회운동 활동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원인을 보고서에는 언급도 하지 않고서 당비의 금액에서 찾는 것은 본말전도일 뿐입니다.
당원민주주의와 풀뿌리 조직의 활성화를 그 요소로 하는 진성당원제는 굳이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과 20년 역사라는 권위에서 그 정당성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당연한 가치입니다. 우리를 여타 원내정당과 다른 진보정당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지역과 직장의 각자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들입니다. 그러한 당원들의 활동을 지지보족할 체계의 혁신 없이 당비만을 혁신의 대상으로 두는 것은 과연 충분한 고민의 결과인지 묻습니다.
3. 정의당의 뿌리인 지역정치가 말라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혁신위에서 진정으로 다뤄야 할 가장 큰 의제는 바로 지역정치입니다. 지역정치, 풀뿌리 정치는 진보정치의 가장 근간이 되는 활동입니다. 흔히들 중앙에서 벌이는 공중전에만 주목하곤 하지만, 공중전의 메시지를 각자 자신의 현장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지상전을 벌이는 지역의 활동가와 당원들입니다. 하지만 창당 이래 정의당의 풀뿌리 정치는 말라왔습니다. 중앙에서의 관심 부족, 그로 인한 재정의 부족, 그리고 다시 인력의 부족, 등 모든 것이 부족한 결과 우리가 오늘 보고 있는 정의당의 지역 활동은 수많은 당원들에게 그저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만을 요구하며 점점 고사해 가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선거 때에 반짝 신경을 쓰는 듯 합니다. 이후 결과는 지친 활동가들이 떠나게 되거나 중앙으로 비례후보로 올라가기 위해 눈치를 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혁신위에서 제안된 지역정치사업단은 물론, 이후의 '지역위원회 강화를 위한 재정 지원책 단계적 마련'은 모호하고 추상적일 뿐, 구체적인 재원과 로드맵을 제안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런 구체적인 근거와 내용이 없는데, 토론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공허하게 큰 비전만을 내세우며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정의당은 250여개 지역구 중 한 개 지역구에만 의원을 두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의원일지라도, 그 밑에서 움직이는 것은 수많은 지역의 활동가들입니다. 지금처럼 지역정치가 버려진 채로 꾸준한 지역에서의 활동과 앞으로의 선거들에서 뛸 선수들이 얼마나 남아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각자의 지역에서 자신의 고민을 갖고 올라간 혁신위원들의 고민이 과연 제대로 반영된 결과물인지를 묻습니다.
4. 정의당은 사회운동의 과실만을 가져와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정의당이 가장 내세우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쳐세우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것이 정의당의 역할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은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자의 목소리는 추상적인 언어와 구호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조직과 활동가들의 운동,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라는 기호만으로 정의당의 정체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동의합니다. 진보라는 기표 아래에는 불평등, 혐오, 기후위기에 대한 반대와 노동, 여성, 생태의 가치가 채워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가치들은 정론관에서 외친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현장으로 들어가고 이를 지원할 조직과 기구들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운동에 앞서는 정당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중 속에 뛰어들 수 있는 지역조직, 중앙이 책임지는 부문별 사업기구, 직접 약자들을 대변하고 이들이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촉진할 전국 단위의 실제 사업과 정치운동이 있어야만 사회운동이 가능합니다. 정의당을 다른 사회운동단체와 다르게 만들어 주는 것은, 입법부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는 것이지, 다른 사회운동의 성과를 그저 좋게 포장해서 언론에 내놓는 기술이 아닙니다.
혁신위 보고서에는 그러한 기구와 사업,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실질적인 고민은 빠진 채 그저 '누군가'의 목소리와 얼굴을 앞에 내세울 고민만 보입니다. 과연 정의당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표상에만 매달린 채 공리공론에 빠지게 되지는 않을지, 정말 광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하염없는 설득에 매진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지원할 재원과 인력은 어디에 있는지, 과연 혁신위원회와 당이 이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5. 청년과 청년 정치의 실체는 과연 무엇입니까.
마침, 당에서 활동하는 '청년' 당원으로서 한 가지 말씀 더 올리겠습니다.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정의당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청년'입니다. 하지만 과연 정의당이 내세우는 청년은 누구인지, 청년 정치의 실체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혁신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정의당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매년, 매 지도부 마다 여러 알리바이들을 앞에 두고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청년활동가들은 매년 새로 들어와 소진된 채로 당을 떠나고, 그런 맨땅에 헤딩하는 나날이 지난 수년 간 계속되어 왔습니다. 여러 생각과 목적으로 들어오는 활동가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조직적으로 운동하게 하며, 진보정당 뿐만이 아닌 한국 사회운동의 고유한 자산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청년정의당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지금 정의당의 청년부문은 의제의 모호성, 활동가 재생산 불가, 조직적인 운동과 학습체계의 부재에서 기인한 산발적인 운동만을 지속하는 문제점을 겪고 있습니다. 혁신위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성된 것이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사라지는 기구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추후의 논의로 밀려 있습니다. 혁신위가 청년정치에 대해서 고민을 진행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매번 일이 있을 때 얼굴로 내세워져 소비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정치를 하는 청년을 정의당에서 육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혁신위원회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장혜영 혁신위원장님과 혁신위원분들은 혁신위 시작에 앞서 각자 치열한 토론과 고민을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 과연 그 고민의 내용이 무엇이었던가를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사회의 각지로 뻗어나가는 풀뿌리 당원들의 운동 없이는 정의당의 어떤 지도부와 국회의원도 민주당보다 못한 민주당일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올립니다. 과거의 알리바이만을 반복하고 문제점은 적당히 덮어둔 채 내버려 두는 혁신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혁신위원회와 장혜영 혁신위원장님의 남은 임기동안의 활동을 통해 이러한 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습니다.
서울 성북구 당원 임현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