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에 바란다

게시판에 극단적인 댓글이 너무 많네요. 박원순 시장의 조문에 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비판할수도 있고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면 탈당할수도 있죠. 그렇다고해도 너무 지나치네요. 여기가 노동자의 당인지 페미의 당인지 모르겠다뇨. 여기는 노동자의 당인 동시에 여성과 소수자와 사회적약자를 위한 당입니다. 다양한 가치를 품어야할 진보정당의 당원들이 정당한 비판으로 타협점을 찾지는 못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묵살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나요? 극단적인 의견이라 생각할지라도 이해하고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게 정의당 아닌가요? 
어떤 가치를 더 앞에 두느냐에 따라 조문을 가지 않고 성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방향을 택할수도 있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먼저 추모하고 이후에 사안을 파악하는 방향을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다른 정당은 전자의 의견 따위는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해 무시하고 당론을 통일하는 방향을 나아갈수도 있겠죠. 근데 여기는 정의당입니다.
이 당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부당한 성차별을 당했거나 성범죄에 노출되어있거나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고 류호정 의원이나 장혜영 의원은 그 분들을 대변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공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던건 정의당이 이 문제를 어느 정당보다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당이 성범죄 피해자를 외면하지 않는 당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꼴페미당이니 당에는 희망이 없다느니 여성에 대한 의제는 원론적인 입장만 취하고 다른 문제에 집중하는게 낫다느니 이런 말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런 말들이 마지막 진보정당인 보루인 정의당에서 나오는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두는건 이미 여당에서 잘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비난은 이미 집권 여당과 보수당, 극단적인 커뮤니티와 남초집단에서도 공공연하게 내뱉는 말들이고 2차 가해이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행위입니다. 정당한 의견을 표출하는게 아니라 그저 소수의 의견을 지우고 깎아내리고 조롱하는 모습을 왜 '정의당'에서까지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홍이 있고 다툼이 있더라도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를 존중하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성숙한 당원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상정 대표님께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갈등이 멈추지 않을것이고 진통이 계속 될 것입니다. 탈당이 늘고 주류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더라도 저번과 같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다거나 휩쓸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쪽의 편을 들고 소수의 의견을 누르면 정말로 여당과 다를게 없는 2중대가 되는것이고 중심이 흔들려 이후 부딪혀야 할 수많은 의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더디고 삐걱거리고 부딪치더라도 모든 진보적인 가치와 다양한 신념을 끌어안고 가는 정당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