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이 말한다

“노회찬 대표님이 21대 국회의원이었다면 가장 먼저 발의했을 것 같은 법안은 무슨 내용일까요?”

노회찬 대표 2주기를 앞두고 추모영상을 만든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에 등장한 질문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노회찬 대표께서 계신다면 국회 안에서 무슨 법안 만든다고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민생위기로, 노회찬 대표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우리 당을 만져야하는 사람, 우리 당 냄새를 맡아야하는 사람, 6411 버스를 타야하는 그 사람들 곁에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법안을 발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함께해야할 사람들 곁에 계실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 혁신위원회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의 원내전략이 입법 활동으로 제한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런 맥락입니다.
관련하여 한 연구자는 “민주노동당은 원내에 적응해야할 때 사회운동정당을 외쳤다. 지금 정의당은 사회운동정당을 고민해야하는데 원내로 가는 것 같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21대 국회의 의석분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대결구도,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치일정 등을 생각하면 원내에서 정의당의 정치적 효능은 글쎄요입니다.
마치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 후보들이 아무리 더 노력했어도 환경, 특히 구도가 압도하는 상황을 넘어서지 못했을 거라는 평가와 비슷합니다.
반면 코로나19가 재촉하고 있는 위험사회의 구조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지금 당장 삶을 위협당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드러내는 활동이 현장에서 일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정의당이 해야 할 시대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광역시당 위원장 중 어느 한분이 “임기를 앞두고 있는 당 대표가 정무직 인사를 할 게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대응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저에게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하나만 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원내 중심 정당 같죠?
천만에 말씀입니다.
원내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은 그들이 가진 힘의 100만분의 1도 안 될 겁니다.
그들의 진짜 힘은 한국 사회 곳곳에 뻗쳐있습니다.
동네 골목길에, 미장원과 이발소에, 동창회와 향우회에, 각종 이익집단모임에, 직장에, 신문 방송과 유튜브에, 관료사회와 경제계에, 시민사회와 운동사회 등 대한민국 곳곳에 진짜 그들의 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그들의 세포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국회로 환원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그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그들이 국회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활동을 원내로 가두어야할까요?